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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선택은 철회될 수 없다 [이신부의 세·빛] 사랑의 문명을 실현하는 파스카 과업 이기우 2023-11-03 16: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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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0주간 토요일(2023.11.4.) : 로마 11,1-29; 루카 14,7-11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동족인 유다인들의 구원 문제를 거론하였습니다. 비록 유다인들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채 그저 왕이 되려 했던 거짓 예언자로 몰아서는 로마인들의 권세를 빌려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지만, 이렇듯 치명적인 역사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조상을 당신 백성으로 부르시고 인류 구원의 맏이로 삼으셨던 하느님의 선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룩하신 우주 창조의 업적과 한처음부터 예정하신 인류 구원의 섭리 그리고 이를 위해 유다인들에게 베푸신 은사와 소명은 너무도 막중해서 철회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주 공간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별들의 궤도는 일정하듯이, 개인이나 민족의 삶에 담긴 하느님의 섭리도 지나간 과거의 궤적으로 보면 다가올 미래의 궤적도 알 수 있는 법이라는 것이 사도 바오로가 유다인 최고의 엘리트로서 히브리적 사유의 최고봉을 드러낸 통찰입니다.


이러한 통찰은 아브라함 이래 예수님 시대까지 일어났던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풀어낸 해석이요 의미이지만, 그 이후에 유다인들의 행적에 나타난 최근까지의 역사적 사실은 이렇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죽인 이후 로마에 의해 그들의 나라는 멸망 당하고 민족은 전 세계로 흩어져 떠돌이로 살았습니다. 이집트 종살이와 바빌론 유배살이에 이어 이번에는 2천 년 동안 모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핍박받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독일 히틀러와 나찌 정권에 의해서 수백만명이 학살당한 참극은 그 정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참극을 피해서 미국으로 망명한 유다인들 가운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엘리트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중세 이래 그리스도교 국가들에서 그들은 토지나 재산 등을 몰수당하고 추방당하곤 했기 때문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재산 즉 머리 속에 든 전문 지식이나 기술 등을 습득하는 데 집중해 온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처음부터 영국 성공회로부터 박해받은 청교도들이 시작한 신생국가였기 때문에, 유다인들은 환영받는 동료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유다인들의 재산과 전문 능력이 신생 미국에 집중적으로 투자되어 하바드 대학을 비롯한 유수한 교육기관들이 설립되었습니다.


그 결과, 1901년부터 지금까지 인류에게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상 중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 노벨상이고 그 수상자는 모두 1082여 명인데 그중 20% 가량인 200여 명이 유다인 출신이었고 대부분 미국이나 간혹 유럽 국적이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전 세계 78억여 명의 인류 가운데 겨우 0.2%에 불과한 천4백만 명밖에 안 되는데도 그들은 이렇듯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안에서는 외교와 국방, 금융과 언론, 학계 등에서 유다인들은 미국을 움직이는 실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유대 권력입니다. 이들은 협회를 만들어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정치 헌금을 아끼지 않고 있고, 선거에서도 마치 한 표처럼 행사되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주지사, 상원의원, 하원의원 등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후보자들은 이 협회에 너도 나도 얼굴을 내밀고자 노심초사합니다. 여기까지가 실제 일어난 사실, 즉 팩트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미국 유다인들이 이룩한 가치를 마치 미국 문명을 대표하는 것인 양 홍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유다인들이 보여준 역사적 팩트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한국인들과 유다인 자신들이 매우 다른 견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숫자는 겨우 1명이라서 한국인들은 유다인들을 매우 높게 평가하지만, 정작 유다인 자신들은 한국인들을 매우 부러워합니다.


미국 이민자들 중에서 부지런하기 짝이 없는 유다계 이민자들을 게으르게 보이게 하는 사람들이 한국계 이민자들이고, 평균 지능지수는 한국인이 유다인보다 더 높으며, 전 세계에서 유다인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따라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유일한 지역이 한민족이 사는 남한과 북한입니다.


