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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병두] 도법 스님은 서울을 떠나시오
  • 이병두
  • 등록 2015-12-10 16:03:04
  • 수정 2015-12-10 16: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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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스님은 이제 서울을 떠나시라! 그것만이 화쟁(和諍)의 길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데에도 지혜와 기술이 필요하다. 옛날식으로 “내가 사랑한다잖아. …”라면서 일방적 사랑을 전하려 하거나, 아이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베풀기만 하다가 아이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부모도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유전자]로 이어진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이럴진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중재하겠다는 경우에는 훨씬 더 깊은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구체적인 기술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도법스님은 - 내 이제까지는 가능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 ‘화합해야 한다. 돌을 얻어맞는다 할지라도 내가 그 역할을 맡겠다. 화쟁(和諍), 화쟁, 화쟁만이 살길이다!’며 온 나라를 헤매고 다니지만 의욕만 앞서고 그 의욕을 현실화시켜줄 지혜와 기술은 전혀 갖추지 못한 데다가, 그 지혜와 기술을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거나 빌리려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내가 옳다’는 자기 고집과 측근 몇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애는 애대로 쓰고 성과는 못 내고 곳곳에서 비판[이제는 비판이 아니라 비난 수준에까지 왔다]만 받게 된 것이다.

  

불교, 조계종단 안의 일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노동 문제’, ‘국정 교과서 문제’를 화쟁(和諍)하겠다고 바쁘게 움직이고 이제는 또 ‘사이좋게’라는 단체에서 주어사지 문제를 포함한 종교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도법스님은 이제 모든 것을 접어야 한다. 이제 다시 예전처럼 탁발(托鉢) 만행을 떠나 남에게 밥을 얻어 잡숫고, 남의 집에서 잠도 얻어 주무시고 거기에 더하여 ‘꼭’ 다른 사람들의 말도 얻어 들으시라. 그리고 그 다음에도 지리산의 품을 떠나지 마시라. 일주문 없는 실상산문의 문 밖으로 나오지 마시라. 이 길만이 스님이 살 길이다!


(도법스님의 선의(善意)는 알지만, 이미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남아있지 않음을 모두가 잘 안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분에 대한 기대마저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필진정보]
이병두 : 문화체육관광부 전 종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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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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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12-10 22:00:16

    옳은 외침. 조계사가 소도가 된 것이 나도 못마땅합니다. 스님들이(더 속되게 부르고 싶지만 참고) 종교생활이 아니라 정치 앞장을 서려 하니 그 긴 불교 역사에도 불구하고 무슨 종이니.. 무슨 종이니 하는 것으로 분열되었겠지요. 죽비를 들고 많이 후려 치세요. 선 하면서 졸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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