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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치기?… 살아있는 계란이 죽은 바위 넘었다
  • 곽찬
  • 등록 2018-01-05 12:07:48
  • 수정 2018-01-08 10: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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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1일부터 시작된 용산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은 한국마사회가 경마장 폐쇄 협약식에서 발표한대로 2017년 12월 31일 최종폐쇄하면서 5년간의 긴 투쟁이 마무리 됐다. ⓒ 곽찬


시민의 건강한 삶을 파괴하고 시민을 기만한 채 이루어진 국가 정책은 용납해선 안 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이윤과 바꿀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명제가 학교와 마을의 5년이 넘은 끈질긴 투쟁을 통해 마침내 현실로 만들어 냈다.


2013년 5월 1일부터 시작된 용산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은 한국마사회가 경마장 폐쇄 협약식에서 발표한대로 2017년 12월 31일 최종폐쇄하면서 5년간의 긴 투쟁이 마무리 됐다. 


▲ 용산화상경마장 반대운동은 1,705여일의 긴 투쟁을 끝으로 지난 4일 마무리 됐다. ⓒ 곽찬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4일, 오후 2시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농성장에서 해단식을 갖고 농성장을 철거했다. 해단식과 함께 경마장 폐쇄를 기념하는 조형물 제막식도 진행됐다. 


해단식에는 그동안 경마장반대운동에 함께 했던 지역 주민과 학생, 학부모, 지역의원 등 7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대책위는 모인 사람들에게 따뜻한 떡을 선물했다.


시민운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투쟁


대책위는 지난 5년간의 투쟁을 되새기면서 “2016년을 달궜던 촛불항쟁을 빼놓을 수 없다. 불의와 결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시민들의 뜨거운 실천이 마침내 대통령 탄핵을 이루어냈던 역사적 사건은 추방운동을 승리로 귀결시켰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대책위 정현옥 총무는 “40년 넘게 용산에 살았고 성심여고를 졸업했다. 성심여중·고의 자녀를 둔 학부모다”라며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한 일이라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다. 정든 천막을 철거해 가슴이 아프지만 너무 고맙고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 해단식은 농성장에서 이용했던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라고 적힌 현판을 떼어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 곽찬


해단식은 농성장에서 이용했던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라고 적힌 현판을 떼어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은 물방울 하나가 모여 폭포가 되듯, 촛불이 모여 횃불을 이루듯 지난 5년간 마음을 모아주고 여름엔 더위, 겨울엔 추위를 함께 견뎌준 한 분 한 분의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 대책위 공동대표 성심여고 교장 김율옥 수녀. ⓒ 곽찬


대책위 공동대표이자 성심여고 교장 김율옥 수녀는 “때로는 ‘말’ 때문에 동물단체가 오기도 하고, 때로는 키즈카페 때문에 어린이 단체가 오기도 하고, 교육 때문에 선생님들 교육단체들과 함께했던 기억이 난다”며 지난 투쟁을 되새겼다.


김 수녀는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고, 아이들을 지키며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서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으로 바꿔 나간 시간을 기억한다”며 이번 승리가 “정의로운 세상, 나라다운 나라를 이뤄 가는데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우원식 의원 “처음 시작할 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했는데 과정을 보니 살아있는 계란이 죽은 바위를 넘었다”며 “작은 힘인 것 같지만 정당한 주장을 시작하고 힘을 내려놓지 않으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확인했다.”고 긴 시간 지속됐던 투쟁의 의미를 강조했다. 


용산 경마장추방운동의 과정은 동네에서 도박장 하나 추방하는 것이 아닌 정의의 승리고, 민주주의 승리고, 주민들의 진정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성심여고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감사인사를 담은 편지를 준비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보고 배운 것이 많다면서 “내가 온다고 폐쇄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경마장이 폐쇄된다는 말을 들은 날부터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는 것을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지구 끝까지 달려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뿐만 아닌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우리의 가족을 우리의 이웃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한 5년의 시간을 기억합니다. 마침내 정의가 승리했습니다.

- 화상경마장 폐쇄 기념조형물에 담긴 글귀



▲ 대책위는 조형물을 덮고 있던 막을 걷어내며 함성을 질렀다. ⓒ 곽찬


박원순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의 협조로 만들어진 기념조형물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뜻하는 발자국과 1인 시위를 비롯한 시위운동을 촛불로 표현해 5년간의 투쟁을 형상화했다.


대책위는 조형물을 덮고 있던 막을 걷어내며 함성을 질렀다. 자리에 함께 모인 사람들은 대책위의 선두에서 지치지 않고 버텨온 김율옥 수녀와 정방 대표를 차례로 들어 올려 헹가래를 쳤고 그간의 어려움과 현재의 기쁨이 모두 담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자리에 함께 모인 사람들이 김율옥 수녀와 정방 대표를 차례로 들어 올려 헹가래를 쳤다. ⓒ 곽찬


▲ 대책위 관계자들은 그간의 어려움과 현재의 기쁨이 모두 담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곽찬


이들은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용산화상경마장 반대 운동을 기억하며 모퉁이돌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며 1,710일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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