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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 구체적으로 밝혀
  • 최진 기자
  • 등록 2015-08-21 17:39:10
  • 수정 2015-08-31 1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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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규 기자


보건의료노조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 경영 실태를 내부 문건을 인용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인천시 구월동 인천YMCA에서 ‘7·28 국회 토론회 관련 인천성모병원의 질의에 대한 공개답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병원 측은 노조가 지난 7월 28일 개최한 병원 경영 규탄 토론회에 대해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와 돈벌이 경영이라 주장하는 근거 등 14가지 항목의 질의 공문을 노조에게 보냈다.


이에 노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 경영 실태 및 노동·인권 유린 실태 등을 자세히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인천성모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치료하는 치유의 공간을 돈벌이의 장소로 전락시켰다. 이러한 일은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지난 10년 동안 일어났으며, 노조가 저항하자 처절하게 탄압했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은 병원 내부의 문건들을 인용해 병원 측의 질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수익성 높은 임상과를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라”


홍 지부장은 “수익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수익을 목표로 직원을 그룹으로 나누고 평가했다”며, 그룹별 과제에는 ‘반드시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기’라는 경영자 지침이 적혀있는 자료를 공개했다.


행정부원장 신부의 종합의견이 적혀 있는 ‘기획조정실 회의록’도 공개됐다.


행정부원장 신부의 종합의견에는 “환자 풀(Pool)을 증가시키는 것이 최대 숙제이고, 급선무이다. 수익성 높은 임상과를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라”고 적혀있었다.


또한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PET-CT’ 촬영을 하루 17건 유지하라는 의료행위 지침도 내렸다.


홍 지부장은 “이처럼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가 아니라 실적 지침에 맞춘 진료가 일어나게 된다”며 “매 월 회의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라는 내용이 전달됐다”고 말했다.


병원장인 이학노 몬시뇰도 직접 공문을 통해 병원수익성 증가를 가져오는 ACE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독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원봉사자의 노동력 제공받아 병원 이미지 높여라”


‘그리스도의 사랑이 살아 숨 쉬는 최상의 첨단진료’라는 이름의 보직자 전달사항에서는 봉사자수를 확보하여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받아, 병원의 긍정적 이미지와 모니터링 강화, 지역사회의 정보 수집을 목적한다고 적혀있다.


홍 지부장은 이에 대해 “천주교 신자로 이루어진 자원봉사자를 구성해서 가톨릭의 이념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수익창출을 위한 홍보 전략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제시된 활동보고서에는 ‘안과 정밀검사 신규 환자 유치’를 위해 담당 의사가 안과 정밀검사를 홍보하고, 환자에게 정밀검사를 권유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강화도 본당과 연계한 환자 유치’ 문건에는 ‘잠재되어 있는 대규모 고객군을 고객으로 유인하기 위해’라는 목적과 함께 신환자 유치를 위한 아파트 단지 홍보를 위해 부녀회 및 주민 자치단체와 접촉하라는 지시 내용도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 볼 낯 없어...가톨릭대학 이름에 침 뱉어”


직원 그룹웨어 게시판을 통해 한 의사는 “많은 교수들이 경제 논리에 따른 수입 구조 때문에 의욕을 상실하게 됐다”며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에 침을 뱉은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볼 낯이 없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의사는 “무리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한번 와도 될 환자를 두 번 오게 하고, 장기 처방 일 수를 제한하고, 고가 장비를 더 많이 활용하고, 환자 상태가 아니라 빈 병실 상황에 맞추어 입·퇴원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 최진 기자



이렇게 해서 올린 많은 수익은 신부를 포함한 몇몇 병원 간부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홍 지부장은 급여자료를 공개하면서 “직원들 임금이 4년 동결된 동안 몇몇 경영진의 연봉은 매우 올랐다”며 “몇몇 경영진에는 신부도 포함돼 있어 이 자리에서 급여명부를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도덕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영 중책 간부의 연봉은 2006년 4,800만 원에서 2008년 8,300만 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홍 지부장은 “다른 가톨릭대학 병원은 신부들이 노사 교섭에 나오고 노사관계 문제해결을 총괄한다. 그러나 인천성모병원은 ‘성직자는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공문을 내리고 경영주체인 신부가 교섭에서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병원 경영진들은 신부들이기 때문에 신부들 인사권이 있는 주교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 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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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김정범 대표는 “가장 최근까지 종교적인 신념과 지침을 유지했던 가톨릭병원까지 기존 수익중심 병원을 따라가면서 오히려 기존의 병원을 앞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천성모병원의 사태가 널리 알려지고 반성되면서 의료적 본질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의 서선영 변호사는 “인천성모병원 사태는 현행법상으로 볼 때 노조법 위반 부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또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것도 죄가 된다. 지금 병원이 하는 행위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측은 직접 행위를 지시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주교와의 면담을 신청하고 천막농성, 그림자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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