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성모병원, 이럴 거면 이름 바꿔라”
  • 최진
  • 등록 2016-11-18 15:14:54
  • 수정 2016-11-18 18:16:40

기사수정

지난 11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가톨릭네트워크준비위원회 포럼, “한국가톨릭교회 어디로 갈 것인가” 내용을 5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첨단의료와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처럼 돌본다는 이념 아래 국민의 건강증진과 행복한 삶에 기여하고자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습니다. (중략) 반세기의 의료전통을 지닌 그리스도의 사랑이 살아 숨 쉬는 병원, 최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는 신뢰받는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직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학노 몬시뇰 병원장의 인사말 중



▲ 11일 ‘한국 가톨릭교회, 어디로 갈 것인가’ 포럼에서 홍명옥 전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지부장이 인천‧국제성모병원 문제에 대해 사례발표를 했다. ⓒ 최진


‘한국 가톨릭교회,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11일 오후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대구시립희망원 사태에 이어 인천‧국제성모병원 문제가 두 번째 사례발표 주제로 올랐다.


인천성모병원에서 30여 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지난 1월 병원으로부터 해고당한 홍명옥 전 인천성모병원 노동조합지부장이 이날 사례발표를 맡았다. 그는 천주교 인천교구가 10년간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사건들을 동영상 자료 등으로 정리해 설명했다.


현재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제성모병원 건강보험료 부당청구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인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노동조합 지부장에 대한 집단 괴롭힘 사건이다.


“인천‧국제성모병원 문제, 10년간 진행됐던 것”


홍 전 지부장은 두 가지 성모병원 사태가 갑자기 벌어진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천주교 인천교구가 ‘수익’에 초점을 맞춰 병원을 경영하면서 그동안 곪았던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 성모병원 건강보험 부당청구사건은 말 그대로 병원이 서류를 조작해 허위 환자를 만들고 건강보험료를 타낸 것이다”라며 “이런 일은 개인병원에서나 간혹 일어나는 것이었는데, 대학병원에서 조직적으로 일어난 경우는 처음이었다. 특히 가톨릭이 운영하고 신부님이 책임자로 있는 병원에서 일어난 것이라 사회적 충격은 더욱 컸다”고 말했다.


2015년 3월 20일 언론 보도를 통해 국제성모병원의 부정이 드러나자 무상의료운동본부를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같은 달 27일부터 국제성모병원과 교구청 앞에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인천경찰청은 같은 해 5월 언론에 보도된 내용 등을 토대로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6월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병원 측이 의료법을 위반하고 환자유치와 서류조작 등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부당하게 청구한 사실을 적발하고 행위자 17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어 7월 인천시의회도 보건복지부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그러나 2015년 11월과 2016년 6월 인천 법원은 국제성모병원과 관련한 혐의를 모두 ‘무혐의’로 판결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축소‧부실‧은폐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했고 재수사를 요구했지만 외면당했다. 그러나 올해 9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제성모병원이 2억 원 가까이 건강보험료를 부당 청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국제성모병원에 부당이익금 전액을 반납하고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가톨릭병원서 일어난 조직적 노조탄압의 형태”


이어 홍 전 지부장은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인천성모병원에서 있었던 노조탄압을 설명했다.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3년간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이 자리에서 모두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괴로웠다”라며 “병원은 중간 관리자를 동원해서 간호 업무 중에도 수시로 괴롭혔다. 방문 인원도 표를 작성해 당번처럼 돌아가며 근무하는 곳을 찾아와 하루에도 몇 번씩 환자들과 동료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노골적인 폭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모욕과 충격을 받아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 출근하는 길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병가를 냈지만, 병원에서는 무단결근이라며 해고를 통보했다”며 “천주교가 운영하고 신부님들이 책임자로 있는 병원에서 노동자를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괴롭힌 사건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지금도 충격적이다”고 덧붙였다. 


홍 전 지부장이 성모병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사실은 올해 4월 17일 KBS 뉴스를 통해 전국으로 보도됐다. 그는 인천‧국제성모병원에서 발생한 서로 다른 사건이 하나의 원인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인천교구가 ‘수익’에 초점을 맞춰 병원을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병원 노조를 탄압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는 홍명옥 전 지부장과 참석자들 ⓒ 최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의 실상 공개


홍 전 지부장은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병원의 목표가 ‘그리스도교적 사랑’에서 ‘수익 창출’로 변했다고 말했다. 병원 내부 문건이 공개되자 천주교 인천교구가 병원을 어떤 목적으로 경영했는지 알 수 있다. 곳곳에서 참석자들의 탄식이 나왔다.


