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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그리스도 왕 대축일 독서·복음 해설
  • 김수복
  • 등록 2016-11-19 0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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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2사무 5,1-3)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가 헤브론에 있는 다윗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우리는 임금님의 골육입니다. 전에 사울이 우리의 임금이었을 때에도, 이스라엘을 거느리고 출전하신 이는 임금님이셨습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될 것이다.’ 하고 임금님께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원로들이 모두 헤브론으로 임금을 찾아가자, 다윗 임금은 헤브론에서 주님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웠다.


시편(121)

주님의 집으로 가세!

사람들이 나에게 이를 제 나는 기뻤네  


제2독서(콜로 1,12-20)

<우리를 당신 사랑하시는 아드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형제 여러분, 성도들이 빛의 나라에서 받는 상속의 몫을 차지할 자격을 여러분에게 주신 아버지께 감사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 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이 아드님 안에서 우리는 속량을, 곧 죄의 용서를 받습니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있는 것이든 땅에 있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왕권이든 주권이든 권세든 권력이든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만물에 앞서 계시고 만물은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그분은 또한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그분은 시작이시며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맏이이십니다. 그리하여 만물 가운데에서 으뜸이 되십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습니다. 그분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땅에 있는 것이든 하늘에 있는 것이든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복음(루카 23,35-43)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백성들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 선택된 이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 하며 빈정거렸다. 군사들도 예수님을 조롱하였다. 그들은 예수님께 다가가 신 포도주를 들이대며 말하였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가 붙어 있었다. 예수님과 함께 매달린 죄수 하나도,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하며 그분을 모독하였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같이 처형을 받는 주제에 너는 하느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우리야 당연히 우리가 저지른 짓에 합당한 벌을 받지만, 이분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독서·복음 해설



제1독서(2사무 5,1-3) 해설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았다>


이 대목에서는, 이미 사무엘로부터 왕으로 축성되고 헤브론에서 남쪽 지파로부터 왕으로 인정을 받은 다윗이 어떤 모양으로 북쪽의 남은 지파들로부터 왕으로 인정받는가를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완벽한 지도력과 영도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은 다윗의 평판과 사울 휘하에 있을 적부터 거두어 온 여러 승리는, 북쪽지파들이 다윗을 왕으로 인정하도록 자극을 주었다.


이렇게 하여 베들레헴의 목자였던 젊은 다윗이 하느님 백성의 영도자가 되어 이스라엘을 통일하고 외적들의 공격을 방어하게 된다.


다윗은 무력과 폭력에 호소하지 않고 인심을 얻은 다음 능란한 정치적 수완을 부림으로써 그 같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다윗이 보인 줄기찬 노력과 인내와 예지는 그가 지닌 강력하면서도 양순한 성품을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도 다윗은 예수 그리스도를 암시해 주고 미리 예측하게 하는 인물이다.


사람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기 고유의 권한, 곧 오직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기 스스로를 다스리는 자치권과 자율권을 얻으려면 다윗처럼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적인 투쟁과 인내와 예지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시편(122) 해설

<주님의 집으로 가세! 사람들이 나에게 이를 제 나는 기뻤네>


사무엘기에 의한 제1독서에 이어 이스라엘 순례자들이 화려했던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 성전을 회상하는 향수 어린 노래가 되울린다. 이 노래는 새로운 하느님 백성의 입술에 올려질 때 종말론적 의미를 띤다. 믿는 사람들은 실상 그 천상 조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진 지상의 하느님 나라가 그 보증이 된다. 지상에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을 믿는 살아 있는 돌들로 세워진 공동체다. 올바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자라나는 공동체다.


제2독서(콜로 1,12-20) 해설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로써 평화를 이룩하셨다>


콜로새 신자들이 보여 준 믿음과 사랑과 희망을 보고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 데 이어, 바오로는 그들이 주님을 제대로 체험하여 알고 주님께 합당한 생활을 하게 해 주시도록 간구한다. 그리스도인들은 빛 가운데서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어둠의 권세에서 벗어나 하느님 자녀들로 구성된 나라를 건설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고 역설한다.


