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최근에 연이어 4대강에 대하여 해괴한 소리를 하고 있어서 한마디 적고자 한다. “기록적 폭우 피해도 막은 '4대강', 폐기는 재앙 부를 것” 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는데, 이는 완전히 국민을 우롱하는 엉터리 주장이다.
4대강 사업은 1000톤 급 화물선이 다닐 수 있는 수심 6미터의 수로를 만들기 위하여 강에다 보를 세워 수위를 올려놓은 것이다. 4대강 사업에서 ‘보’라고 이름 붙인 것들은 우리가 그동안 알아왔던 저수지 규모의 작은 보가 아니라 실은 거대한 댐의 구조물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굳이 ‘보’라고 우긴 이유는 ‘보’ 와 ‘댐’의 설계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는 규정이 없어서 적당히 아무데나 세워도 되지만, 댐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댐 설계기준’에 따라서, (1) 물을 안전하게 담아둘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저수지역의 지표지질조사를 해야 하고, 또 (2) 댐구조물이 들어설 자리에 댐을 안전하게 앉힐 수 있는 암반이 있는지 정밀 지반조사를 해야 한다. 물론 4대강에 들어선 보들은 ‘한반도 대운하’에서 수위 6미터를 맞추기 위해서 보의 위치를 잡았던 곳에 그대로 세웠는데 댐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모래 바닥에 세우고 옆구리는 흙더미에 걸쳐 놓았다. 공사 후에 댐의 물이 새고 강바닥과 강둑이 파이고 해서 댐 구조물의 보강공사가 계속 있었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홍수를 막기 위하여 댐이나 보를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상류에다가 건설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서처럼 강의 하류에다 ‘보’를 건설해서 수위를 높여 놓고 이것을 홍수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우기는 것은 동서고금에 없는 웃기는 일이다. 2020년에 기록적인 장마가 왔을 때에 영산강에서 일어났던 홍수피해는 4대강 사업으로 세운 죽산보, 승촌보가 수위를 높이고 물흐름을 방해하여 일어난 재해였다. 홍수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아기도 알고 있는 대책이다. 보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겠다고 하니 홍수재앙을 불러 온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멍텅구리이거나 멍텅구리가 아니라면 악한 사람이다.
조선일보가 본류 주변은 폭우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정직한 언론이라면 이 지역은 그 전에도 폭우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을 말했어야 한다. 그리고 4대강 지천에서 물난리가 난 것을 지천에도 4대강 사업과 같은 공사를 못해서 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본류의 수위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지천의 물이 제대로 빠질 수 없게 되어 물난리가 쉬 나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지천은 높아진 본류로 물이 자연적으로 흐를 수가 없어서 펌프로 물을 올려서 본류로 빼기도 한다.
또 하나 항상 빼 놓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4대강 사업이 가뭄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백제보에서 가뭄이 든 보령댐으로 물을 보내면서 4대강 사업을 안했더라면 어떻게 할 뻔 했냐고 큰 소리를 쳤었는데, 이것도 황당한 헛소리이이다. 많은 국민들이 하도 이런 말을 많이 듣다보니 그것이 사실인 양 오해라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사실은 이렇다.
4대강의 보들은 항상 물이 일정한 수위에 찰랑찰랑 차도록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물이 그 보의 턱을 넘쳐서 흘러가기 때문이다. 즉, 4대강에서 수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그 상류에 있는 댐, 즉 소양댐, 대청댐 등에서 그만큼 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즉, 4대강에서 쓰는 물이라는 것은 4대강에 모아둔 물이 아니라 그 상류 댐에서 흘려보내는 물을 쓰는 것이지 보에서 별도로 모아둔 물이 아니다. 소양댐, 충주댐, 대청댐들은 물을 쓰기에 따라 수위가 변동되기 때문에 호변에 붉은 흙층이 나타나 있다. 그러나 팔당댐, 잠실 수중보, 신곡수중보, 4대강 보들은 수위가 일정하기 때문에 그런 붉은 흙층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댐들과 보들은 상류에서 보내는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기능밖에 하지 않는다. 즉, 여기에 있는 물은 여기에서 저장한 물이 아니라 상류 댐에서 흘려보낸 물일뿐이다. 더구나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보낸다는 물은 실은 백제보도 아니고 백제보에서 6.3 km 하류지점이다. 즉, 그냥 금강에서 흐르는 물일뿐이다. 그런 것을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백제보가 보내는 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멍텅구리이거나 아니면 국민을 속이는 악한 사람이다.
4대강 보에 녹조로 범벅이 된 채 찰랑찰랑 넘치는 물만 물이 아니다. 4대강 강바닥에 3~10 m 두께로 깔렸었던 모래는 그 자체가 훌륭한 댐이다. 모래 바닥의 절반은 물이다. 그리고 그 댐에 저장된 물은 깨끗하다. 낙동강에는 비록 흐르는 물이 안보일 때에도 모래만 파면 1급수 물이 그득했다. 이런 훌륭한 천연 댐을 두고서 녹조 범벅이 된 더러운 댐들을 만든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2020년에 54일 동안 851.7mm의 비가 내려 장마의 기록을 세웠다는데, 이 기록은 중국이나 일본의 기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루에 1000mm, 한 시간에 200mm 가까운 비가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1996년 연천에 3일 동안 600mm 비가 내려 연천댐이 무너진 적이 있고, 강릉에도 2002년에 하루 870mm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다. 이런 비가 지금까지는 용하게 4대강을 비켜가면서 재앙을 면해 왔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계속 되면서 4대강도 이런 폭우에 대비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이 4대강의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물흐름을 방해하는 보의 구조물은 특별히 중요한 기능이 없는 한 해체하여야 한다. 재자연화는 특별한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물 흐르는데 방해가 되는 구조물을 제거하여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해주면 자연이 알아서 제 길을 찾아간다. 그것이 재해에 안전하며 유지관리비가 가장 적게 들고 물이 깨끗해지며 생물들이 살아나게 하는 재자연화이다. 그래서 미국과 EU는 더 이상 강에 인공적인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금하면서 재자연화를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이 글은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