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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 중요한 것은 수위권이나 전례 문제가 아닙니다” [이신부의 세·빛] 일치 주간 ① 분열의 역사적 책임과 하나인 교회 2020-01-17
이기우 edit@catholicpress.kr


연중 제1주간 토요일(2020.1.18.) : 1사무 9,1-4.17-19; 10,1; 마르 2,13-17



오늘부터 사도 바오로의 회심 축일인 25일까지 8일 동안 그리스도교 일치 주간을 지냅니다. 그 취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일치 교령을 반포함으로써 고대 말기에 불화를 빚어 분열되었던 동방 교회 신자들과 중세 말기에 서방 로마 교회에서 갈라져 나간 프로테스탄트 교파의 신자들을 ‘갈라진 형제들’이라고 부르면서 일치를 위한 공동의 움직임을 촉구한 데 따른 것입니다. 


교회 일치, 더 정확히 말해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는 예수님께서 유언으로 남기신 중대 명령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최후의 순간을 앞두고 최후의 만찬을 하시기 전에 제자들이 하나가 되도록 기도하시며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그런데 일치의 표징이 되어야 할 성체성사를 거행하는 사제들의 수위권 해석과 성직주의적 폐해 때문에 교회가 분열되었습니다. 베드로를 수제자로 임명하시면서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끼리 꼴찌가 되어 서로 섬겨야 한다고 명령하셨으며, 성체성사를 세우시면서도 이 성사가 겨냥하는 상호 섬김의 자세로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한다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이 교회 분열과 교파 분열의 책임은 사제들이 져야 하는 것이지 일반 신자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모든 평신도들은 동방 교회에 속하든 서방 교회에 속하든 각 교회의 수장인 총대주교와 교황의 권위를 서로 인정함으로써 성사생활에 있어 서로 형제로 인정하며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또 가톨릭 교파에 속하든 프로테스탄트 교파에 속하든 성사생활에서도 일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지향하면서 성경의 감도와 성령의 이끄심에 순명하며 사회의 공동선에 협력하여 봉사해야 합니다. 


또한, 이 분열 사태는 고대 말기와 중세 말기에 유럽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도 그 분열의 부작용과 악영향은 전 세계로 퍼졌으며 오늘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최근에 와서는 그 간극이 더 크게 벌어지는 듯한 추세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위권 문제나 전례 문제가 아니라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십자가와 부활의 삶을 하느님의 현존으로 알아보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분열 사태의 직접적인 책임에서 벗어나 있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분열의 간극이 더 커지고 서로를 경원시하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물론 서방 가톨릭교회에 속하는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일치 운동을 전개한다고 하더라도 로마의 주교로서 서방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을 대표하는 교황에 대한 충실성을 유보한다거나, 특히 성체성사로서 일치를 담보하는 성사생활의 가치를 유보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대 유럽 그리스도인들과 중세 유럽 그리스도인들이 저지른 분열 행위 때문에 오늘날 심리적 장벽이 동·서방 교회에 있어서 행정 단위의 벽보다 높아지고 또한 가톨릭 교파와 프로테스탄트 교파에 있어서 예배 형식의 벽보다 더 높아진 것은 분명히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해결해야 할 일치 운동의 과제입니다. 그들은 세상을 죄악으로 물들이고 있는 악마와의 대결 전선에 있어서 함께 대결해야 할 동지요 우군이며 갈라진 형제일 뿐입니다. 또한, 그들이 선교적 경쟁상대일 수는 있어도 무슨 이단세력처럼 그들을 적으로 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행정 단위가 분화되고 예배 형식이 다양해졌다고 해도 교파들이 늘어난 것일 뿐 엄밀히 말하면 교회는 분열된 것이 아닙니다. 여전히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사도신경을 통해 하나인 교회를 믿고 있습니다. 


하나인 교회의 근거는 신앙의 단일성입니다. 교회 행정 단위가 달라지고 예배 형식이 다양해졌다 해도 예수를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신앙 자체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이단이지 그리스도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신앙의 단일성은 구약의 역사에서부터 준비된 것이고, 신약의 역사에서도 바리사이즘 유다교와의 대결을 통해 형성된 진리입니다. 


교회 일치의 계기가 되어 주고 있는 역사적 인물은 사도 바오로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기 전에 열성적인 바리사이로서 율법을 신봉하던 유다교 신자였습니다. 또한, 벤야민 지파 출신으로서 남다른 자부심을 지니던 유다인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독서인 사무엘 상권의 말씀에서 들으신 대로, 그는 통일 이스라엘 왕국의 초대 임금으로 사무엘 예언자로부터 임명된 사울 왕의 후손으로서 같은 이름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하느님께서 선택하셨다는 그 역사성의 진실은 시대가 바뀌고 분열의 역사적 얼룩이 묻었어도 가려질 수 없습니다. 


하느님 선택의 이 역사성 진실 위에 예수님께서 이 진실이 작동되어야 할 역사적 방향을 제시해 주신 사실이 오늘 복음에 나옵니다. 그분은 유다교에서 특히 바리사이들이 경원시하던 세리와 죄인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셨습니다. 그들의 행태가 모범적이어서라거나 무슨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들의 회개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선택은 하느님의 원의에 의해서 구체화되는 것이 역사의 순리요 섭리입니다. 


이와 똑같은 이치로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던 사울조차도 예수님께서 필요로 하셨기 때문에, 특히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 필요로 하셨기 때문에 돌려세우셔서 사도로 삼으셨고, 사도가 된 그는 이 부르심을 간직하고자 바오로라는 로마식 이름으로 스스로 바꾸어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동방 교회의 그리스도인들도, 프로테스탄트 교파의 그리스도인들도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선교 일꾼들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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