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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병두] 종교인이 바른 길을 잃으면, 화장터에서 쓰는 막대기와 다를 바 없다.
  • 이병두
  • 등록 2015-12-15 10:11:52
  • 수정 2015-12-15 13: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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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 전반이 크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불교‧천주교‧기독교(개신교) 등 주요 종교를 포함한 종교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 종교계가 갖고 있는 문제의 성격과 발생 원인은 서로 다르겠지만, 종교 지도자들이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스승님의 가르침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도 종교 지도자를 자처하는 분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는 약하고 어떻게든 사찰과 교회를 살찌우고 심지어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늘리며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종교 바깥세상이 잘못 가고 있는 데 대해서는 ‘걱정’하는 척 하면서 그 모든 책임을 정치인이나 ‘힘들게 살아가는 사회 대중’들에게 돌리는 무책임한 짓을 되풀이하고 있어서 이제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살아계시던 2,600년 전에도 오늘날의 상황과 비슷했었던지, 가능한 미소를 띤 부드러운 얼굴로 편안하게 말씀을 하시던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질책하신 적이 있습니다.


승가의 구성원이 되고도 그에 합당한 위의와 덕행을 갖추지 못한 비구들, 교만과 성욕과 탐욕과 분노에 자신을 맡기는 비구들을 부처님은 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살아가는 방법 중에 밥그릇을 들고 얻어먹는 것이 가장 천한 일이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저주할 때 ‘바가지 들고 빌어먹을 놈’이라 하지 않는가? 비천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재가자들이 고개를 숙이는 까닭은 보다 수승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발우를 들고 집집마다 걸식하는 삶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왕의 위협이 두려워서인가? 강도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겼는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도망친 것인가? 전염병이 무서워 고향을 등졌는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출가했는가?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출가자의 삶을 선택한 까닭은 오직 하나이다. 길고 긴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찾기 위해서이다. 출가자의 삶이 고뇌와 재앙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확신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비구들이여, 명심하라. 출가한 이유를 잊어버리고, 출가한 목적을 잊어버리고, 세간에 있을 때의 마음가짐과 다르지 않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키우고, 출가자의 법도를 배우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하지 않고, 태도를 잘 다스리지 않는 이가 있다면 그는 재가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도 놓치고, 출가자가 얻을 수 있는 행복도 놓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런 이는 화장터에서 시체를 태울 때 쓰는 막대기와 같다. 아래쪽도 시커멓게 그을리고, 위쪽도 시커멓게 그을리고, 가운데는 썩은 시체의 핏물이 흥건히 배인 그런 막대기와 다름없다. 그런 막대기를 어디에 쓰겠는가? 그런 불결한 막대기는 마을에서 장작으로도 쓰지 않는다. 명심하라. 출가자가 출가자의 삶을 살지 못하면 그는 세간의 행복도 놓치고 출세간의 행복도 놓치는 것이다.” (『부처님의 생애: 진리를 밝힌 위대한 스승』/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 부처님의 생애 편찬위원회 지음/ 조계종출판사. 348 & 349쪽)


수행자와 성직자들은 스스로에게 항상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 “신도들의 시주(헌금)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자신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존경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확인해야 합니다. ‘시주와 헌금을 받은 스님, 신부와 목사들이 부처님과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더욱 훌륭한 삶을 살아가고, 자신들에게도 성인의 가르침을 바르게 일러주어 해탈(解脫)과 구원(救援)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임’을,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고개를 돌리고 떠나가게 될 것임’을.




[필진정보]
이병두 : 문화체육관광부 전 종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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