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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생활의 해 심포지엄 강연 4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7-24 10:37:00
  • 수정 2015-07-26 12: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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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6월부터 전국 네 곳에서 개최된 순회 심포지엄에서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의 강연 원고를 네 차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수도회는 가난 문제에 있어 흠잡을 데가 거의 없습니다. 그 문제는 수도자들이 아니라 주교들과 교구 사제들이 먼저 심각하게 반성할 일입니다.


나는 가난하게 사는가? 내가 얼마나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할까?”라는 문제보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금 어떤 관계인가?” 라는 주제에 수도자들이 더 집중하시면 어떨까요? 수도자들은 가난한 사람들보다 신자들을 먼저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는 다르게 말하고 싶습니다. 신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자고 말입니다.


수도자들은 여러 이유로 세상 현실을 잘 모르기 쉽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노인층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로 무려 50%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노후 문제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 부류 있습니다. 누구입니까? 부자들, 신부들, 수녀들입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오늘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만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책임이 한국주교회의에 주었다면, 과연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진실이 밝혀졌을까요.


만일, 로메로 대주교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대교구장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만일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난다면, 한국천주교회의 대응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을까요?


정치적 판단보다 신학적 판단을 먼저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정치권력과 갈등을 피할까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불의한 권력과 싸울까생각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권력자들과 친하게 지낼까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까생각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부자들에게 도움 받을까연구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울까연구해야 합니다.


로메로 대주교 말대로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부자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망가지지 않은 사제, 수도자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회개하지 못한 사제와 수도자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교회는 불의한 권력과 갈등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저항해야 합니다. 불의한 권력에 대한 비판을 예수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불의한 권력과 갈등하지 않는 교회, 불의한 권력에게 도움 받는 교회는 참된 교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주교가 부자나 권력자들과 친분을 자랑하거나. 그 친분을 이용하여 교회에 특혜를 얻거나 얻으려고 기대한다면, 그 주교를 주님의 참 제자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않는 주교를 주님의 참 제자라고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복음 선포는 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복음 선포에 반대하는 세력과 갈등하고 다투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 갈등을 피하기 위해 복음 선포의 일부 측면을 포기하고 교회 조직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복음 선포에 따르는 갈등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옳을까요.


이제 기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입니다. “인간적인 수녀의 표시는 무엇일까요? 기쁨입니다. 기쁘지 않은 수녀를 만나면 저는 슬퍼집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복음은 역시 기쁨입니다. 복음은 옳은 말씀, 진리, 믿을 교리 이전에 우선 기쁨입니다. 복음을 이해하기 위해 두뇌를 굴리기 전에, 복음에 기뻐하며 우선 몸으로 춤출 일입니다. 신약성서에서 메시아 시대 예언자인 이사야는 자주 인용되었지만, 재앙을 선포하던 예언자 예레미아는 딱 한번 마태오에 나올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입니다. “수녀들이 없는 교회를 생각해 보세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수녀들은 하느님 백성을 이끌어가는 선물이요, 누룩입니다. 자기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여인들은 위대합니다.”


교황은 작년 방한 때 수도자는 자비의 전문가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는 수도자는 정의의 전문가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수도자는 자비와 정의의 전문가입니다. 수도자는 그렇게 예수그리스도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황 말씀처럼, “교회 안의 여성은 주교나 신부보다 더 중요합니다.” 수도자는 더 당당하고 높아져야 하고, 사제는 더 겸손하고 낮아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한국교회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 선출을 수락하느냐는 질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답변 첫 문장은 저는 죄인입니다였습니다. 예수는 십자가의 마지막 길에서도 통곡하는 여인들에게 회개를 부탁하였습니다. 저도 회개하도록 애쓰겠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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