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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연중 제33주일 독서·복음 해설
  • 김수복
  • 등록 2016-11-12 0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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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말라 3,19-20ㄱ)

<의로움의 태양이 너희 위에 떠오르리라>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겨 두지 않으리라.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시편(97)

그분께서 누리를 의롭게, 

백성들을 올바르게 다스리시리라


제2독서(2테살 3,7-12)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마라>


형제 여러분, 우리를 어떻게 본받아야 하는지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 아무에게서도 양식을 거저 얻어먹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우리에게 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여러분에게 모범을 보여 여러분이 우리를 본받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여러분 가운데에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시하고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 


복음(루카 21,5-19)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것이 아름다운 돌과 자원 예물로 꾸며졌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스승님, 그러면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또 그 일이 벌어지려고 할 때에 어떤 표징이 나타나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민족과 민족이 맞서 일어나고 나라와 나라가 맞서 일어나며, 큰 지진이 발생하고 곳곳에 기근과 전염병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앞서,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연중 제33주일 독서·복음 해설


제1독서(말라 3,19-20ㄱ) 해설

<정의의 태양이 너희 위에 떠오르리라>


키루스의 칙령에 따라 고향으로 돌아와 거룩한 땅에 안주하게 된 히브리인들은 수도 예루살렘과 성전을 힘겹게 재건한 다음, 편안한 생활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개입하여 다윗과 솔로몬 시대의 영화를 되찾아 주시리라 꿈꾸고 있었다. 그렇지만 일이 좀처럼 그리되지 않았다. 오히려 하느님을 우습게 아는 교만한 자들이 훨씬 많은 복을 누리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당신 계획을 그렇듯 어렵고 느리게 펼쳐 보이시는 하느님을 계속 섬길 필요가 있겠는가?


성조들이 체험했다던 그 하느님께서는 도대체 어디 계시는가?


원수들이 승리하고 교만한 자들이 승리하는데, 하느님의 백성은 모든 백성 가운데로 흩어지고, ‘남은 가난한 사람들’만이 정복자들의 문화와 정치에 끝까지 반항하는 노력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언자는 그 같은 정황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대화체로 그들의 그릇된 추리를 바로잡아 주고 더 나은 미래를 예고한다(1,11;3,1…).


오늘 독서 대목에서는, 하느님께서 개입하여 마치 태워 삼키는 불처럼 당신 정의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살라 버리실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 이름과 당신 말씀을 굳게 믿고 따른 사람들을 따뜻한 햇볕을 내리쬐는 태양처럼 어루만져 구원하시리라고 말한다.


하느님 앞에서는, 만사가 있는 그대로 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하느님을 업신여긴 어리석은 자들은 벌을 받을 것이고, 하느님께 충실한 가난한 사람들은 참된 부를 얻고 들어 높임을 받게 될 것이다.


시편(98) 해설

<그분께는 누리를 의롭게, 백성들을 올바르게 다스리시리라>


이 시편은 주님께서 결정적으로 거두신 승리를 찬양한다. 놀라운 업적을 이룩하신 주님께 새로운 찬미가를 불러드리라고 온 땅을 초대하고 있다. 주께서 모든 백성에게 당신 구원을 드러내 보이셨기 때문이다.


온 우주는 주님을 찬미하라는 초대가 억제할 도리 없는 탄성으로 폭발한다. 수금과 나팔과 바다와 산과 강과 온 누리가 소리치도록 초대받고 있다. 정의로 온 세상을 다스리고 모든 백성을 공평하게 다스리실 주님을 찬양하도록 초대받고 있다. 주님께서 몸소 정의로 모든 백성을 공평하게 다스리실 세상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제2독서(2테살 3,7-12) 해설

<우리는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테살로니카인들에게 첫 번째 서간을 보낸 지 몇 달 뒤에, 몇몇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재림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주장하면서 일도 하지 않고 들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바오로는 둘째 서간을 보내어 주님의 마지막 오심에 관한 자기 생각을 더 자세하게 드러낸다.


신자들이 받는 박해와 고통이 매우 심할지라도, 거짓 그리스도(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자)가 자기 본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주님의 재림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낄수록 주님께 더욱 끊임없이 충실하고 주님을 착실히 섬겨야 한다고 말한다.