두 민족 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벌여야 했는데, 유다인들의 나라인 이스라엘 학자들은 한반도에서 살아남아 현재 선진국으로 국력을 발전시킨 한민족의 생존비결을 연구과제로 삼아 해마다 학술 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석유로 국부를 일군 굴지의 아랍 국가들 틈바구니에서 악다구니를 써 가며 그나마 미국의 막강한 지원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세계 최강대국 네 나라 사이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한류를 전파하여 공감을 폭넓게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유다인들의 전통인 구약성경은 폭넓게 읽혀지고 있지만 전 세계인들이 유다인들을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의 세력이 하마스를 무자비하게 폭격하여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룩한 국가 이스라엘은 중동 평화를 위협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국운이 단군 이래 최고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이제까지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하던 18세기의 프랑스, 19세기의 영국, 20세기의 미국의 문화보다도 더 보편적인 공감을 전 세계인들로부터 얻으며 날이 갈수록 그 영향력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근세 이래의 유다인들의 성취가 물질문명적 차원에 국한되어 있음을 간파하고 바오로의 예언을 성서적 근거에 입각하여 설명하면서 한민족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오늘 독서 말씀에 따라서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는 소수 유다인 그리스도인들(Messiahnic Jews)입니다.


유다교를 믿는 다수 이스라엘 유다인들에 비해 소수(약 4백여 명)이기는 하지만 예루살렘 성서대학 교수들을 비롯하여 대부분 성서학자들인 이들에 의하면, 노아의 홍수 이래 인류는 노아의 후손들이고, 후손들 가운데에서도 직계가 유다인들과 한민족이라는 것입니다. 즉, 창세기 10장과 11장에 보면, 노아의 직계 4대 후손 에베르의 큰 아들인 펠렉의 후손이 아브라함이고 그 후손이 유다인들입니다.


그런데 에베르의 작은 아들인 욕탄은 동방으로 갔는데 성서의 기록은 여기서 멈추어있지만 욕탄의 후손은 동방에서 하느님 신앙을 간직하여 제천행사를 계승하고 홍익인간(弘益人間) 같은 이타적 건국신화와 제세이화(濟世理化) 같이 진리를 추구하는 보편적 이념을 간직해 온 한민족으로 추정된다는 견해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이집트 바빌론 신화, 중국이나 일본 신화 등은 이에 비하면 한참 격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 견해가 타당하려면 좀 더 설득력 있는 근거가 필요해 보이는데, 현재 선한 영향력으로 전 세계 인류에게 경탄을 일으키고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한류가 그 징후일 수 있습니다. 단지 한국인들의 문화를 널리 퍼뜨리고 덩달아 한국 수출 상품이 많이 팔리는 물질문명 차원의 효과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위에 정신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한민족의 노력이 더해져야 합니다.


그야말로 홍익인간과 제세이화의 이념과 가치를 한류가 실현할 만큼 복음화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직접적으로는 아시아의 복음화 과업일 것이요,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복음화일 것이고, 가톨릭교회의 재복음화도 수반할 파스카 과업일 것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가 결론으로 삼고 있는 사랑의 문명일테지요.


아마 이렇게 되면, 전 세계의 유다인들이 비로소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고 믿게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어야 사도 바오로의 통찰력 있는 예언이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겠지요. 노벨상을 아무리 많이 받았다고 해도 결국 물질문명의 발달에 기여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 한류에 힘입어 각 민족들로 하여금 자유와 평등, 정의와 평화라는 최고선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인간 존엄성의 공동선 가치까지 실현시킬 수 있다면 이야말로 사랑의 문명을 실현하는 파스카 과업이 되는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이렇게 되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지대에서 살아남기는 했으나 정치적 노예상태를 면치 못하고 분단국 신세였던 꼴찌 대한민국이 머지않아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사랑의 문명을 주도하는 일등 국가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103위 순교성인과 124위 순교복자를 비롯하여 기라성 같은 조선의 별들을 배출하는 동안 선교사 없이 스스로 복음진리를 들여왔고 박해기간 백년 동안에도 백 군데가 넘은 교우촌을 세워서 신앙 진리를 증거함으로써 오히려 교세를 늘린 자랑스런 역사를 지닌 우리 한국교회가 가톨릭교회의 새 복음화를 주도하는 명품 교회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로마 11,29).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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