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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연중 제31주일 독서·복음 해설
  • 김수복
  • 등록 2016-10-28 19: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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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지혜 11,22-12,2)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


온 세상도 당신 앞에서는 천칭의 조그마한 추 같고 이른 아침 땅에 떨어지는 이슬방울 같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그들의 죄를 보아 넘겨 주십니다.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존속할 수 있었으며 당신께서 부르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겠습니까?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 당신 불멸의 영이 만물 안에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 당신께서는 탈선하는 자들을 조금씩 꾸짖으시고 그들이 무엇으로 죄를 지었는지 상기시키며 훈계하시어 그들이 악에서 벗어나 당신을 믿게 하십니다. 


시편(144)

나날이 당신을 찬미하고

영영세세 당신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제2독서(2테살 1,11-2,2)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이 여러분 가운데에서 영광을 받고, 여러분돈 그분 안에서 영광을 받을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늘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우리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당신의 부르심에 합당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여러분의 모든 선의와 믿음의 행위를 당신 힘으로 완성해 주시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우리 하느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따라,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이 여러분 가운데에서 영광을 받고, 여러분도 그분 안에서 영광을 받을 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우리가 그분께 모이게 될 일로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누가 예언이나 설교로 또 우리가 보냈다는 편지를 가지고 주님의 날이 이미 왔다고 말하더라도, 쉽사리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복음(루카 19,1-10)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들어가시어 거리를 지나가고 계셨다. 마침 거기에 자캐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세관장이고 또 부자였다. 그는 예수님께서 어떠한 분이신지 보려고 애썼지만 군중에 가려 볼 수가 없었다. 키가 작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질러 달려가 돌무화과나무로 올라갔다. 그곳을 지나시는 예수님을 보려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거기에 이르러 위를 쳐다보시며 그에게 이르셨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는 얼른 내려와 예수님을 기쁘게 맞아들였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저이가 죄인의 집에 들어가 묵는군.” 하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자캐오는 일어서서 주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연중 제31주일 독서·복음 해설



제1독서(지혜 11,22-12,2) 해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신다>


역사는 흘러 이스라엘 백성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게 되고, 그에 따라 다른 백성들의 다양한 문화와 접하게 되고, 특히 그리스 문화와 접하게 되었다. 많은 히브리 사람들이 다른 민족들의 문화에 적응하고 화합을 꾀하는가 하면, 때로는 자기네 고유한 전통 신앙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하여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혜서는 그러한 문제 제기들에 응답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


오늘 독서 대목은 특히 모든 사람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개입을 강조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크신 사랑에 겨워 한 사람 한 사람을 창조하고 만물을 창조하셨다. 그러기에 모든 사람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지 않고 살기를 바라며, 모든 사람에게 자비롭고, 모든 사람이 회개하기를 기다리며, 잘못을 참아 주고 용서하여 주신다.


하느님의 숨기운, 생명의 기운, 성령께서 만물 안에 계시고 모든 사람 안에 계신다. 각 사람 안에 들어 있는 하느님의 성령께서 그들로 하여금 악에서 벗어나 멸망하지 않고 구원을 받게 하신다.


히브리인들은 자기네 신앙을 다른 민족들의 문화와 철학에 맞추어 표현할 줄 알았다. 그리하여 지혜는 어떤 때는 위격화(位格化)하여 우리에게 제시되고, 어떤 때는 하느님의 섭리 및 하느님 자신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시편(145) 해설

<나날이 당신을 찬미하고 영영세세 당신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시편 145편은 하느님의 위대함과 충실하심을 두고 하느님을 기리는 찬미가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이 지극하며 모든 피조물들을 어여삐 여기신다. 그 중에서도 억눌린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신다. 하느님께서는 피부색, 종교, 문화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하나같이 귀중하게 여기며, 그 중에서도 억울하게 천대와 억압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악마의 세력과 질긴 올가미에서 벗어나게 하신다.


제2독서(2테살 1,11-2,2) 해설

<고생과 모욕과 박해를 당하면서도 하느님의 복음을 대담하게 전한다>


바오로는 몇 달 뒤에 테살로니카인들에게 두 번째로 편지를 보낸다. 부활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날을 애타게 기다리던 테살로니카 신자들은 커다란 환난과 무서운 박해를 받고 있었다.


바오로는 그들에게 끝까지 인내하고 항구하라고 격려한다.


하느님께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받게 된 위대한 인권과 소명을 깨달은 사람들이 온갖 환난과 박해를 무릅쓰고 하느님께서 직접 통치하시는 가정과 국가와 인류사회를 실현하는 그날이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는 날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께서 어서 빨리 오시기를 기다린다 함은 하느님께서 직접 통치하시는 인류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그리스도를 따라 수난하고 목숨을 바치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도를 따라 몸 바치고 목숨 바치는 무수한 사람들로 말미암아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나라가 지상에 실현된다. 그날,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어 땅 위에 세워진 하느님 나라의 놀라운 정체를 밝히고 우리로 하여금 영원하신 하느님의 풍요와 영광에 결정적으로 참여케 하실 것이다.


