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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 조상제사에 대하여
  • 이기우
  • 등록 2026-09-25 16: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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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프레스 DB



한가위 (2026.9.25) 

: 요엘 2,22-24.26; 묵시 14,13-16; 루카 12,15-21



오늘은 한가위 명절입니다. 음력 8월 보름에 치르는 한가위는 추석 또는 중추절이라고도 부르며 설날과 더불어 한국인에게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명절입니다. 추석에는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추석 명절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추수를 하고 나서 하늘과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풍속으로 남북한에 사는 한민족이 모두 지내 왔습니다. 아무리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도 이 명절만큼은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으므로 “일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조상제사금지령이 해제된 후 천주교 신자들은 추석 명절에 세상을 떠나신 조상들과 부모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일가친척이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용되었습니다. 다만 이 때 조상의 위패를 놓거나 음식과 수저를 놓는 절차는 금지되고 있습니다. 조상이 신은 아니며 조상의 영혼이 차례상에 와서 음식을 먹을 수도 없기 때문에 조상제사의 본래 취지대로 조상을 공경하는 효성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상제사가 금지되었던 시절, 조상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를 받게 되자 정하상 바오로는 ‘상재상서(上宰相書)’를 올려 천주교 교리를 옹호하면서 조상공경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자세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죽은 사람 발 앞에 술과 음식을 바쳐 올리는 것은 천주교에서 금하는 것입니다. 살아있을 적에도 영혼을 술과 음식으로 모실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죽은 뒤의 영혼이야 어떠하겠습니까? 음식은 육신과 입을 공양하는 것이요, 도덕은 영혼의 양식입니다. 아무리 효성이 지극한 자식이라 할지라도 맛있는 음식으로 주무시는 부모 앞에서 공양을 할 수 없는 법이니, 잠잘 적엔 먹고 마실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잠을 잘 적에도 그러한데, 하물며 아주 잠든 때에는 어떠하겠습니까? 


그러므로 그 쌀밥, 기장이며 푸짐한 과일들은 헛된 것이 아니면 거짓된 것이니, 자식된 자가 헛되고 거짓된 예절로 돌아가신 부모를 섬길 수는 있는 것일까요? 이른바 사대부들의 위패도 천주교에서 금하는 것입니다. 이미 위패는 부모님의 기맥이나 육신과는 아무 연관도 없으며, 낳아 길러 주신 은혜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부모라는 이름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데, 장인이 깎아 만든 것에 물감과 먹으로 칠하여 놓고는 진짜 아버지고 진짜 어머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까? 이치에 맞지 않고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니, 차라리 사대부들에게 죄를 지을 지 언정 천주교에 죄를 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조상과 부모를 공경하되 음식과 위패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박해를 거두어 줄 것을 청했습니다. 





“천주교의 도리는 진실되고 거짓이 없어 전혀 어긋나지 않았으니, 지극히 참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통하게도 금과 옥을 가리켜 억지로 기와조각이라 하고 맛난 음식을 찌꺼기라 하니, 이 무슨 말입니까? 또한 애비도 없고 임금도 모르는 것들이라고 헐뜯는데, 이것은 천주성교의 뜻을 모르는 것입니다. 십계 중 네 번째에 ‘부모를 효성으로 공경하라’ 했으니, 충효 두 글자는 만 세대 동안 변하지 않는 도리입니다. 부모의 뜻과 몸을 봉양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이요, 교를 믿는 사람으로서는 더욱 힘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부모께 예의를 다해 섬기고 힘을 다해 봉양하는 것이 임금에 대해선 충성이 되어 목숨을 바치며 불길 속에 뛰어드는 것도 감히 피하지 않습니다. 

(…) 

지위에는 높고 낮은 것이 있고, 일에는 가볍고 중한 것이 있으니, 한 집안에서 아버지가 가장 중하지만, 아버지보다 높은 사람은 임금입니다. 또 한 나라에서 임금이 가장 중하지만, 임금보다 높은 것은 천지대군입니다. 아버지의 명을 따르면서 임금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죄가 무거울 것이요, 임금의 명을 따르되 천지대군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죄가 비길 바 없이 클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주를 받들어 섬기자는 것이지, 일부러 임금의 명을 어기고자 한 것이 아닌 부득이한 것이었느니, 이 한 가지 일을 가지고 애비도 없고 임금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습니까? …천주께서는 만물의 대부모요 대주재입니다. 

(…) 

목숨을 바쳐 주님의 참 가르침을 증거하고,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은 우리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 … 엎드려 바라옵건대, 각별히 불을 밝혀 읽어 보시고 도리가 참되고 바른지 거짓되고 나쁜 것인지를 자세히 분별하신 뒤에, 위로는 조정에 아뢰고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펼쳐야 할 것입니다. 또한 최선의 방법으로 일변하여 금령을 늦추고 체포령을 거두며 옥에 갇힌 이들을 놓아 주시어, 온 백성들과 함께 편안하고 즐겁게 태평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천 번 만 번 바라고 또 바랍니다.”


정약종의 둘째 아들이자 정약용의 조카로서 그는, 1801년 신유박해로 와해 직전에 있었던 조선 교회를 재건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여러 차례 북경에 드나들면서 성직자의 영입을 주선하고, 교황청에 요청하여 조선 교구를 북경 교구에서 독립시키는 데 노력하였습니다. 1839년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당시 박해의 주역인 우의정 이지연에게 이 ‘상재상서’를 올렸습니다. 아마 박해를 예상하고 체포되기 전에 미리 작성해 두었던 글일 것입니다. 이 글에 담긴 정하상과 천주교 신자들의 뜻은 오늘날에서야 실현되고 있습니다. 






[필진정보]
이기우(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사전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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