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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연중 제21주일 독서·복음 해설
  • 김수복
  • 등록 2016-08-20 09: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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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이사 66,18-21)
<모든 민족들과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을 모으러 오리라>


나는 모든 민족들과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을 모으러 오리니 그들이 와서 나의 영광을 보리라. 나는 그들 가운데에 표징을 세우고 그들 가운데 살아남은 자들을 타르시스와 풋, 활 잘 쏘는 루드 투발과 야완 등 뭇 민족들에게 보내고 나에 대하여 아무것도 듣지 못하고 내 영광을 본 적도 없는 먼 섬들에 보내리니 그들은 민족들에게 나의 영광을 알리리라. 마치 이스라엘 자손들이 깨끗한 그릇에 제물을 담아 주님의 집으로 가져오듯이 그들도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 동포들을 주님에게 올리는 제물로 말과 수레와 마차와 노새와 낙타에 태워 나의 거룩한 산 예루살렘으로 데려오리라. ─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러면 나는 그들 가운데에서 더러는 사제로 더러는 레위인으로 삼으리라. ─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시편(116)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


제2독서(히브 12,5-7.11-13)
<주께서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련을 주신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자녀로 대하시면서 내리시는 권고를 잊어버렸습니다. “내 아들아, 주님의 훈육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그분께 책망을 받아도 낙심하지 마라.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질하신다.” 여러분의 시련을 훈육으로 여겨 견디어 내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자녀로 대하십니다. 아버지에게서 훈육을 받지 않는 아들이 어디 있습니까? 모든 훈육이 당장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으로 훈련된 이들에게 평화와 의로움의 열매를 가져다줍니다. 그러므로 맥 풀린 손과 힘 빠진 무릎을 바로 세워 바른길을 달려가십시오. 그리하여 절름거리는 다리가 접질리지 않고 오히려 낫게 하십시오.


복음(루카 13,22-30)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시는 동안, 여러 고을과 마을을 지나며 가르치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집주인이 일어나 문을 닫아 버리면, 너희가 밖에 서서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여도, 그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 하고 너희에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가 하느님의 나라 안에 있는데 너희만 밖으로 쫓겨나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그러나 동쪽과 서쪽, 북쪽과 남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연중 제21주일 독서·복음 해설



제1독서(이사 66,18-21) 해설
<하느님께서는 흩어지고 갈라진 인류를 불러 모아 한 백성으로 만들고자 하신다>


하느님께서 당신 구원 계획을 밝히신다. 그 구원 계획은 갈라지고 흩어진 인류를 한 데 모아 하나의 백성으로 만드시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그 같은 구원계획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나의 증표를 보여 주실 것이다. 그 증표는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 동포들을 주님에게 올리는 제물로 말과 수레와 마차와 노새와 낙타에 태워 나의 거룩한 산 예루살렘으로 데려오실 것이다.”(20절) 가능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만드실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스라엘 민족 가운데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 가운데서 당신 사제들과 예언자들을 선택하여 모든 사람을 모아들이고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을 선포할 임무를 맡기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불편부당하시어 사람을 차별하나 사람을 편애하는 법이 없다. 당신을 받아들이는 누구에게나, 당신께 마음을 열어놓은 그만큼 당신 자신과 당신 생명을 주신다. 따라서 특정한 민족 또는 특정한 조직과 단체를 하느님께서 편들어 세상에서 부귀와 권세와 영화를 누리게 해 주시리라는 망상과 선민의식과 특권의식과 독선은 당장 버려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만든 조직과 체제 안에 갇혀 계시지 않고, 끊임없이 모든 사람을 찾아 나서고 모든 사람을 당신께 불러 모으신다. 당신이 차지한 모든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고 합해져서 당신의 한 백성이 되게 하신다.


시편(117) 해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
 
이사야가 미리 예고한 기쁜 소식은 이제 사도들과 그리스도처럼 사는 사람들에 의하여 모든 사람과 창조된 만물에게 전달된다. 모든 백성이 찬미가를 주님께 불러드려야 한다.


시편 117편은 가장 짧은 시편이지만, 기쁨이 넘쳐 있고, 범세계적이고 보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의 여러 가지 속성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은총, 즉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그분의 자비심과 그분의 흔들림 없는 충실함을 찬양한다.


하느님께서는 낮고 낮은 사람들을 구원하여 당신 백성으로 삼고 그 위에 당신의 지극한 사랑을 쏟으신다.


제2독서(히브 12,5-7.11-13) 해설
<하느님의 교육법은 당신 사랑에서 우러나온다. 빗나간 사람에게 견책과 책벌을 내리시는 것도 올바른 사람으로 바로잡기 위함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당신 자녀로 여기신다: 사랑하는 부모는 자식들을 매질할 줄 안다. 성경의 교육법은 그 같은 기본 원칙을 따른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려 할 때, 그 동기는 사랑이라야지 증오여서는 안 된다. 사람에 대한 하느님다운 사랑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못 본 체할 수 없으며, 그 잘못을 바로잡아 줄 적에도 사랑의 동기에 맞는 방도를 찾아내고 만다. 증오는 폭력으로 파괴하지만, 사랑은 가장 강력한 도덕・연대의 힘으로 건설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교육하신다: 하느님의 교육은 사람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행해지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정, 단체, 국가, 세계를 상대로 당신 교육을 행하신다. 가정과 나라와 세계가 올바르게 서야 개인교육도 바르게 이루어진다. 세계질서와 국제질서가 정의와 사랑에 따라 바로잡혀지지 않는 한, 개별 국가들의 국내질서 또한 비뚤어질 수밖에 없으며, 가정이나 개인들의 의식도 병들기 십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 개인과 가정과 국가의 자각과 실천이 선행되지 않는 한, 세계가 바로 설 수 없으며, 독선적 이념체계에 의한 전체주의적 독재와 강요가 판을 치게 될 것이다.