게으른 생활을 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의 일에만 참견하는 사람들은 크게 깨달아 말없이 일해서 제 힘으로 벌어먹으라고 권한다. 사실 사도 바오로는 더 정의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그 누가 되었든 열심히 일해서 자기 밥벌이를 스스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고 말한다. 모든 좋은 것은 노동의 산물이다. 노동하지 않는 사람이 노동의 결실을 가로채서는 안 된다. 노동하는 사람이 가장 떳떳한 사람이요, 노동하는 사람을 천대하고 노동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은 가장 못된 사람이요 벌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복음(루카 21,5-19) 해설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겠지만,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부터, 루카 복음서 저자는 종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수님께서는 아름답고 웅장한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고서, 그 성전이 깡그리 부서지리라고 예고하신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날 것인가를 예수님께 묻는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답변하는 대신 당신이 하시던 말씀을 계속하며, 세상이 끝나는 날이 올 것임을 부인하시지 않으면서도, 그 때와 시간을 정확히 말씀하시지 않는다.


제자들은 그 때와 시간을 안다고 말하는 자들을 믿지 말아야 하며, 전쟁과 재난의 소문을 들어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마지막 때가 가까워지면, 전쟁과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굉장한 징조들이 나타나겠지만, 그 전에 제자들은 박해를 받고 감옥에 갇히고 법정에 서게 되고, 부모와 형제와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제자들을 잡아 넘겨서 더러는 죽이기까지 할 것이고, 당신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게 되리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다. 또한 끝까지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께서만 그 마지막 때를 알고 계시기 때문에, 우리 제자들로서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박해와 사형을 당하면서라도 끝까지 참고 견디며 이 땅 위에 아버지의 뜻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정의롭고 용서와 사랑에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끝까지 달릴 일만 남는다.


교회와 사회의 인위적이고 거짓된 모든 요소가 무너져 부서지고, 예수 그리스도 자신과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새 인류가 하느님의 성전이 되는 그 날이 어서 오도록 몸 바쳐 싸울 일만 남는다. 그래서 우리의 기원은 “주여, 어서 오소서.”이어야 한다.


묵상

 

주님의 날을 향하여


‘주님의 날’이라는 표현으로 성경은 인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의 특별한 개입을 가리킨다. 하느님께서 개입하심으로써 구원 또는 처벌이 사람들에게 내려지고, 하느님의 강력한 팔이 사람들의 죄악과 불신이 죽음과 파괴를 불러오는 그 곳에 놀라운 구원과 생명을 가져다준다.


나날이 급진전을 거듭하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바야흐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대가 우리 눈앞에 열리고 있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기던 사회통념이 무너지고 있으며, 세대 사이의 이질감과 갈등이 날로 깊어만 가고 있다.


종교 영역도 어쩔 수 없는 자기 쇄신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그리스도교 역시 자기가 설파하는 복음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반 사람들도 사회제도의 제약과 강요를 벗어나려 하고 있고,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순응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가 책임지는 최대한도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통제와 지배를 거부하면서 자기가 자기를 조절하고 다스리며 자기 운명을 자기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하려 든다.


그 같은 의식화에 따라, 사람은 온갖 비인간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더욱 인간적인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교회의 존재이유도 그리스도처럼 사람과 인간사회에 몸 바치는 데 있을진대, 교회의 권위는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고, 참신한 종교체험을 겸허하게 소화해야 하고, 낡은 관습을 버려야 한다. 오로지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철저히 행동으로 따라 사람들 그리고 특히 가난하고 억눌리는 뭇 사람들을 섬기는 권위라야 한다. 


개인의 재물복과 성공을 비는 내용 없는 신앙과 실천은, 사람을 조금도 감동하게 할 수 없으며 새 세상 건설에 조금도 보탬이 될 수 없다.


철저한 변혁


더 심각한 위기는 그리스도의 현존과 처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복음서 저자들은 자기네 체험을 이야기하는 서두에 세례자 요한의 무서운 경고와 위협을 제시한다. “도끼가 나무뿌리에 닿았다.”는 말은 기존의 낡은 종교세계가 새로운 종교세계로 바뀌어야 함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전적으로 새로운 가르침이다(마르 1,27). 옛 가르침과 정 반대다(마태 5,21-28). 그분의 가르침은 새 천과 새 술에 비유되고 있다(마르 2,21-22).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사형을 당하심으로써 인류와 새로운 계약을 맺으셨다(루카 22,20; 1고린 11,25).


그 새로움은 그리스도께서 ‘새 사람’으로 부활하신 파스카의 날에 온전한 승리를 거둔다. 그리스도께서 죄악과 악마의 세력에 사로잡힌 옛 사람을 그 뿌리로부터 잘라 내신다. 이제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은 그분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힘입어 전적으로 새로운 인간 사회를 건설할 수 있게 되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반드시 시공 안에서 열려 영원한 차원으로 건너가게 될 것이다.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고 함께 행동하시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박해와 고문과 사형을 당하는 무수한 사람들로 말미암아 인류사회는 뿌리부터 바뀌고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에 완전한 승리를 노래하게 될 것이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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