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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는 멈춘 물에서 자란다
  • 이원영
  • 등록 2026-11-07 12: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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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대구 MBC 화면 갈무리)


강물을 넘어 몸속으로


녹조독소가 사람의 몸에서 나왔다. 계명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연구팀은 시민단체와 함께 2025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낙동강 유역과 수도권 녹조 발생 수계 인근 주민 93명에게서 소변 시료 150건을 받아 조사했다. 그 가운데 29건(19.3%)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 가장 많이 나온 MC-LR은 국제암연구소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독소다.


강도 나빠지고 있다. 대구MBC가 올해 8월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 시민의 식수원인 강정·고령 지점에서 유해 남세균이 mL당 5만 세포를 넘은 횟수는 2016~2021년에는 2회였지만 2022~2026년에는 7회로 늘었다. 경북대 이승준 교수는 남세균의 세포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독소가 만들어질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한다. 녹조는 이제 한여름의 일도 아니다. 늦가을까지 조류경보가 이어진다.


녹조에는 여러 원인이 겹친다. 기후변화로 오른 수온, 유역에서 흘러드는 영양염, 그리고 물의 흐름이다. 16개의 보는 그 가운데 물이 머무는 시간을 크게 늘렸다. 흐르던 강이 호수처럼 고이면서 남세균이 자랄 조건이 갖춰졌다.


억지의 기점


돌이켜보면 힘 있는 자의 억지가 통하는 세상의 기점은 4대강이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22조 원이 드는 사업이었지만 예비타당성조사는 시행령을 고쳐 면제했다. 재해 예방 사업이라는 명분이었다.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법을 고쳐서 우회했다. 형식은 지키고 실질을 빼앗은 것이다.


억지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이 달랐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시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동강댐 계획을 백지화했다. 강을 막으려다 국민 앞에서 멈춘 것이다. 4대강은 국민 앞에서 멈추지 않고 이름을 바꾸었다.


끝난 소송, 끝나지 않은 질문


시민들은 법원에 물었다. 2012년 2월 부산고등법원은 낙동강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아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맞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위법을 인정하고도 기정사실을 받아들이는 사정판결이었다.


2015년 12월 대법원은 판단의 방향을 달리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예산 편성을 위한 절차여서,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곧바로 하천공사 시행계획을 취소할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부산고법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업 효과에 대해서는 행정주체의 예측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사업 시행계획의 취소를 구한 시민들의 소송은 그렇게 최종 패소로 끝났다.


그러나 소송이 끝났다고 질문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당시의 예측이 실제로 옳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주민의 소변에서까지 녹조독소가 검출된 지금, 그 예측을 현실의 자료로 다시 검증해야 한다.


억지는 스스로를 지킨다


2021년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과 영산강의 일부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정권이 바뀌자 그 결정은 취소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1월과 5월 계획에서 낙동강 보 8곳을 열겠다고 했다. 실제로는 7월 말부터 하류 4개 보를 보별로 사흘에서 닷새 동안 순차 개방한 데 그쳤고, 정부는 가뭄과 폭염을 이유로 들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보를 열면 녹조가 30%가량 줄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의 실집행률은 20% 남짓이다. 장관은 2028년부터 여름철 보 개방을 상시화하겠다고 했다.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사회가 굳어지는 현상을 '경화(硬化)'라 불렀다. 권력이 흐르지 않는 곳에서 이해관계가 층층이 쌓인다는 것이다. 억지로 세운 구조물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보의 수위에 맞춘 양수장과 수변 개발, 그 예산을 쓰는 기관들이 생긴다. 보는 그 이해관계의 보호를 받는다. 4대강에 반대하던 이들이 정권을 잡아도 수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녹조가 멈춘 물에서 자라듯, 억지는 멈춘 권력에서 자란다.



▲ (사진제공 = 이원영)



거꾸로 된 증명의 짐


4대강이 남긴 가장 깊은 상처는 어쩌면 이것이다. 주민들은 지난해 콧속에서, 올해는 소변에서 독소를 찾아냈다. 스스로 검사해야 했다. 소변 조사에 대한 정부의 답은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것이었다. 소변 속 마이크로시스틴에는 국제적인 건강 기준조차 아직 없다.


힘 있는 쪽은 안전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힘없는 쪽이 피해를 증명해야 한다. 증명의 짐이 거꾸로 지워져 있다.


물론 소변에서 독소가 나왔다는 것은 노출의 증거이지 병이 생겼다는 증거는 아니다. 독소가 어떤 경로로 몸에 들어왔는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바로 그래서 조사가 필요하다. 노출이 확인되었다면, 그다음을 밝히는 일은 주민이 아니라 국가와 과학의 몫이다.


왜 국제조사단인가


그 조사를 누가 할 것인가. 지난 17년 동안 4대강에 대한 정책 판단은 정권마다 뒤집혔다. 찬성하는 정부의 조사는 반대쪽이 믿지 않았고, 반대하는 정부의 조사는 찬성쪽이 믿지 않았다. 어느 쪽의 조사든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조사하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강을 막았다가 다시 연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 있다. 미국은 엘와강의 댐 두 곳을 철거했고, 독일 뮌헨은 콘크리트에 갇힌 이자르강을 10여 년에 걸쳐 되살렸다. 프랑스는 셀륀강의 댐을 헐었고, 일본은 구마강의 아라세댐을 처음으로 철거했다. 이들의 경험은 좋은 참고가 된다.


그러나 국제조사단의 신뢰는 외국 전문가가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국내외의 하천·수질·보건 전문가가 함께하되, 선정 기준과 재원, 이해충돌을 공개해야 한다. 조사 방법과 결과는 외부 검증에 열어 두어야 한다. 보의 영향과 주민의 노출 경로, 가능한 대책을 미리 정한 결론 없이 검토하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지워지지 않고,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자는 것이다.


떠나기 전에


강은 우리보다 오래 남는다. 우리가 막아 놓은 강을 다시 흐르게 할 책임까지 다음 세대에 떠넘길 수는 없다. 그 물을 마실 아이들에게, 그 강에 기대어 살아갈 모든 생명에게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억지의 기점이 된 강에서, 이제 생명을 위한 진단을 시작하려 한다. 그 첫걸음으로 4대강 국제조사단 준비위원회가 시민들께 동참을 청한다.





[필진정보]
이원영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토미래연구소장, 전 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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