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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7주기 추모제 열려
  • 최진
  • 등록 2016-01-21 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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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파란조끼를 입고 참석했다. (사진출처=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


대한을 하루 앞둔 20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묘지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4구역 재개발 현장에 있던 남일당 건물의 망루에 올랐다가 경찰의 진압 때문에 목숨을 잃은 5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용산참사는 용산재개발 보상대책에 저항한 철거민들을 경찰이 강제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세입자들은 권리금이나 인테리어 비용도 받지 못한 채, 2,000만 원 내외의 보상금만으로 퇴거를 요구받았다. 이에 철거민들은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농성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100여 명의 가슴에는 ‘여기 사람이 있다’는 문구가 적힌 까만 리본이 달렸다. 용산참사 당시 망루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결성한 ‘파란집 용산참사 동지회’ 회원들은 파란 조끼를 입고 참석했다. 동지회는 용산참사의 아픔을 나누자는 취지로 지난해 봄 결성됐으며 회원 11명 모두 참석했다. 추모제는 시종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살인진압 진상규명, 국가폭력 끝장내자’라는 구호가 묘역에 퍼졌다.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윤용헌” 참사 당시 이들과 함께 망루에 올랐다가, 공무집행방해 치사 등의 혐의로 4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김창수 씨는 “살아남은 이들이 뭉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 열사들이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다. 


용산참사 당시 서울 순화동 철거민이었던 지석준 씨는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아 2013년까지 옥살이를 하고 출소 뒤에도 몸이 아파 오늘 처음으로 형님을 보러왔다”며 “지난주 남일당 터에 처음 갔는데 아무 생각 없이 멍했다. 사건 이후에 잃어버린 기억이 많다”고 말했다. 지 씨는 참사 때 망루에서 추락해 지금까지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호형호제하던 고(故) 윤용헌 씨의 묘역 앞에서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조희주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이하 용산대책위) 공동대표는 “7주기 때는 뭔가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 이 자리도 빈손이라서 죄송하다”며 “(용산참사 당시 진압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당당한 승리자인 것처럼 국회에 진출하려는 상황이 열사들에게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남편들을 만난 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에서 열린 ‘국가폭력 특별전’ 추모 상영회에 참석했다. 상영회에서 유가족들은 지난해 11월 1차 민중 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백남기 선생의 딸 백도라지 씨를 만났다. 유가족들은 백도라지 씨와 아픔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했다. 또한, 유가족들은 향후 백남기 씨의 쾌유를 비는 미사에도 함께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는 20일부터 22일까지 ‘국가폭력 특별전’ 추모 상영회를 진행한다. 상영작은 20일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을 시작으로 21일 밀양 송전탑 투쟁을 다룬 ‘밀양 아리랑’, 22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과정을 보도하는 ‘나쁜 나라’이며, 오후 7시 30분에 무료로 상영된다. 23일 오후 1시에 용산참사 현장에서 추모대회를 연다. 


용산참사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망루 설치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과잉진압 의혹으로 청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을 비롯해 진압 책임자들은 아무런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검찰은 시위에 나섰던 세입자 20명을 기소했고, 이 중 5명이 구속됐다. 이후 김 전 서울경찰청장은 주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을 거쳐, 현재 경북 경주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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