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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병두] 수행자 ‧ 성직자의 ‘빛’은 누가 대신 비춰주지 못한다!
  • 이병두
  • 등록 2016-02-15 09:56:03
  • 수정 2016-02-15 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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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사이비(似而非)나 이단(異端) 교단 소속도 아니고, 정통 신학을 공부하러 독일의 유명대학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어느 목사가 저지른 패륜(悖倫)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그 목사 소속 교단과 그 교단이 속한 교회연합 단체에서도 발 빠르게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라며 사과 성명을 낸 데서 보듯이,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일탈(逸脫)행위나 심리(心理) 불안으로만 그 책임과 원인을 돌리기에는 충격이 너무 컸고, 특정 교단이나 개신교뿐 아니라 우리나라 종교계 전체에 위기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바깥세상의 비판과 상관없이 이미 수행자 ‧ 성직자 전체가 빛을 잃게 된 현실의 일부를 보여주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깊게 곪아가고 있던 상처의 고름이 한쪽 구멍에서 삐져나오기 시작하는 그런……


어느 날 붓다께서 “구름 ‧ 안개 ‧ 연기와 먼지 ‧ 일식(日蝕)과 월식(月蝕), 이 네 가지가 가로막아서 달과 태양이 찬란하지도 않고 빛나지도 않듯이, 수행자[사문 ‧ 바라문]들을 가로막고 더럽게 만드는 네 가지가 있어서 수행자들을 찬란하지도 않고 빛나지도 않게 한다”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붓다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곡주와 과일주 등 술 마시는 것을 멀리 하지 않는다.

둘째, 잘못된 성(性) 행위를 멀리 하지 않는다.

셋째, 금과 은 등 [재물을] 받는 것을 멀리 하지 않는다.

넷째, 삿된 생계수단을 멀리 하지 않는다.

(《앙굿따라 니까야 - 숫자별로 모은 경》2, 대림스님 옮김, 초기불전연구원. 161 & 162쪽; THE BOOK OF THE GRADUAL SAYINGS OR MORE NUMBERED SUTTAS, VOL. II, TRANSLATED BY E. M. HARE, THE PALI TEXT SOCIETY, 1973. p.62)


첫째. 사람의 뇌와 마음을 피폐하게 하는 중독 물질이 꼭 술뿐이겠습니까? 세상이 변하면서 다양한 마약들이 새로 생겨나 퍼져가고 있으며, 수행자 ‧ 성직자들 중에서도 이런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빠져들었다가 자신을 망치고 자신이 속한 교단과 동료 수행자 ‧ 성직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경우를 자주 대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컴퓨터 게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심지어 마카오와 미국 라스베가스의 도박장에 드나들면서 도박에 빠져드는 수행자 ‧ 성직자들이 적발되어 언론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둘째. 언론지상에는 여신도와 부적절한 성 행위를 갖다 문제가 되어 지탄을 받는 수행자 ‧ 성직자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심지어 이에 연루된 가정이 깨지고 당사자가 자살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다가, 이런 불상사가 특정 종교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심각합니다. 내부의 문제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단속을 잘 해온 가톨릭 쪽이 이 문제에서는 다른 종교계보다 비판을 덜 받아왔지만, 이제는 그쪽도 팔짱 낀 채 마음 놓고 있을 수 없는 사정인 모양입니다. 성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을 내부에서 막다가 안 되어, 결국 바깥세상의 대중매체에 등장하곤 하니 말입니다.