홍 전 지부장이 공개한 ‘대 팀장‧중간관리자 회의 운영’ 문건에는 ‘반드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출 것’, ‘수익 창출을 위한 전사적 활동’, ‘비용절감보다는 수익창출’ 등 병원의 ‘수익 창출’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행정부원장 신부의 지시사항을 기록한 ‘기조실 회의록’에는 수익성이 높은 과를 선정해 관리하고, ‘PET-CT 운용을 하루에 17건을 유지’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홍 지부장은 “펫 시티(PET-CT, 양전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는 보험 처리가 안 돼서 한번 촬영할 때 130만 원 이상의 진료비가 나온다. 특히 방사선 피폭량이 너무 많아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검사다”라며 “그런데 이 검사를 행정부원장 신부님은 하루에 17회 이상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환자의 필요에 의한 검사가 아니라 수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병원장 이학노 몬시뇰이 직원들에게 보내는 담화문에는 ‘ACE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홍 전 지부장은 “ACE 활동은 직원들이 길거리에 나가서 병원을 홍보해 환자유치는 늘리는 활동이다. 병원장 신부님이 담화문까지 써서 환자유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가톨릭이란 이름에 침을 뱉는 환자와 보호자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다. 한번 와도 될 환자들을 두세 번 오게 하고, 불필요한 처방을 내려야 하는 병원 정책이 괴롭다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르면 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와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가 상업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고 마케팅에 사용하는 비용을 줄여 환자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의료복지 차원의 금지조항이다.  


이어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은 병원 의사들의 탄원서도 공개됐다. 의사들은 탄원서에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춘 병원 진료가 절망스럽다고 토로하며, “가톨릭이란 이름에 침을 뱉는 환자와 보호자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다. 한번 와도 될 환자들을 두세 번 오게 하고, 불필요한 처방을 내려야 하는 병원 정책이 괴롭다”고 고백했다. 


홍 전 지부장은 “돈을 목적으로 경영하면서 노동조합은 자연스럽게 있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라며 “2005년 11월 인천교구가 병원을 인수해 경영을 시작했는데, 바로 그해부터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노조 간부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고소‧고발‧손해배상‧가압류가 이어졌고, 용역업체를 고용해 노조 사무실을 감시하고, 사무실 비상등 앞에는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해고당해 시위하자 용역업체를 불렀다. 또, 합법적인 노조 홍보활동을 하면 병원 관리자들이 나타나 따라다니며 압박했다. 노동권을 유린하는 일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병원은 노동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홍보활동을 하는 노조원을 따라다니는 병원 간부 중에는 수도복을 입은 수녀도 눈에 띄었다. 영상을 시청하던 한 수녀는 “수녀도 저기서 저러고 있다”라며 놀라워했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글로만 접했던 노조탄압의 실제 영상을 보면서 “교구에 돈벌레 신부들만 모였나”, “병원 이름에서 ‘성모’라는 글자를 빼야 한다”는 등의 탄식을 쏟아냈다.


이어 홍 전 지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신부님들은 ‘성직자는 노사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하며 노동조합과 일절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 결정권이 없는 직원을 내세워서 형식적인 교섭을 한다. 결과적으로 1,800명의 직원 중에 조합원은 11명이다”고 말했다.


“노동자 임금은 동결, 관리자 신부는 억대로 연봉 인상”


병원 성직자들은 ‘노사문제’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병원 수익증가에 따른 연봉은 철저히 사 측 연봉을 챙겼다. 병원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면서 성장하는 사이에 병원장 신부와 행정부원장 신부 등 병원 운영진들의 연봉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홍 전 지부장은 “병원 측은 재정이 어렵다며 전 직원의 임금을 4년간 강제로 동결했다. 그 사이에 병원장 신부님과 행정부원장 신부님, 그리고 교구에서 파견된 실장 연봉은 몇 배로 인상됐다. 4,800만 원에서 시작한 연봉이 1억6천까지 올라갔다”라며 “액수의 문제보다 윤리적인 문제다. 특히 병원장 신부님은 임기 동안 지역 현역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나눠줘서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 받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홍 전 지부장은 환자를 진료하다가 병원 사제들의 영명축일 축하식을 위해 진료를 미루고 선물과 꽃다발을 전하러 가야 하는 의사, 근무시간에 가수 싸이의 말 춤을 연습해야 하는 직원, 병원 중간관리자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노조원 영정사진’ 살생부, 행정부원장 신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향해 “얘 치워버려”라고 말하면 실제로 그 직원이 ‘치워지는’ 상황 등을 열거하며 “현재 인천성모병원은 이런 문화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전 지부장은 “교구와 신부님들에게 바라는 것은 언제나 ‘제발 만나 달라’는 한가지다. 만나서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그런데도 염수정 추기경은 나와 보건의료노조, 시민단체 간부에게 5억5천1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정신철 주교님이 추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한탄했다.


▲ ⓒ 최진


이어 “인천성모병원은 10년간 ‘수익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경영됐다. 또한 그것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해 왔다. 그 과정이 너무 가슴이 감내하기 힘든 고통 이었다”라며 “희망이 돼야 할 종교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아직 사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성모병원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주교님, 신부님들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nomem2016-11-18 22:17:36

    사탄아 물러가라!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