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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주권 시대를 열어가자
  • 이원영
  • 등록 2025-12-31 21: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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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독일이 걷는 길 진지하게 살펴야


‘깨끗한 에너지’ 생산을 지향하는 RE100 개념이 세상에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몇 년 전부터는 세계수출시장에서 상징적이고 신뢰적인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다른 나라들은 이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태양광과 풍력 등 1인당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들여다 보았다.   2024년 말 현재 중국은 2400~2500kWh이고, 일본은 약 2000kWh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의 절반밖에 안되는 약 1000kWh이다. 


독일과 미국은 더 놀랍다. 독일은 자그만치 3000~3500kWh이고 예상 밖으로 미국도 2800~3000kWh으로 중국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우리만 형편없는 것이다. 


SMR(소형모듈원자로)의 허구성


그런 가운데, 한국의 일부 정치권과 관료 그리고 언론들이 칭송하던 SMR(소형모듈원자로)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며칠 전 캐나다의 에너지믹스(The Energy Mix)라는 매체에 어니 건더슨(Arnie Gunderson)라는 원전엔지니어의 기고문이 실렸다. 그는 50년간이나 원자력산업계에 몸담고 70여 곳의 원전프로젝트를 관리해오면서 수석부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원자로 노심용융에 대한 다수 논문도 썼다. 


그런 그가 말한다. “미국 최초 SMR이 될 예정이었던 유타주 NuScale 프로젝트는 지난해 비용 급등을 이유로 취소됐다. 12기를 30억 달러(약 4조 3600억 원)에 건설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취소 시점에는 비용 추정치가 3배로 증가했다. 원래 50MW 설계는 경제성 부족으로 77MW로 확장됐지만 결국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원래 SMR은 경제성도 문제이거니와 핵폐기물의 배출량이 기존원전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되어 오기도 하였다. 


어니 건더슨은 이어서 말한다. “미국에서는 단 한 번도 제때나 예산 내에 원자로가 건설된 적이 없다. 나는 한때 SMR에 대한 기대를 걸고 그 실현에 일조했었지만, 이제 보니 그것은 진정한 기후해결책으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값싼 술책에 불과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SMR의 허구성이 이제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좌고우면 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적처럼 원전문제는 이념의 소관이 아니다. 냉엄한 현실이라는 도마 위에 놓여져야 한다. 소위 껍질을 벗기는 아픔을 참아내지 못하는 에너지기득권의 아우성은 이제 낭떠러지로 떠나 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 아우성에 쏠리다가는 우리 모두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 태양광 발전. 올해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화석연료 발전량을 추울한다고 `엠버`가 밝혔다. 가디언 10월 7일


AI시대의 새로운 도전


벌써 전기를 잡아먹는 하마 AI시대가 본격화 되고 있다. 우리는 방관을 택하기보다 아예 앞장서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AI는 독립적인 기술이 아니다. 직접적인 소프트파워와 하드웨어 기술 외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와 물(냉각수) 등 국토 차원의 인프라가 바탕에 놓여 있어야 한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부문에는 ‘전력 폭식’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AI기업들은 “당장 내년에 쓸 전기를 달라”고 아우성인데, 대형 원전 하나를 짓는 데는 부지 선정부터 가동까지 최소 10년 넘게 걸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시한 대로 시간이 없다. 지금 씨를 뿌려도 15년 뒤에나 수확할 수 있는 원전만으로는 초속으로 변하는 AI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전영환 교수 등 전력계통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계통론’은 더 심각한 원전의 현실을 보여준다. 동남해안에 원전을 지어놓고도 이를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망이 부족해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일이 잦다. 발전소를 어디에 짓느냐보다 만든 전기를 어떻게 배달하느냐가 더 중요한 숙제가 된 것이다. 게다가 핵폐기물 문제는 해결불가능한 문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원전은 이제 끝났다. 


충격을 주는 중국과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중


2011년 이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35%로 압도적으로 높인 중국의 대응은 10%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다. 2024년 한 해만 하더라도 발전설비의 86%가 재생에너지다. 


