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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한국천주교회”
  • 가톨릭프레스 편집장
  • 등록 2015-04-14 20:30:11
  • 수정 2015-04-15 20: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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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해방 70년이지만 또한 분단 70년이기도 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이 50년 지났지만, 공의회 정신은 아직도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작년에 교황방한과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두 사건이었다. 교황방한은 한민족에게 큰 기쁨이었고, 세월호 참사는 큰 슬픔이었다. 교황방한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 큰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에서 교황방한의 감동과 자취는 곧 자취를 감추었다.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했지만, 한국 주교들은 세월호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교황은 방한 기간 내내 노란 세월호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녔다. 그러나 30여명의 한국 주교중에 노란 세월호 리본을 달고 다닌 주교는 거의 없었다. 우연이나 무관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교들이 의도적으로 교황에게 반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주교들은 교황에게 항명한 셈이다. 만일 어느 교구장 주교가 세월호 리본을 했는데 교구 사제들이 거의 하지 않았다면, 주교는 그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까. 주교는 그 사건을 아무 말없이 지나갔을까. 주교가 교황에게 항명하는데, 주교가 사제에게 순명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교황의 말씀을 무시하는 주교를 보기란 불쾌하다.


교황방한 겨우 일주 후 염수정추기경은 광화문에 들러 세월호 유가족에게 아픔을 마음에 담아두라는 발언을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세월호 진상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주교회의 전체 의견으로 어떤 입장도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세월호 문제는 주교들에게 관심 밖의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팽목항을 지금까지 다녀온 주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한달 전 한국주교단은 교황청을 방문하여 교황 말씀을 다시 들었다. 교황은 주교들에게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요?” 라고 물었다. 교황의 질문은 세월호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주교들에게 물은 것이 아니다. 그런 정보는 주한 교황청대사관을 통해 이미 교황에게 보고되고 있다. 교황의 질문은 세월호 문제에 대해 한국 주교들은 지금까지 어떻게 했는지 소개하라는 말이다.


주교들은 할 말이 있었을까.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면 적어도 이런 말을 했어야 했다. 염수정추기경,“저는 교황님이 한국을 떠나신 며칠 후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서 마음에 담아두라고 말했습니다. 또 세월호 문제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규만 주교, “교황님이 다녀가셨는데 왜 한국교회는 바뀌지 않느냐?‘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정도로 교회가 바뀔 것 같으면, 우리 교회는 수도 없이 탈바꿈해야 했을 것입니다.” 유흥식주교, “저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지 6달이 지났지만 아직 팽목항에 가보지도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해야 했을 것이다. “한국 주교단 25명중에 팽목항에 가 본 사람은 다섯 명도 되지 않습니다.”라고 정직하게 보고해야 했다.


과연 그렇게 말했는지 의문이다. 교황에게 진실 보고를 하지 않는 주교단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교황에게 진실 보고를 했지만, 국민이나 신자들에게 숨긴다면, 그것 역시 큰 문제다. 주교단의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주교들이 어떻게 답변했는지 우리는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주교들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께 답변한 것으로 알려진 김희중 대주교에게 그 대답을 듣고 싶다. 우리 국민이나 신자들이 주교들의 답변을 알 권리가 없다는 말인가.


이러한 주교들의 발언과 처신을 보고 신자들은 “주교들은 교황을 본받지 않는구나, 주교들은 교황보다 한국 정권을 더 두려워하는게 아닐까”라고 의심하게 되었다. 교황대사는 주교들의 이런 발언을 교황청에 제대로 보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교황에게 반항하는 주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다.


3. 며칠 후 우리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한다. 교황방한과 세월호 참사를 다시 말해야 할 시점이다. 1주전 부활절 메시지에서 한국 주교들은 세월호 문제에 대해 어떤 말을 했을까. 부활절 메시지에서 세월호라는 단어 자체도 언급하지 않은 주교가 한둘이 아니다. 무려 8명이나 된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는 말을 한 주교는 몇 명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진실을 밝히도록 촉구한 주교는 드물었다. 세월호 시행령을 없애라고 말한 의정부교구장 이기헌주교의 발언이 가장 강력하였다.


세월호 문제에 대한 주교들의 대응을 보면, 한 마디로 한심하다. 그 정도의 처신으로 신자들에게 어떻게 순명을 요구하고 존경을 기대할까. 국민들이 신자들이 진심으로 믿고 마음 놓고 존경할 주교가 한국에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들을 향하는 국민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주교들은 알기나 할까.


