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코로나19가 우리의 삶과 신앙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시기에 한국 천주교회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살펴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천주교회 사목 과제와 비전을 살펴보고자 실시됐다.
1월 10일부터 16일까지 웹 패널 기반 온라인 조사로 실시했으며, 만 19세 이상 전국 천주교 신자 1,063명(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01%p)과 일반 국민 1,000명(95% 신뢰 수준에서 ±3.10%p)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먼저 코로나19 시기, 신앙생활의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응답자 중 40% 이상이 심리적 어려움과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반면, 천주교 신자의 신앙생활의 어려움은 17.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평소에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신앙생활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거나 코로나 기간에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신앙생활, ‘신앙 관련 온라인 콘텐츠 이용 시간’(26%) 늘어나고 ‘성당 대면 주일 미사 참석’(35.6%) 줄었다
개인 신앙생활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물었을 때, ‘더 중요해졌다’는 응답에는 기도(39.9%)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자선과 나눔(32.1%), 미사(30.5%)가 그 뒤를 이었다.
‘늘어났다’는 응답에는 ‘신앙 관련 온라인 콘텐츠 이용 시간’이 26.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은 ‘기도하는 시간’19.8%, ‘성경을 읽거나 공부하는 시간’ 19.4% 이었다. 반면, ‘줄었다’는 응답에는 ‘성당 대면 주일 미사 참석’(35.6%)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봉사활동 시간’(33.7%), ‘기부와 자선’(28.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과거에도 의식과 실천 사이의 간극은 늘 언급됐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실천상의 여러 어려움이 이를 더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 이전에 매주 주일미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70.5%만이 현재 주일미사에 매주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코로나 이전 주일미사 매주 참석자 대비 현재 주일미사 매주 참석자는 79.5%다.
응답자들에게 성당 대면 주일미사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58.5%가 ‘주일미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서’라고 답했으며, ‘고해성사를 하지 못해서’(39.2%),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되어서’(38.5%) 순으로 나타났다.
향후 성당 대면 주일미사에 참석할 것인지를 물었을 때, ‘언제 참석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28.4%), ‘상황을 지켜본 후 참석할 것’(22.4%), ‘상황에 따라 참석할 것’(22.0%)이라고 응답했다.
미사 참석에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 ‘본당에 대한 소속감’과 ‘온라인/방송 미사 참여 경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사목자를 비롯해서 신자들 간의 지속적인 연락과 관심으로 인한 본당에 대한 소속감, 그리고 온라인/방송 미사 참여가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생활을 유지하게 한 핵심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신자들은 코로나19 시기에 ‘가톨릭평화방송 미사’에 많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61.7%가 방송/온라인 미사에 ‘만족’했다. 그 이유로는, 51.6%가 감염에서 안전함을 꼽았으면서 22.9%는 성당에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방송/온라인 미사 참여 의향을 물었을 때, 긍정 응답이 53.9%로 높았으며 참여할 의향이 없거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단 응답도 46%로 나왔다.
천주교회에서 가장 변해야 하는 문화(2가지)에 대해 물었을 때, ‘신자들 간 끼리끼리 문화’ 33.1%, ‘권위주의적 문화’ 31.9%, ‘일부 신자 위주의 본당 운영’ 30.9%로 나타났다.
청년 주일미사 참여율 36.1%… 한국 교회 ‘권위주의 문화’ 바뀌어야
청년들의 신앙생활은 어떠할까. 20대의 주일미사 참여율이 53.2%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현재 36.1%로 감소했다. 또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봉사 활동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시기 온라인 방송 미사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낮았는데, ‘실제 미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청년들이 꼽은 한국 교회에서 가장 변해야 하는 문화로는 ‘권위주의 문화’, ‘사제의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 ‘환대 부족’ 등을 꼽았다.
반면 젊은 세대일수록 천주교 이미지를 ‘부유하고 폐쇄적이며 보수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앞으로의 청년 사목 방향에서 ‘가난하고,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교회 모습을 중요한 성찰 기준으로 삼아야 함을 시사한다고 봤다.
일반 국민 64.5%, ‘우리 사회에 종교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47.3%)
일반 국민들의 64.5%가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사람들을 윤리적으로 변화시켜서’(24.7%), ‘미래에 희망을 갖게 해서’(21.7%), ‘사회적 안정에 기여해서’(19.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26.0%가 ‘종교가 이웃을 사랑하기보다는 자기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종교인들의 말과 행실이 달라서’(21.7%), ‘타종교에 대한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태도 때문’(20.9%)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사회에 미치는 종교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7.3%로, 긍정 응답(41.9%)보다 높게 나타났다. 향후 종교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별로 다르지 않을 것’(46.9%), ‘긍정적’(28.2%), ‘부정적’(24.7%) 순이었다.
일반 국민들의 56.1%가 한국 천주교회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또한 천주교에 대한 이미지는 냉랑하기보단 ‘따뜻’하고(77.2%), 이기적이기보단 ‘희생적’(73.5%), 위선적이기보단 ‘진정성’ 있다(73.4%)고 봤다.
또한 일반 국민들은 한국 천주교회의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도움과 보호’(42.3%), ‘사회적 갈등의 해소와 통합 노력’(32.9%)을 기대했다.
한편, 조사 결과에 대한 심층 분석은 11월 발간 예정인「한국 천주교회 코로나 팬데믹 사목
백서」에 반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