일찌감치 탈원전을 완수하고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해온 독일의 통계도 충격이다. 작년 2024년에 전력공급에서 재생에너지가 60%를 달성하고 있다. 엄청난 수치다. 우리는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던 것일까? 독일은 게다가 2030년까지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다. 그 비결은 거대 단지가 아닌 ‘생활 밀착형 발전’에 있다. 먼저 지붕형 태양광의 위력이 볼 만하다. 그를 포함한 태양광 발전 시설은 300만 개가 넘는다. 그중 80% 이상이 건물 옥상에 있는 소규모 시설이다. 농지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실증 결과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은 토지 이용 효율을 최대 186%까지 높인다. 농민은 농사를 지으며 전기를 팔아 부가 수익을 얻고, 국가는 전력망 과부하 없이 지역별로 전력을 자급자족한다. 


독일의 탈원전 비전에는 에너지분산수급에 따른 에너지경제의 민주화가 들어 있었다. 헤르만 셰어라는 연방의원의 말처럼, 에너지 기득권자들은, 원전이 분산형이고 태양광이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원이었다면 기꺼이 원전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런 비전에 의해 탈원전을 수행했고, 지금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독일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의 약 40%는 개인과 농민이 소유하고 있다. 독일이 원전 비중을 0%로 만들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에너지를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직접 생산하고 이익을 얻는 민주적 구조로 바꿨기 때문이다. 햇빛과 바람이라는 공유부가 국민에게 이런 식으로 환원되고 있다. 


이제 “어떤 거대 발전소를 지을 것인가”는 한물간 주제다. 스마트그리드를 고도화해 지역 내 수급 능력을 높이고,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효율을 개선해 버려지는 전기를 잡으며, 영농형·지붕형 태양광을 통해 국민 개개인을 ‘에너지 사장님’으로 만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확립되어 가야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전력계통 문제에 있어서도 주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이 바로 탄소중립과 AI 강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대한민국의 에너지 주권을 지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물(냉각수), 분산형 에너지공급과 연계되는 또하나의 중요한 요인


그런 가운데 독일은 최근 ‘에너지효율법(EnEfG)’을 통해 놀랄 만한 규제를 내놨다. 2025년부터 신설되는 데이터센터는 전력 효율(PUE) 1.3 이하를 달성해야 하며, 발생하는 폐열을 지역 난방으로 재활용하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PUE (전력사용효율, power usage effectiveness)는, 컴퓨터 데이터 센터 시설이 사용하는 총 에너지량 대 컴퓨팅 장비에 공급되는 전력 에너지의 비율을 말한다.


단순히 전기를 공급받는 소비 시설이었던 데이터센터를 에너지를 아끼고 열을 공급하는 ‘에너지 거점’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일부 데이터센터는 인근 1300가구에 난방 에너지를 공급한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난방비를 줄여주는 고마운 시설이 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가 바로 냉각수 문제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양의 냉각수를 필요로 하며, 이는 지역의 수자원·수질 관리 체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이미 미국의 MS(마이크로소프트)사의 데이터센터가 버지니아 등 여러 지역의 도시들에 걸쳐 상수원을 공급받는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냉각수 문제 역시 전력과 마찬가지로 ‘집중과 과부하’가 아니라 ‘분산과 순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와 공장을 전국적으로 분산 배치해 지역 단위의 물순환 시스템과 연결하고, 재활용수(Recycled Water)·빗물 저류·폐열 회수를 결합한 통합 냉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요긴하다. 이렇게 되면 단일 수계에 집중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물을 지역 공공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기실 에너지부문의 공급은 자원의존형이었지만 최근에는 기술의존형으로 전환하고 있다. AI기술이 새로운 신소재 발굴 등, 에너지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태양에너지만으로 지구의 에너지를 모두 충당하는 날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올 수 있다.


하지만 물은 그렇지 않다. 깨끗한 물을 만드는 자연의 능력에는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지혜를 발휘하는 접근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돈에 눈이 멀어 국토를 파괴하는 4대강 토건공사를 벌이고, 흐르는 강물을 막아서 녹조독이 창궐하는 현장을 만드는 그런 욕심으로는 대처가 안된다. 물을 제대로 다스릴 지혜 또한 절실한 때이다.



이원영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토미래연구소장 

전 수원대 교수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렸습니다.


[필진정보]
이원영 :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토미래연구소장, 전 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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