교회쇄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교회쇄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첫째, 한국주교들의 회개가 절실하다. 많은 신자들과 국민들은 작년 교황방한 당시, 그리고 그후 한국 주교들이 보여준 처신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그 모습은 신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1988년 6월 18일 김수환 추기경은 인터뷰 중 해방신학 관련하여 이런 말을 하였다. "그리스도교적인 신학이 인간에게 해방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건 신학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구원은 인간에게 해방을 가져다주는 기쁜 소식인데, 인간다운 인간으로 해방을 가져다주는 것이라야 해방의 참 메시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야만 정말 그리스도교적인 신학이지, 해방이 빠져버리면 그냥 학문이지요. 학술토론을 위해 좋을지 몰라도 인간에게는 아무런 쓸모도, 아무런 메시지도 없는 것입니다. 루카복음 4장 18절에 나오는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밝히셨습니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즉 해방을 알리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이 당신의 사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이런 주교가 왜 보이지 않을까. 김수환 추기경처럼 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로메로 대주교처럼 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 1/10이라도 살려고 애쓰는 주교를 보고 싶다.


만일 세월호 문제를 한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맡는다면 어떻게 될까? 주교회의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힐 수 있을까. 세월호에 대한 주교들의 관심과 행동을 생각하면, 나는 부정적으로 감히 전망하고 싶다. 주교회의는 세월호 진상을 밝히지 못할 것이다. 주교회의는 아마 밝히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4. 한국 천주교회는 평신도교회, 순교자교회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전통을 지니고 있다. 억압적인 신분제도에 저항한 놀라운 개혁정신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파리외방전교회 성직자들이 조선 천주교회를 맡기 시작하면서 평신도교회는 성직자교회로, 순교자교회는 권력에 순종하는 교회로 탈바꿈되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일부 성직자 평신도들의 경우를 제외하면 한국천주교회는 사회민주화에 이바지한 적이 거의 없다. 그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전 주교단이 로마에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교황은 한국천주교회에 다시 충고했다. 순교자 교회, 평신도교회임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일부 사제는 군림하는 경향이 있다는 따끔한 말도 교황은 잊지 않았다. 사제는 겸손해져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작년 방한 때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라는 조언에 연결되는 발언이다. 인류복음화성성 장관 추기경은 한국천주교회에서 성직자중심주의가 더 강화되는 것 같다고 지적하였다. 성직자중심주의는 유교와 관계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을 한국천주교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한국천주교회의 현재와 미래는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만드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 주교들은 교황의 이런 조언을 못 들은 체 하는 것 같다.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주교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성직자중심주의를 고치기 위해 주교들과 사제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겸손한 사제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한마디로 교회 쇄신을 위한 교황의 조언을 진심으로 경청하는 한국 주교, 사제들은 드문 것 같다. 교황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주교들과 사제들에게 우리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주교들과 사제들은 교황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라. 교황을 은근히 훼방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개혁하라.


5. 우리 신자들도 언제까지나 성직자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 성직자들이 회개하지 않으면 우리 평신도가 먼저 회개하면 된다. 성직자가 교회를 망치면, 우리 평신도가 교회를 일으키면 된다. 주교가 교황의 말씀을 무시한다면, 우리 평신도가 교황 말씀을 먼저 존중하면 된다. 평신도는 교회의 구경꾼이 아니라 교회의 주인이다. 교회의 주인은 성직자가 아니라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다. 하느님의 백성은 평신도 뿐 아니라 우선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신자들은 성직자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교 신부 등 성직자는 부자, 권력자들과 접촉을 크게 줄이고,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한다. 신학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주교, 그런 원칙에 따라 처신하는 주교를 보는 것은 슬프고도 불쾌한 일이다. 우리는 주교를 존경하고 싶다. 존경받을 만한 처신을 주교들은 보여 달라. 터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


6. 가톨릭신문, 평화신문, 평화방송 등 한국에 가톨릭언론이 몇 개 있다. 그 언론들이 프란치스코교황의 교회 쇄신 노력을 얼마나 뒷받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목, 경향잡지 등 주교회의 기관지, 여러 성서관계 잡지, 신심 분야 잡지 등도 교황의 교회 개혁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가톨릭프레스에는 비판에서 제외되는 성역이 없다. 주교단도 가톨릭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가톨릭교회에서 유일한 성역은 오직 가난한 사람들 뿐이다. 신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교황 말씀을 어기거나 무시하는 주교가 있는지 가톨릭프레스는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가톨릭언론이 신자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는지 가톨릭프레스는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교회 안의 부패 행위가 있다면, 커다란 부패를 저지르는 주교나 성직자가 있다면, 가톨릭프레스는 근거있게 구체적으로 실명으로 비판할 것이다.


가톨릭교회에는 교회 쇄신을 미룰 시간이 없다. 그 누구도 교회 개혁을 방해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주교들과 사제들은 교황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개혁하라. 평신도들도 교황의 개혁 노력에 흔쾌히 참여하라. 가톨릭프레스는 한국천주교회에서 예언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교황의 암행어사 노릇을 충실히 할 것이다. 진리의 성령께서 가톨릭프레스를 보호하시고 격려하시기를 빈다.


덧붙이는 글

4월 10일 정동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창간기념 강연회 내용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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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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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ymoon2015-04-16 17:56:23

    가톨릭프레스가 더 빨라 나왔으면 우리 교회가 가난한 이웃에게 더 가까이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뭏든 주교, 사제, 평신도들을 엄중하게 감시하고 비판하여 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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