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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제발 정치 얘기 좀 그만하면 안 되나요? (지성용)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지성용 2019-05-10 15: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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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의를 마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한 교우 자매가 “신부님 제발 정치 얘기 좀 그만 하면 안 되나요?” 라고 말한다. 그날은 4월 16일이었다. 그 자매는 내게 “부모가 죽어도 5년 동안 리본 달고 다니나요? 신부님이 자꾸 의도적으로 특정 정치를 옹호하는 것으로 들리네요”라고도 말했다. 


그날 강의 중에 했던 나의 발언을 돌아보았다. ‘세월호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사고 발생에서부터 지금까지 의혹이 하나, 둘이 아니다. 특히 왜 아이들을 구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구조를 하지 않은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에 관련된 CCTV 및 기록장치에 충돌 전후 중요한 시간의 기록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이 사고에 대해, 보다 정확한 조사와 사고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 한 치의 의혹이 없이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사고는 다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것이다!’ 이런 내용이었다.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국가와 종교와의 문제에서 저 멀리 로마시대부터 지금 2019년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특히 근현대 국가에 이르러 종교의 정치참여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다. 종교가 권력과 자본을 가진 기득권자들의 편에 서 있을 때 사회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근대시민들의 요구가 혁명에 반영되면서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 건설의 이념적 기초를 세계인들 앞에 내놓았다. 


본래 종교는 사회적인 약자와 차별받는 자들, 보호가 필요한 ‘버려진 돌’들을 주워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수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는 이들의 벗이 되었다. 세리와 창녀, 가난한 이들과 굶주린 이들의 편이 되어 그들에게 빵이 되고 술이 되었다. 억울하고 답답한 이들의 편이 되어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를 강물처럼 흐르게 만드는 것이 예수의 전도여행이었다.


종교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권력과 돈의 놀음에 종교가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처음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종교 운영자들은 약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련의 연대를 정치적 쟁점으로 몰고 간다. 그리고 그러한 연대를 불온하게 설명한다. 이러한 종교권력의 권력지향적 정치참여가 선량한 의지를 가진 다수의 연대와 참여에 거꾸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부님 제발 정치 얘기 좀 그만 하면 안 되나요?”라고 물었던 그 자매에게 묻고 싶다. 우리들의 높으신 추기경님들과 주교님들이 유력한 정치인들과 회동하고 예방을 받고 자칫 그들에게 유리할 것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할까요, 또 제1야당의 원내대표 정치인은 가톨릭신자라는 것을 적극 내세우며 종교 마켓팅을 벌이고 있는데, 이것은 또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정치인들이 종교를 악용하며 자신들의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나 종교수장들이 유력한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국가예산과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더 정치에 간여하는 것은 아닐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말한다. “그들이 통치하니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들의 통치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그들이 더 잘 통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능력껏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정치는 공동선에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예수에게 사형을 내린 빌라도처럼 손을 씻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뭔가 기여해야 합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2013년 9월 16일 성녀 마르타의 집 소강당에서 미사 중



[필진정보]
지성용 : 천주교 인천교구 용유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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