다음으로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최고 존엄성을 묘사하면서 창세기에서 사람의 위대함과 사명을 돋보이게 하려고 사용한 개념들을 사용한다. 사람들은 그리스도께 붙어 있어야 하느님께서 주기로 하신 본연의 인간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다.” 그리스도를 닮고 그리스도다운 사랑을 행동으로 펼쳐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가를 알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그리스도처럼 몸 바치는 사랑을 실천하여 보이는 하느님의 모상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그리스도의 형제자매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그리스도께서는 머리이시고 그리스도처럼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올바른 사람들은 그분의 몸이요 지체다. 그 머리와 지체들이 살아 있는 하느님의 성전이요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요 교회다.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사회 속에서 구현하려고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로 말미암아 인류 안에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복음(루카 23,35-43) 해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루카 복음서 저자는 십자가 형틀 밑에서 예수님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우리에게 낱낱이 보여주려고 애쓴다.


맨 먼저, 루카는 호기심만 많지 마음은 차디찬 군중에 대하여 말한다(35절). 하느님의 올바른 일만을 고집스레 행하다가 처참하게 처형당하는 사형수에게 군중은 싸늘한 관객이 되어 있다. 다음으로 십자가에 처형당한 사형수 예수님을 비웃는 백성의 지도자들을 묘사한다. 온 백성이 메시아(구원자, 구세주)로 알아 뒤따를 것 같았던 그가 처참하게 실패하여 죽어가는 꼬락서니를 보고 속시원해했다.


군인들도 예수님께 당신이 왕이라면 자신이나 살려 보라고 빈정거린다(36-37절). 로마 군인들은 자기네 황제를 대항한 자를 처형하면서 즐거워했다.


마지막으로 좌우에 못 박힌 강도 중 하나가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라고 모욕한다(39절).


그러나 오른쪽에 못 박힌 죄수는 자기 잘못을 고백하면서 예수님께 용서를 청하고 예수님께 모든 사람의 왕이시라는 자기 믿음을 표명한다(40-41절).


그 간청에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라고 장엄하게 선언하신다.


십자가에 처형당하신 예수님께서는 분명 결정적으로 모든 사람에 대한 왕권을 얻으셨다.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민족과 인류 안에 구현하기 위하여 쫓기고 감옥에 갇히고 고문당하고 사형까지 당하는 사람들과 자기 죄벌을 받으면서 뉘우칠 줄 아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섬기는 그리스도의는 왕권”에 참여할 것이다.


묵상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는 우주를 창조하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거룩한 뜻에 의하여 통치되는 나라이다.


하느님의 계획은 인류로 하여금 당신 생명을 나누어 받고 모든 나라로부터 모여와 ‘당신을 아버지로 모신 한 가족’이 되게 하는 데 있다.


아담(사람)이 본래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목적은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모든 사람이 창조된 보편적 목적이다. 그래서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기 전에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한다는 공동 목적이 아니고는 사람들끼리 친해질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 공동 운명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서로 어깨 겯고 북돋아 주면서 자기의 본 모습인 하느님을 향하여 바뀌어 간다. 모든 사람・온 인류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와 원동력은 그 공동 운명뿐이다.


하느님의 자녀와 가족이 된다는 유일한 목표와 운명을 깨닫고 겨냥하지 않는 한, 인간관계와 인류사회는 이권다툼의 각축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분열과 투쟁과 전쟁을 피할 도리가 없다.


악과 범죄란 인간과 인간사회가 자기 창조된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 타인들을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삼음을 뜻한다. 그러한 범죄는 사람을 하느님의 생명에서 멀어지게 한다. 하느님의 생명을 얻지 못하는 것이 본래 의미의 죽음이다.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다. 따라서 소극적으로 말해서, 인간관계와 사회 안에서 범죄, 곧 이기심과 증오와 분열을 내쫓고 깨부수는 것이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도록 하는 정지작업이다.


역사 안에 실현되는 하느님의 통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완벽하게 따름으로써 최고 모범이 되는 새로운 사람이 되셨다. 인류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생명까지 바침으로써,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한 가족으로 서로 아끼고 위해 주고 살도록 하기 위해 박해와 사형까지 받음으로써 가장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사람, 모든 사람이 우러르고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사람이 되셨다. 모든 사람은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서 하느님을 모시는 한 가족으로서 화해와 일치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불의와 대결하여 투쟁하고 생명까지 바치라는 소명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의 수난과 투쟁과 헌신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사회의 구조와 제도 속에 하느님의 통치가 실현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평화와 일치를 꾀할 때, 하느님의 나라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과 인간관계의 친교와 인류사회의 공동선으로 실현되어 나타날 것이다. 모든 사람・인류 전체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한 식탁에 앉은 한 가족으로 뭉치고 마음이 하나로 될 때에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어 그리스도께서 왕으로 다시 오시는 날, 영원한 천상 나라로 승화되어 건너갈 것이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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