셋째. 신도들에게서 재물을 지나치게 많이 받거나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일은 특정 종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거의 모든 종교계가 대형 시설을 지으려고 경쟁하면서 공식으로 받는 헌금 ‧ 보시 ‧ 헌공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일부 대형 교회에서는 담임 목사에게 지급하는 사례금과 은퇴 전별금이 수십 억 원을 넘어서는 곳까지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에서도 사제들의 영명축일에 신도들의 자발 ‧ 비자발적 축하 금품이 부담되어 성당에 가기를 꺼려하는 ‘가난한 교도’들도 있다고 하고, 사제들이 다른 본당으로 옮겨갈 때에 적지 않은 전별금을 전한다고 하며, 어느 교구에서는 교구장과 사제 수십 명이 일본으로 단체 골프 여행을 다녀와 문제가 되기도 하였던 것으로 압니다. 일부 스님들 중에 심지어 벤쯔(Benz) 600 시리즈 같은 세계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도 있고, 다른 세상 사람들이 ‘청빈(淸貧)’과 ‘지족(知足)’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선방에까지 “대중공양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오는 재물이 넘쳐나고 있어서 오히려 참선 수행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수좌(首座)들의 깊은 한숨 소리도 자주 듣게 됩니다.


넷째. 수행자 ‧ 성직자들도 먹고 입고 잠을 자야 하니까 기본적인 의식주를 공급받아야 할 것입니다. 신도들에게만 의존할 수 없어서, 스스로 노동을 하여 이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은 오히려 박수를 쳐줄 일입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도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고 했던 백장청규(百丈淸規)의 정신을 이어가는 선원의 수좌들이나 ‘기도 ‧ 명상 ‧노동’을 일과로 삼으며 외부의 재정 도움 없이 살림을 꾸려가는 가톨릭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사(修士)들을 존경하고 그분들이 ‘세상의 고통을 해결해줄 것이다’는 기대를 갖게 되지 않습니까?


물론 출가 수행을 원칙으로 하는 불교 ‧ 가톨릭과 달리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개신교 성직자들의 경우, 특히 소규모 교당이나 교회에서는 성직(聖職) 봉사로 받는 것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다른 일을 해야 할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택배 배달을 해서 살아가는 목사님이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끔 정도가 지나쳐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술을 만들어 팔고 고리대금업을 해서 가난한 백성들을 착취했던 고려 말의 부패했던 불교, 면죄부(免罪符)를 팔았던 중세 가톨릭교회나 얼마 전까지도 천국행(天國行) 티켓을 팔아 사람들을 속였던 일부 개신교회, 무기 중개를 하거나 대형 사업의 거간꾼 노릇을 하고 있는 일부 성직자들,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돈벌이를 하는 일부 종교계의 영리 사업…… 


해와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 ‧ 안개와 먼지는 언제인가 걷히게 되고, 일식과 월식도 하루 안에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사라진 뒤에는 해와 달이 다시 찬란하게 빛을 내게 됩니다. 이것은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자연의 법칙입니다.


그런데 수행자 ‧ 성직자를 가리고 있어서 그들이 빛을 낼 수 없게 하는 ‘술 등 중독성 물질 ‧ 성적(性的) 비행 ‧ 돈과 재물 ‧ 좋지 않은 생활 수단’, 이 네 가지는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 정성을 기울여 수행자 ‧ 성직자를 존경하고 모시려는 신도들의 착한 마음 때문에 이 네 장애물이 더 단단하게 쌓여가기 쉽고, 따라서 수행자와 성직자 공동체 밖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문제를 풀어 주리라 기대를 할 수 없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네 가지 잘못된 것들을 멀리 하고 바른 길을 가겠다”는  수행자 ‧ 성직자들의 결심과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고려시대 보조지눌(普照知訥)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땅에 넘어졌으면 그 땅을 짚고 스스로 일어서야 합니다.


어느 종교에서든 신도 대중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수행자 ‧ 성직자들이 스스로 바른 길을 가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붓다 당시에 코삼비 비구들이 분열하여 붓다의 당부마저도 듣지 않고 싸움을 끝내지 못하자 신도들이 공양 거부 운동을 펼쳐서 마침내 그들이 다시 바른 길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듯이, 헌금과 보시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을 바라는 재가불자와 기독교 평신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필진정보]
이병두 : 종교 칼럼니스트이며 종교평화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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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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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2-15 23:03:29

    즣은 말씀입니다. 새겨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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