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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병두] 주요 인사들은 수구여병(守口如甁)하시라!
  • 이병두
  • 등록 2015-12-11 12:27:28
  • 수정 2015-12-12 05: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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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위원장 도법스님과 조계종 총무부장 겸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그리고 다른 주요 인사들은 가능한 기자들 앞에서 말을 아끼면 좋겠다.

  

한상균씨가 조계사를 나와 경찰에 연행된 뒤 여러 언론에서 ‘화쟁위원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보도하는 데에 고무되었는지, 도법스님은 아직 밖으로 꺼내지 말고 가슴에 담아두어야 할 이야기를 기자들에게 하고 말았다.

  

한겨레 신문의 인터뷰 <“한상균 절망 품고 조계사 들어와…마지막 나흘 밤 꼬박 새워 이야기”>(기사 바로보기)를 보면 도법스님은 이번 사태가 자신을 아주 힘들게 했다고 솔직하게(?) 토로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조계사에 불덩어리가 떨어졌어요. 너무나 뜨거워 다루기 힘들었어요. 그 불덩어리는 안에 들어와 식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불을 불러왔어요.”


“한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을 그만둘 수 있도록 스스로 정리할 방안을 모색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했어요.”


“불교의 화쟁 정신이 이번 조계사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었다.”

  

그리고 오직 이 불덩어리를 내보내려고 ‘마지막 나흘 밤을 꼬박 함께 새웠다’고 하였다. 여기에 스님이 다툼(諍)을 중재하는(和) ‘화쟁’의 역할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공개적으로, 그것도 언론을 상대로 한다는 것이 이 분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중재자는 돌팔매를 얻어맞고 총알을 맞을지라도 입을 굳게 다물어야 할 때가 많은 것이 아니겠는가? 꽉 막아놓은 병마개처럼 입을 다물어야(守口如甁)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물지 않았다. 아니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역할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조급증’ 때문이었을까?

  

한편 동아일보 김갑식기자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제2 한상균 사태 없도록 엄격한 매뉴얼 만들 것”>(기사 바로보기)이라는 기사를 보면 지현스님은 한상균의 출두와 연행 장면을 기자들과 함께 TV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이번처럼 충분한 검토 없이 누군가 사찰에 들어오고, 눌러앉고, 정치투쟁을 벌이면 대책이 없다. 엄격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한 위원장이 ‘먼저 명동성당에 전화했는데 은신을 거절당해 조계사로 왔다’고 말한 걸 보고받았다.”

  

잠시 동안이야 언론에서 ‘화쟁위의 역할이 컸다. 조계사가 고생했다. ……’고 하면서 띄워주겠지만 그 약효가 얼마나 가겠는가?


도법스님을 비롯하여 조계종단의 주요한 소임을 맡은 스님들은 그 동안 한상균이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불편하게 했든 잠시 가슴 속에 담아두시라. 또 앞으로 ‘보호’를 요청하는 이들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내칠지 등에 대하여 어떤 매뉴얼을 만들든 그것은 조계사의 몫이고 자유이고 권리이지만, 그것을 밖에다 그것도 기자들 앞에서 말씀하시지는 마시라.

  

고생은 고생대로 - 신도들도 피해를 많이 보았지만 특히 조계사 종무원들이 한 달 동안 크게 고생했다 - 하고서도, 갈등은 더욱 커지게 만들게 될 것이다. 화쟁위원장인 도법스님은 화쟁(和諍)하겠다면서 쟁화(諍和)를 만들고 결국 서로 부딪히는 소리만 쟁쟁(錚錚)나게 할 것이다.

  

이틀 전(12/9) 블로그와 페이스 북에 이런 말을 적었다.

  

"어두운 밤,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억지로 애쓰지 말고 잠시 눈을 감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짧은 시간이라도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칠흑漆黑 같은 어두움 속에서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게 되고 어디로 가야 할 지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눈을 감아서, 외부 조건인 어두움보다 더 짙은 어둠에 내 눈이 익숙해지면 된다."

  

도법스님과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들에게도 이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PS: 특히 동아일보 기사 중 다음 대목에는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은 사항이 여럿 있다.


이날 지현 스님을 만나는 자리에는 총무원 간부 스님 서너 명도 드나들며 TV 중계를 함께 봤다. 이들은 한 위원장이 관음전에서 나와 조계사 대웅전-총무원으로 가는 길 양쪽에 종무원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큰스님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배려해야 하냐”며 혀를 찼고 “대웅전 한가운데 문인 어간(御間)으로 한 위원장이 들어가면 안 된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삼았기 때문인지 간부 스님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었다. A 스님은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유폐됐다고 주장했는데 워낙 거짓말을 많이 하니 출가시켜 절에 살면서 죄 지은 것 갚게 해야 한다”고 했고, B 스님은 “한 위원장과 수시로 만나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은 나중에 한 위원장 면회라도 가야겠다”고 했다. C 스님은 “관음전에서 일단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면 고개 숙이고 합장하면서 불편함을 끼친 사람들에게 사죄의 예를 취하는 게 맞는데, 주먹질하고 손부터 먼저 흔들고 있다”며 “저렇게 행동하니 미운털이 박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진 출두이든 연행이든, 스스로 나가는 것이든 쫓겨나가는 것이든, 한상균이 나가는 장면의 TV 생중계를 기자들과 함께 보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인데 그러면서 주요 소임자들이 주고 받았다는 말은 더욱 심각하다.


천주교 명동성당을 그것도 기자들 앞에서 언급한 것도 자칫 ‘종교간 갈등’을 불어 일으킬 소지가 있다.


본래 ‘개가 사람을 물었다’보다는 ‘사람이 개를 물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어 하는 기자들 앞에서 너무 가볍게 입을 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고, 결국 이번 사태로 엄청나게 고생하고서도, 좌우(左右) 양쪽뿐 아니라 합리적인 중도 인사들에게서도 욕을 얻어먹게 자초(自招)하였다.






[필진정보]
이병두 : 문화체육관광부 전 종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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