복음(루카 19,1-10) 해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온 것이다>


예수님께서 당신 구원 사업을 완수하기 위하여 갈릴래아로부터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으로 향해 가시는 여정 또는 새로운 ‘이집트 탈출’ 이야기의 결론에다 루카 복음서 저자는 이 일화를 배치한다. 예수님께서는 따돌림 당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오셨다(10절). 따라서 예수님께서는 히브리 사람들이 상상한 것처럼 승리를 거두고 제왕의 자리에 앉아 군림하는 메시아도 아니고, 다윗 왕권을 회복하는 메시아도 아니었다. 예수님께서는 허욕과 위선에 가득 찬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는 사람들을 구원하러 오신 메시아였다.


예수님의 그 같은 태도가 멸시와 천대만을 한껏 받아온 이른바 죄인들에게는 한없는 해방감과 기쁨을 안겨주지만 스스로 의인들이라 뽐내는 위선자들에게는 심한 반발을 일으키고 모욕감을 안겨주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 취급을 받던 자캐오라는 세관장의 집에 묵으시면서 세리들과 어울리셨다. 그리고 당신도 죄인 취급을 받고 가장 치욕스런 십자가형을 받고 돌아가셨다.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리스도처럼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억울하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버려진 가난한 사람들, 제3,4세계의 가난한 사람들과 한 부류가 되고 생활을 함께 하고 동고동락하면서 그들의 절실한 문제를 자기 문제로 삼아 해결하는 일에 몸 바쳐야 한다. 그러다가 죄인 취급을 받고 감옥에 갇히고 고문을 당하고 사형까지 당하는 그리스도다운 사람들로 말미암아 버림받는 사람들이 똑같은 하느님 자녀의 떳떳한 인권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묵상

 

사람의 아들은 잃은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온 것이다


지혜서에 의한 오늘 독서는 자캐오처럼 죄인 취급당하는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심정과 태도를 설명해준다. 이유 없이 인간차별과 멸시를 당하며 마치 선조나 자기가 무슨 몹쓸 죄를 지어 마땅한 벌을 받고 있는 양 죄인 취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예수님께서 오셨다. 특별한 재주와 능력과 머리가 없다거나 불구자, 정신병자, 나병환자라 해서 똘똘하고 잘난 사람들로부터 냉대와 조소를 받고 있는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구원하러 예수님께서 오셨다.


지혜서가 말하는 대로 하느님께서는 넘치는 당신 사랑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께서는 나 또는 특별히 정한 사람들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똑같은 비중으로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신다. 하느님께서는 특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자비와 용서를 베풀고 죄짓는 사람들을 차츰 차츰 고쳐 주고 악에서 벗어나게 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만물과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신다. 실로 그 사랑이 없으면 온갖 생물과 모든 사람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죽어 망하게 된다.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벌까지도 당신 인내와 사랑에서 비롯된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회개하기를 인내로이 기다려 주는 분이시다.


사람을 회개하게 만드는 인내심이 깊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사랑만이 세상을 바로잡아 새롭게 하는 유일한 능력이다. 사랑만이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고 사람을 생존케 하시는 유일한 이유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사랑으로 창조한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냥 흡족하실 따름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들이 못된 길에서 벗어나 당신께로 되돌아오기를 인내로이 기다리고 계신다. 이처럼 모든 사람을 골고루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에 호응하여 모든 사람이 온갖 종류의 인간 차별과 장벽을 걷어치우고 서로 귀하게 여기고 참아 주고 위해 줄 때, 세상은 그 모습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오로는 테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서 예수님께서 받으신 영광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 영광은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을 받아 죽은 다음에 받으신 영광이다. 치욕스럽게 사형 받은 죄인이 되어, 죽은 다음에 받으신 영광이다. 그리스도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하느님처럼 사람들을 차별 없이 사랑하기로 작정하고 행동으로 사랑할 때, 하느님의 나라가 땅 위에서 실현될 시점에서는, 아직 야욕에 사로잡힌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박해와 사형까지 감수해야만, 죽은 다음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로부터 받으신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스도다운 억울한 수난과 죽음만이 이기심과 자기과시욕이라는 악마의 세력을 깨부수고 새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기심과 자기과시욕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편들어서 세력과 왕좌를 얻으려 하지 않고, 그와 반대로 그런 사람들로부터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고 천대와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는 버려진 사람들과 동류가 되고 한편이 됨으로써 그들에게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는 떳떳한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불러일으키고 떨쳐 일어나게 하여 하느님께서 직접 통치하시는 새 세상을 건설하신다.


예수님께서 허기진 군중과 어부 같은 변두리 인생들과 창녀와 나병환자와 정신병자와 불구자와 세리와 한 패가 되고 동류가 되신 것은 그들 위에 쏟고 계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연민을 드러내 보이시기 위함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살이에 무거운 짐을 지고 지쳐 허덕이는 인생들을 당신께로 부르고 감싸 안고 당신 자신으로 삼으신다. 


보잘것없는 사람, 하찮은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억누르고 빼앗고 죽이는 자는 예수님 자신을 때리고 조롱하고 죽이는 자다. 이기심과 자기과시욕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악을 고집하다가 죽는 사람은 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어디까지나 가해자편이 아니시고 피해자편이시며, 가해자들을 편들어 피해자들을 아주 쓸어버리려 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피해자들을 일깨우고 부추겨 가해자들을 회개하게 하여 악마의 손아귀에서 빼내 사람다운 사람들로 만드시기 위해 피해자들 가운데서 기왕의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투쟁을 벌이고 계시는 분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소외되고 버림받은 인생들을 해방함으로써 인류를 화해와 일치의 기쁨을 향해 인도하는 분이시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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