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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침략군 왜군에 복무한 신부를 기념할 필요는 없다 마산교구 다시 생각하길 김근수 편집장 2015-12-09 10: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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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 군기 들고 있는 왜군 기수병들과 조준사격을 하고 있는 조총병들


1592년 5월 23일 천주교 신자이던 고니시 유키나가를 선봉장으로 배 700여 척과 30만 왜군이 조선땅과 조선 사람들을 8년 동안 잔혹하게 유린했다.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이다.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평양을 거쳐 의주로 도망쳤다. 


1577년 일본에 선교사로 와서 체류하던 예수회 소속 세스페데스 신부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초청으로 1593년 12월 조선에 왔다. 그는 1595년 6월까지 고니시 유키나가가 주둔했던 진해 웅천왜성에 머물며 왜군 천주교 신자들에게 미사를 집전과 교리 강론을 하였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한반도를 방문한 최초의 신부요 한반도에서 미사를 처음 드린 신부다. 그러나 조선인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했다는 기록이나 증거는 없다.


창원시가 11월 30일 진해 웅천왜성 근처에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을 따라 조선에 왔던 세스페데스 신부를 기념하는 세스페데스 공원을 개장했다. 개장식에는 스페인 대사 등 7개국 대사들과 천주교 마산교구장 안명옥 주교 등이 참석했다.  


공원 개장식에서 안명옥 주교는 “웅천 왜성의 잔허와 함께 이곳에 마련된 세스페데스 신부기념 공원이 지니는 의미는 단순히 왜군의 침략적 야욕이 조성한 부정적 조형물로 그치지 않고, 민족의 쓰라린 고난 속에 드리워진 하느님 진리의 손길이 어둠을 뚫고 드러나는 긍정적인 함의를 머금은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교구 배기현 신부(마산교구 총대리)는 세스페데스 기념공원을 만든다는 소식을 창원시로부터 듣고 교구청도 고민을 했다. 민족적 입장에서 보면 반대의견을 낼 수도 있지만 어두운 전란 속에 하느님의 손길이 세스페데스를 통해 섬광처럼 당시 조선땅에 슬쩍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며 세스페데스의 발자취가 한국 천주교 전사(前史)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 마산교구는 2009년부터 웅천왜성에서 해마다 미사를 봉헌하여 왔다.


김유철 시인(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창원시가 세스페데스 공원을 조성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인에게 포교했다는 기록이 없어 천주교 내에서도 논란이 있고, 세스페데스 신부를 기리려면 수도회 등에서 하면 될 것인데 창원시가 앞장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하춘수 신부(정의구현전국사제단 마산교구 대표)는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 땅을 처음으로 밟은 신부이고 미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왜장인 고니시 유키나가의 초청으로 와 왜장과 왜군을 위한 미사를 했을 뿐이다. 왜군으로 인해 조선 사람이 얼마나 많이 도륙당하고 고통을 당한지 알지 않느냐. 지자체가 공원을 조성해야 하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16세기에는 종군신부라는 개념이 없었느니 세스페데스 신부를 일본군의 군종신부라고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니 하는 일부 주장은 문제의 핵심에서 거리가 멀다. 세스페데스 신부가 일본군 천주교 신자인 왜군을 위해 왔느냐 조선에서 조선인에게 복음 전파를 위해 왔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한 기록이 있는가. 세스페데스 신부가 한반도에서 복음을 전파했는가. 이 물음에 마산교구의 의견을 듣고 싶다. 세스페데스 신부의 소속인 예수회의 생각도 또한 궁금하다. 


사제가 이 땅에 도착한 것이 교회사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평신도가 처음 도착한 사실은 신학적으로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세스페데스 신부의 도착에 큰 의미를 주는 사람들은 그보다 19개월 먼저 조선땅을 밟은 왜군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 것이라고 설마 우길까.


조선을 침략한 왜군에게 봉사한 세스페데스 신부를 우리가 왜 무엇을 위해 기념한단 말인가. 침략군에게 부역한 신부를 기념하는 일이 예수와 복음 전파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왜군을 따라 온 세스페데스 신부를 기념하는 공원과 미사가 당시 조선인과 지금 한국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임진왜란에서 희생된 조선 사람들을 위해 미사를 드리고 추모하는 것은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그러나 세스페데스 신부를 교회사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 침략군에 희생된 조선인들을 기억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침략군 왜군에 복무한 신부를 기념하는 일은 신학적으로 아무 가치 없다. 안명옥 주교와 배기현 신부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남미를 침략한 스페인과 포르투갈 군대에서 복무하던 천주교 신부들을 남미 천주교회는 이제 기념하지 않고 오히려 죄송스럽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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