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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병두] 구리에 금을 입힌 간사한 무리에 속아 존경하지 말라!
  • 이병두
  • 등록 2015-12-21 10:44:06
  • 수정 2015-12-21 10: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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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부처님의 열반을 앞두고 대장장이 쭌다(Cunda)가 준비해드린 마지막 공양을 드신 뒤의 일입니다.


대중의 공양이 끝나고 발우와 식기를 모두 거둔 후, 쭌다가 부처님께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몇 종류의 사문이 있습니까?”라고 여쭙자 부처님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사문에는 네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도(道)를 실천함이 뛰어난 사문이고, 둘째는 도를 설하는 것이 뛰어난 사문이고, 셋째는 도에 의지하여 생활하는 사문이고, 넷째는 도를 행하는 척하며 악만 저지르는 사문입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사문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속으로는 삿된 마음을 품고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며 거짓을 일삼는 진실하지 못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자들은 도를 행하는 척하며 악만 저지르는 이들입니다. 대중을 이끄는 이들 가운데도 속은 혼탁하면서 겉만 깨끗한 이들이 있습니다. 드러내지 않지만 속내는 간사하고 나쁜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구리에다 금을 입힌 것과 같은데도 세상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그를 훌륭한 사문이라 말합니다. 그러니 겉모양만 보고 한눈에 존경하거나 가까이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의 생애: 진리를 밝힌 위대한 스승』/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지음/ 조계종출판사. 383쪽)


부처님 당시에도 위에 나오는 첫 번째 사문처럼 훌륭한 비구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류의 비구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이 시대에 훌륭한 스님‧신부님‧목사님만 계시리라고 순진하게 믿다가 절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현실에서 모든 스님‧신부님‧목사님들이 첫 번째 사문처럼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실천하는 분들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두 번째 사문처럼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실천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가르침을 재가신도들을 위해 가르치는 데에 뛰어난 스님‧신부님‧목사님들도 이 세상을 위해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세상에 필요한 분들일 것이고, 세 번째 사문처럼 부처님과 예수님 가르침에 의지해 그것을 생활 수단으로 살아가는 스님‧신부님‧목사님들도 존경을 해드릴 수는 없지만 그냥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봐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진짜 훌륭한 스님‧신부님‧목사님’과 ‘훌륭한 척하는 사이비(似而非) 스님‧신부님‧목사님’을 구별하는 길은 각자 확실하게 찾아서 분명하게 갖고 있어야, 그 사이비들에게 속아 넘어가 마음 상하고 재산까지 잃는 낭패를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가 보아도 사악(邪惡)한 인간에게는 잘 속지 않지만 이처럼 ‘훌륭한 척’ 하면서 철저한 위장 전술을 쓰는 출가자‧성직자들에게는 누구든지 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빳빳하게 다려 입은 모시 승복이나 로만 칼라, 쩌렁쩌렁 울리는 최신 음향시설과 멋진 조명으로 후광까지 비치는 화려한 설교대에 속아 ‘훌륭한 스님‧신부님‧목사님’이라고 믿지 마십시오. 그들의 겉모습만 보고 한눈에 존경하거나 가까이 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구리에 금을 입힌 것’과 다른 바 없는 허상(虛像)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제가 만들어낸 억지가 아니라 2600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을 앞두고 제자에게 당부해주신 그야말로 금구(金口)언설입니다.


훌륭한 스님‧신부님‧목사님은 훌륭한 재가 신자와 평신도가 만듭니다. 그 선결 과제는 ‘훌륭한 척 하는 사이비 스님‧신부님‧목사님’과 ‘진짜 훌륭하신 스님‧신부님‧목사님’을 가려낼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필진정보]
이병두 : 문화체육관광부 전 종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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