복음(루카 13,22-30) 해설
<사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하느님 나라의 잔치에 참석할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에 속한다거나 특정한 종교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구원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구원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나 경계 속에 갇혀 있지 않다. 구원은 사람이 베풀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 눈에 들고 마음에 드는 어느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내려 주시는 은총이다. 독선을 고집하는 사람은 하느님 구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구원을 받을 수 없고, 회개하여 겸허해진 사람이라야 구원을 절감하고 구원을 받게 된다.


만방에서 사람들이 모여와 하느님 나라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유다인들과 이방인들이 한 식탁에 앉게 되고, 제도교회에 속한 사람들과 그 제도권 밖에 있는 무수한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여와 한 식탁에 앉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이라 해서 다른 민족들을 무시하거나 배척할 수 없고, 제도교회에 속해 있다 해서 다른 종교나 다른 문화권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배척할 수 없다. 바람이 자기가 불고 싶은 대로 불듯이 하느님과 성령께서는 사람들이 사는 그 어느 곳, 그 어느 문화, 그 어느 종교에도 자유자재로 임하여 사람들을 당신께로 이끌고 당신 구원을 내려 주고 당신 백성으로 삼아 주신다. 사람이 하느님의 활동영역과 활동범위를 정해 줄 수 없고 제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하느님께 적응해야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적응하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은 하느님 계시는 곳을 두려운 마음으로 찾아다니고, 어디에 계시든 어떤 사람에게 계시든, 그 곳 그 사람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섬길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스도 자신, 그리스도의 몸과 마음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연대하여 살아가는 그 사람들 모임이 하느님의 백성의 참 모습이다. 그러므로 독선과 선민의식에서 벗어나 겸허한 자세로 하느님을 모셔야만 ‘꼴찌 되는 첫째’의 신세를 면하게 될 것이다.


묵상


보편적 구원 계획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보편적인 구원 계획이다. 모든 사람을 모아 당신 백성으로 만드시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조금도 차별을 두지 않으신다. 이스라엘 민족이 제 기능을 마쳤으면, 이제 모든 백성이 주님을 알아 모시고 주님께로 오고 주님의 영광을 보아야 한다. 온갖 종족우월주의나 국수주의적인 편견은 버려야 한다(참조. 이사 56,6 이하). 하느님께서는 더 이상 아론의 후손들 중에서만 당신 사제들을 뽑지 않고, 이방인들 가운데서도 당신 사제들을 뽑으신다.


만방에서 모든 백성이 새 하늘 새 땅으로 끊임없이 순례하여 들어와 자기네 주님을 흠숭할 것이다.
이 같은 이사야의 구원 예고가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 모든 사람이 온갖 차별과 분파를 극복하고 대동단결하는 날이 오기는 올 것인가? 어느 누구도 빠지지 않는 진정한 사람들끼리의 형제애가 우리 아버지 하느님을 중심으로 인류 안에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는 올 것인가?


인류의 대동단결과 진정한 사람들끼리의 형제애가 넘치는 인류사회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질 것인가? 억압과 착취와 침략과 전쟁이 판치는 낡은 세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가? 먼저 치열한 전투와 정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새 하늘 새 땅에 도착할 수 없다. 치열하게 전투를 벌여 정복해야 할 첫째 대상은 각자 자기 자신 속에 도사린 이기심과 명예욕과 인간차별과 인간경멸이고, 둘째 대상은 은연중에 또는 노골적으로 이기적으로 뭉쳐 있는 가정과 단체와 국가의 불의하고 차가운 집단적 합의다. 이 두 가지, 즉 자기 자신 속에 도사린 적과 집단 속에 도사린 적을 동시에 대적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릇된 집단적 합의를 깨뜨리기로 투신하지 않고서는 개인적 이기심을 청산했다는 것이 공염불이나 가식에 그치기 십상이고, 개인적 이기심을 척결하는 실천적 발걸음을 떼지 않으면서 그릇된 집단적 합의를 깨는 데 투신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자기기만일 따름이다. 


하느님께서는 만방에서 모여드는 당신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당신 백성으로 삼아 구조악을 철저히 깨부수려 하신다. 그 구조악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그 올가미에서 빼내고자 하신다. 이것이 하느님의 모든 사람에 대한 보편적 구원의지이고 구원계획이다. 살아있는 한 끝까지 악을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결코 포기하시지 않는 것이 하느님의 사람에 대한 위대한 사랑이다. 사람은 자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아 주시는 하느님처럼 구조악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구출해서 하느님의 백성 안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서로 십자가의 희생을 무릅쓰고 끝까지 투쟁할 의무가 있다. 하느님다운 사람사랑이 빠져 있는 투쟁은 악순환만을 거듭할 따름이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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