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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쟁에 익숙해져서는 안 됩니다”
  • 강재선
  • 등록 2025-06-20 12: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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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에서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전쟁의 현실을 강하게 규탄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이란, 이스라엘, 가자지구 등지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폭력과 파괴의 소식을 “교회의 심장을 찢는 외침”이라 표현하며, 전쟁을 "인류 전체의 패배"라고 단언했다.


평화 속에서는 아무것도 잃지 않지만, 전쟁은 모든 것을 잃게 한다.

교황은 이날 전쟁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은 "권력과 지배의 착각뿐이며, 그것은 결국 무고한 생명의 희생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라며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2차 세계대전의 어둠 속에서 평화를 호소했던 교황 비오 12세와, 동시대의 분쟁을 “조각난 제3차 세계대전”이라 명명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을 계승하는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특히 레오 14세는 이날 무기 산업과 국가주의적 군비 경쟁에 대한 깊은 영적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강력하고 정교한 무기 체계에 매혹되는 것 자체가 유혹이며 함정”이라며, 전쟁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악—즉 병기 산업의 이익 추구와 패권 정치의 논리—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었다. “무기와 권력의 유혹을 ‘함정’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교황의 메시지는, 단순한 정치적 주장 이상으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훼손하는 죄에 대한 영적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황은 또한, 평화를 향한 진정한 길은 “대화와 외교”라며, “절망처럼 보일 때일수록 우리는 끝까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튿날(6월 19일) 이탈리아 국영방송 TG1과의 인터뷰에서도 반복됐다. 그는 “전 세계가 평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라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름으로 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평화 사목의 진화 : 말뿐 아닌 실천으로


레오 14세의 평화 메시지는 단발적 성명이 아니라 일관된 사목적 흐름의 일부다. 그는 이미 지난 5월 첫 주일 삼종기도에서도 “더 이상 전쟁이 없기를(No more war)” 호소하며,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등지의 분쟁 상황을 “조각난 전 지구적 전쟁”으로 묘사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평화는 단지 군사적 중단이 아니라, 정의와 존엄에 기반한 질서의 회복”이라는 신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자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교황 레오 14세는 이날 발언을 통해 모든 신자들에게 깊은 성찰을 요청했다.

첫째, 우리는 ‘무기와 군사력’에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가?

둘째, 우리는 ‘평화’를 입으로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혐오와 분열의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셋째, 우리는 ‘기도와 연대’로 평화를 증언할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교황은 마지막으로 “신자들이야말로 세상의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평화의 복음을 살아내야 할 사도들”이라며, 우리 삶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평화의 여정을 촉구했다. 


“우리는 전쟁의 피해자인가, 아니면 평화의 사도인가?” 라는 레오 14세 교황의 물음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사는 신앙인에게 던지는 직접적인 질문이다. 그는, 교회의 사명은 “전쟁의 최전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서 평화를 증언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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