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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톨릭 시노드, 거대 변화 예상되는 안건들 통과
  • 끌로셰
  • 등록 2023-03-16 15:49:06
  • 수정 2023-03-16 1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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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Der Synodale Weg)


독일 가톨릭교회의 혁신을 위해 열린 공동합의적 여정(Der Synodale Weg) 총회에서 재혼 가정, 성소수자 연인 등을 위한 강복, 사제독신제 재검토 요청 등 굵직한 안건들에 평신도와 성직자 절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독일 가톨릭교회에 거대한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교회에서의 권력과 권력 분리 ▲오늘날의 사제 생활 ▲여성의 교회 직분과 직무 ▲연속되는 관계 안에서의 삶 ▲성과 동반 관계 가운데 사랑의 체험이라는 주제를 다룬 독일 가톨릭교회의 공동합의적 여정은 기존 보편교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성평등, 차별 금지와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내용이 담겨있다.


5차 총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은 공동합의적 여정에 관한 문건들은 독일어와 영어로 제공되며 이곳에서 모두 열람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총회에서는 ▲교황청에 성품 부여-독신 의무 관계 재검토 요청 ▲남녀 평신도 미사 강론 허용 ▲‘서로 사랑하는 연인’ 강복 허용 ▲젠더 다양성 관리 ▲교황청에 여성 부제 허용 요청이 통과됐다.


독신 의무 재검토 요청안에 참석자 94.7% 찬성


먼저 ‘성품 부여와 독신 의무 관계 재검토’의 골자는 독신 의무를 유지하되 다른 한편으로 사제가 혼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혼인을 이유로 면직된 사제들을 교회 생활에 통합시키는 것이다. 해당 원안에는 ‘독신 의무 폐지’가 담겼으나 너무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을 고려하여 토론 과정에서 해당 제안은 제외되었다.


독신 의무 재검토 요청안에는 참석자 94.7%가 찬성했다. 이 안에 찬성한 주교 역시 참석 주교의 89.8%였다.

‘남녀 평신도 미사 강론 허용’은 ‘신학적, 영적으로 자격을 갖춘 신자’에게 강론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현 교회법에 따르면 평신도는 강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독일 가톨릭교회는 지역교회 차원에서 교황청에 허가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성의 교회 직분과 직무’라는 주제 하에서 통과된 ‘남녀 평신도 강론 허용’ 제안에는 본래 여성이 세례, 혼인, 고해 성사를 집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으나 이는 안건에서 제외되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 강복 허용은 재혼 가정, 성소수자 연인, 민법상 결혼했으나 혼인성사를 받지 않은 가정에 강복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 역시 92.6%의 찬성 의견으로 통과되었다. 총회 참석 주교 가운데서도 80.1%가 찬성했다. 이는 이미 일부 독일 교구에서 전통적 혼인을 하지 못하는 여러 연인들을 위한 사목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 조치로 해석된다.


교적에 적는 ‘성별’란에 ‘남’, ‘녀’ 외에 ‘기타’를 허용하자는 제안도

교황청에 여성 부제 허용을 요청해야 한다는 안건도 통과


‘젠더 다양성 관리’에는 교적에 기재하는 성별에 자신의 성적 지향이 확실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남녀 이외에 ‘기타’를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 통과되었다.


이와 더불어 교황청에 여성 부제 허용을 요청해야 한다는 안건도 통과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여성 부제에 관한 연구위원회를 설립하여 한 차례 연구를 진행했으며 아마존 시노드 이후인 2020년 2차 여성부제연구위원회를 조직하여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2월 말 이미 독일 가톨릭교회는 2026년까지 교구별로 ‘공동합의위원회’(synodal council)를 창설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독일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공동합의위원회’란, 성직자는 물론 평신도들이 참여하여 교회 운영에 관한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합의체와 같은 기구다.


이중 상당수가 보편교회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결의 내용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교황청과의 논의, 토론과 더불어 상당 부분 갈등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독일 가톨릭교회의 공동합의적 여정은 가톨릭교회에서 벌어진 수많은 성직자 성범죄를 구조적으로 타파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과감한 변화를 단행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 탓인지 2022년 3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독일에는 이미 훌륭한 개신교 교회가 있다. 다른 개신교 교회는 필요하지 않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독일 가톨릭교회가 아주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2021년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은 세계 각지 교회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이들에게 주는 강복을 두고 ‘동성 부부가 강복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문건을 발표하면서 찬반 양측의 상당한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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