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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찾아와도 외면하는 교황대사
  • 최진 기자
  • 등록 2015-10-17 12:54:53
  • 수정 2015-10-17 21: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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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관 통로를 차단한 경찰. 경찰은 면담 승낙이 떨어지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며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았다. ⓒ 최진 기자


주한 교황대사(오스발도 파딜랴)가 보건의료노조의 방문을 외면하고 천주교 인천성모병원 면담을 거절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찰이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대사관 앞 통로를 봉쇄하고 진입을 막았다.


보건의료노조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주한 교황청 대사관을 방문하여 면담을 요청했다. 노조는 지난 8월 21일과 9월 22일에 이어 10월 12일 3차 면담요청 공문을 대사관에 송부한 상태였다.


이날 인천성모병원 사건의 당사자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과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등 대표단 4명은 대사관을 방문하여, 국제 성모병원 보험급여 허위청구 사건과 인천성모병원 노조 인권탄압 의혹 등을 면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대사관의 면담 승인이 될 때까지 대사관 앞으로 진입할 수 없다며 20여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노조를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사관 앞은 특별 경비구역이라 통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사관 경비 관계자는 “대사관 직원에게 전화해보니 면담을 거절한다고 들었다. 대사가 면담을 거부하니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윤조 보건의료노조 조직부장은 “경찰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 지난 9월 22일 대사관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아무도 저지하지 않았고, 경찰도 이렇게 많지 않았다”며 “아이들을 비롯한 시민들, 심지어 중국 관광객들도 안에서 자유롭게 관광을 하는데, 왜 갑자기 보안을 이유로 우리를 저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시간 동안 접점 없는 실랑이가 이어지면서 보건의료노조는 면담을 거부한 주한 교황대사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은 1인 시위 동안 시위자의 거리를 문제 삼고, 시위 당사자가 주변인과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등의 내용을 지적했다.


▲ 경찰의 계속된 통제 차단으로 1인 시위를 전개한 박민숙 의료보건노조 부위원장. 경찰은 시위자의 거리, 주변인과 대화 금지 등의 내용을 지적했다. ⓒ 최진 기자


정 조직부장은 “현재 교황대사가 대사관에 있고, 대사관 직원이 교황대사에게 면담 요청을 알렸지만 교황대사가 면담을 거부했다”며 대사관 직원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밝혔다. 그는 “대사관까지 찾아온 사람들이 경찰에 막혀 돌아가도 상관없다는 교황대사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조직부장은 “인천성모병원 피해 당사자인 홍 지부장이라도 면담을 해줄 것을 대사관에 요청했으나, 대사관 직원은 ‘교황대사가 대사관 직원들도 (노조와) 일체 만나지 말 것을 명령해서 어쩔 수 없다. 기도하겠다’라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박 부위원장은 “병원장 신부가 면담을 거부하고 인천 교구가 면담을 거부해서 교황대사에게 찾아온 것인데 교황대사는 인천 교구를 만나라고 한다. 교황님은 소통을 이야기하는데 인천 교구와 교황대사는 교황님과 천주교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지부장은 “인천·국제 성모병원의 문제가 사회적으로도 심각한데 인천 교구와 교황대사는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인천 교구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책임을 지거나 면담을 해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고 말했다.


▲ 노조 탄압과 병원의 돈벌이 경영에 대해 설명하는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 그는 천주교가 교회 안의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과 침묵으로 일관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 최진 기자


또한 “쌍용차 사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천주교의 모습을 봤다. 사회 문제에 있어서 천주교의 역할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회 안에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들은 모른 척 한다. 너무 다른 태도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청 대사관은 ‘한글로 된 공문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2개월째 면담에 대한 공식답변을 피했다. 노조는 “하느님과 인간, 교황청과 대한민국의 가교가 돼야 할 교황청대사가 지상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황대사는 13일 주교회의 추계 총회에서 한국 교회가 사목적 임무가 크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교황대사는 “교황께서 목자인 주교들과 신부들이 자기 양 떼의 영적 요구에 응답하도록 신자들을 가까이하는 데에 모범을 보여주셨다”며 주교와 신부들이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사목 활동을 해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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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님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히지노 대주교님, 모든 형제 주교님, 그리고 추계 정기총회에 참석하신 한국의 주교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서 2015년 3월에 있었던 성공적인 사도좌 정기 방문을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여러 교황청 부서들과의 상호 접촉과 교류는 앞으로 한국 주교님들의 직무 수행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도좌 정기 방문 기간에 드러난 친교는 다양함 속에서 교회의 일치를 보여주는 단체정신의 유대의 힘을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새로 임명 되신 서울과 수원의 보좌 주교님 두 분을 환영하고자 합니다. 주교님이 많아지는 것은 한국 교회의 사목적 임무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성령의 은사로 신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목자인 주교들과 신부들이 자기 양떼의 영적 요구에 응답하도록 신자들을 가까이 하는 데에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개별 교회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보편 교회의 두 가지 교회 행사가 있습니다.


·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봉헌 생활의 해가 있습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인류 역사의 정점인 일치의 증거자들과 설계자들로서”(「봉헌 생활」, 46항) 마땅히 인정받는 많은 남녀 봉헌 생활자들의 헌신과 은사를 경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는 그들이 “주님이신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분 안에서 모든 인류 가족을 사랑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 봉헌”(「봉헌 생활」, 3항)을 담대하게 증언하기에 그들 생활의 예언자적 공로를 인정합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에서 복음화의 모든 현장에 수도회가 함께하며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돋보입니다.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2015년 12월 8일에 시작되는 자비의 해가 있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께서 그 당시 교회를 위하여 기원하신 신선한 바람처럼, 자비의 숨결은 우리 시대에서 교회의 사목적 사명의 ‘주제’(leitmotif)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자비는 교회 생활의 토대입니다. 교회의 모든 사목 활동은 온유함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온유함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 ……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자비와 연민이 가득 찬 사랑에 달려 있습니다”(「자비의 얼굴」, 10항). 


저는 교황 대사관의 사목 업무에 기꺼운 마음으로 끊임없는 도움과 협력을 베풀어 주시는 대주교님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그리고 주교님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교황대사의 ‘주교회의 추계 총회 개막식 연설문’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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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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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10-17 16:10:47

    오스팔도 사퇴 요구 서명운동이라도 합시다.
    이땅의 주교 사제에게서는 바라지도 않지만
    평신도중에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니
    모두 공범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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