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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성모병원 노조 홍 지부장의 호소문
  • 편집국
  • 등록 2015-09-13 18:21:17
  • 수정 2015-09-14 17: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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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위해 바티칸에 가 있는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이 천주교 인천교구 신부들한테 보내는 ‘호소문’(탄원서)을 가톨릭프레스에 보내왔다.


가톨릭프레스는 이 장문의 호소문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몇 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홍 지부장의 호소문 – 1



신부님께



하느님 말씀과 예수님 사랑으로 우리 세상을 밝고 정의롭게 만들고자 애쓰시는 신부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무엇보다도 무더운 날씨와 메르스 사태 우려에 신부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1.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천성모병원 검사통합예약실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이자 노동조합 지부장을 맡고 있는 홍명옥입니다. 첫 직장으로 성모자애병원에 입사하여 올 해로 30년을 맞습니다. 며칠 전 병원 개원 60주년을 맞으며 병원 숨결 절반을 꼬박 동고동락 한 직원으로서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러나 한편 마냥 자랑스럽고 뿌듯해하기만 할 수 없는 최근 현실에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착잡함 심정입니다.


저는 지금 병원 중간관리자들로부터 3년째 집단 괴롭힘을 당해 더 이상 견딜 수없는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진단을 받고 3개월째 치료를 받으며 병가 중에 있습니다. ‘국제성모병원 허위환자 부당청구’라는 사건으로 언론이 떠들썩했고, 뒤이어 인천성모병원에서 벌어진 집단 괴롭힘 사건은 오늘 인천교구, 인천성모병원 정체성의 진실에 많은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진 병원의 사건들은 그 동안 천주교인천교구의 병원경영에 많은 우려를 해 왔던 분들의 문제의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처음으로 신부님들께 우리 병원 안의 현실을 공개적으로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일들은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인천교구가 병원을 경영하며 쌓아 온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처지와 입장에 따라 다른 주장들이 있겠지만 저는 저와 직원들이 겪고 있는 병원 현실을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노동조합 지부장으로서 책임 질 수 있는 범위 안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두 사건 이야기입니다.



2. 국제성모병원 ‘허위환자 부당청구’사건


3월 20일. ‘국제성모병원 허위환자 부당청구’라는 언론기사와 MBC방송 TV뉴스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계 역사상 대학병원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고 더구나 가톨릭종교기관이라는 점으로 그 충격은 훨씬 더 크게 울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언론을 접한 병원 직원들은 충격보다는 깊은 우려에 잠겼습니다. 그 문제는 이미 인천성모병원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경험했던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제성모병원에 대한 경찰압수수색결과는 인천성모병원에서 있었던 일들의 일부가 드러난 것뿐입니다. 숫자와 규모도 엄청난 수준이지만 대학병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사례는 우리나라 의료계 역사상 최초입니다. 사건이 언론에 터지고 난 후 병원의 태도와 입장은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하게 확산시켰습니다. 양쪽 병원 직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팩트 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사건 초기부터 이를 부정하며 “일부 직원들의 과잉 충성”이며 “관계자를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합니다. 그 후 입장을 바꿔 “병원 전산 시스템 오류”로 발생한 일이라고 했고, 얼마 후 다시 입장을 바꿔 “직원들에 대한 복지와 관행(본인부담금 면제), 연세 많으신 직원 가족들에 대한 배려(식권지급)”라며 아예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으로 이어갔습니다.


직간접 당사자인 직원들이 이 같은 병원의 입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이 일들은 은밀하거나 조심스럽게 진행된 것이 아닙니다. 보직자 회의를 통해 공식 안건으로 논의하고, 결정하고, 모든 부서 직원들에게 공식 지침으로 전달되고, 충실하게 이를 지켜낸 직원 당사자들이 2,600여명이나 됩니다. 게다가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해서 밝혀진 사건임에도 병원은 정직하게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병원 공식 입장 어디에도 2,600여명 직원들의 인격과 존재는 없었습니다. 직원들은 투명인간으로 취급되어 철저히 무시되었고 공범자라는 죄의식을 안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제보자, 20억 요구 공갈미수혐의로 고소고발’이라는 상황이 있었으나 이는 병원과 제보자간 사실을 규명할 일이지 병원이 실제 저지른 일들을 덮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3. 집단 괴롭힘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후 많은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들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사회에 호소하며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대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고 이는 많은 언론들에서 생생히 다뤄졌습니다. 또 병원의 운영주체인 천주교 인천교구에 사태해결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도 했습니다. 이들 단체들로서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병원 관리자들은 갑자기 노조간부들과 저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고 1:1면담을 하며 병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언론 인터뷰를 노조 지부장이 한 것 아니냐며 확인하기 시작했고, 시민단체들에서 피켓시위를 하던 날에는 저를 비롯한 노조간부 전원에 대해 시위 참여 여부 확인을 위해 실시간으로 위치파악을 하고 나섰습니다. 당연히 저와 우리노조 간부들은 국제성모병원사건과 관련된 그 어떤 행위를 한 적이 없었으며 당일 시위현장에 아무도 없었음이 실시간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병원에서 확인 해 올 때마다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수차례 밝히고 또 밝혔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어떤 근거에서인지 저를 배후의 인물로 지목하고 ‘근무시간 중 집단 괴롭힘’이라는 야만적인 일들을 벌였습니다.


4월 6일.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찍 출근해서 가장 바쁜 월요일 오전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이미 저를 공격할 만발의 준비를 마치고 행동을 개시하기로 한 날이었음을 점심시간이 돼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 휴식도 없이 겨우 30분씩 돌아가면서 밥만 먹고 바로 자리에 앉아 일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식당을 가려고 부서(검사통합예약실)를 나서는데 문 앞에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신 모 기획전략처장과 김 모 기획전략팀장이 다짜고짜 저를 원무팀 안으로 데리고 가더니 20여 분간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쏟아 붓기 시작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가 밖에서 우리병원에 대해 저렇게 떠들어대는데 왜 병원직원으로서 확인을 하지 않느냐, 왜 항의를 하지 않느냐, 반성해라’. 


이를 시작으로 정해진 시간대에 맞춰 부서장과 중간관리자들은 2~3인씩 한 조로 또는 6~7명이 떼를 지어 오기도 하고 혼자서 오기도 하면서 화장실이나 식당가는 길을 따라다니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제가 근무하는 부서에 들이닥쳤습니다. 그리고는 후배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심지어는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얘기 좀 하자, 당신이 노조 지부장이냐, 출근도 며칠 안한다는데 병원인증평가 준비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 지옥 가는 지름길이다 너!”등의 폭언과 야유, 모욕, 위협을 반복하며 집단괴롭힘을 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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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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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09-13 21:50:42

    말로 다 할수 없네요.
    교회가 어찌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원인과 과정은 어떻든 이런 폭력이  어떻게 가능 한지
    그것은 교회의 병원. 산하출판사 . 이익법인의
    직원들은 많은 수가 신부님. 수녀님. 주교님등의
    친인척이나  그들의 추천에 의해서 들어간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가능한 일입니다.특히 고위 관리자들은 더할 겁니다.
    가톨릭 기관에 공채가 있습니까?
    교희의 수익사업은 가톨릭 가족(가톨릭 마피아)들의 주도와 충성으로
    운영되며 일체의 반성과 성찰없이 순명 .충성으로
    이루어 집니다 . 이 구조를 개혁해야합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말에 조금 이라도 귀를 기울 일까요?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일이 교희의 일이고 하느님의 일이란 생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그것이 폭력이라해도~~~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부당한 일들이 생길지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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