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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딱 좋은 흉흉한 날들
  • 지성용
  • 등록 2023-05-11 16:36:28
  • 수정 2023-05-11 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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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프레스 자료사진


‘세상일’은 나와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 우리가 만나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고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은 ‘세상일’이다. ‘세상일’이 우리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된다. 그래서 ‘세상일’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하는 일들에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기를 바란다.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노랫말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의 내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세상이 나를 결정 짓는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능동적으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상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동기와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은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하게 된다.


놀이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대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


우리는 끊임없이 내가 하는 일 안에서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무작정 돌을 나르는 일과, 성을 쌓아나가는 일은 하늘과 땅의 차이다. 성을 쌓는 사람이 발전하고 성장하고 성숙한다. 의미가 있어야 방향이 있고, 방향이 있어야 목표가 명확해진다. 목표가 있어야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되고, 얼마큼 더 가야 하는지, 얼마큼 더 힘을 써야 하는지 조절하고 조정하며 역량의 최고치를 이끌어 목표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마라톤은 42.195㎞를 뛰어야 하는데, 무작정 전 구간을 미친 듯 뛰어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일 때 모래로 성을 쌓고, 물을 가로막고, 레고블록을 쌓아 나갔던 기억들, 벽지에 낙서하고, 찢고, 부수고, 무너뜨렸던 모든 놀이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대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는 주변을 변화시키며 성장했고, 나를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는 일은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은 끊임없이 세상을 변화시키려 한다. 그것이 놀이이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내적인 동기가 된다.


이러한 내적 동기는 긍정적 정서를 향상시키며, 긍정적인 정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가지게 한다. 내적 동기가 명확한 사람은 차원이 다른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다. 제도교육이 바라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해결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민생파탄, 굴욕외교, 검찰독재를 막을 수가 없다.


얄팍하고 무능력한 정세, 민생은 파탄 나고 전쟁위험은 고조되고


전쟁으로 일어난 나라 미국은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초강대국이 되었다. 1775년부터 지금까지 225년 동안 전쟁이 멈추지 않았고, 남의 나라 전쟁에 기웃거리며 세계의 경찰임을 자처하며 전쟁을 일삼았다. 그런 미국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나라의 지도자는 암살하거나 쿠데타를 통해 제거하기도 했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처럼 보이는 미국은 가장 호전적인 국가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미국이 1972년 그리고 1979년, 중국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고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첨예한 중국과 대만 문제에 끼어들어 왜 화를 불러들이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왜 끼어들고, 이란은 왜 자극해서 국제고립을 자초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외교 폭망이다.


거꾸로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을 제3자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신 지급해주는 안을 일본과 합의했다. 일본이 주장해온 것을 다 들어주고는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얻어낸 것이 없다. 백 년 전의 일로 일본에 무릎을 꿇으라는 걸 ‘자신’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 극우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떠들어댄다. 그리고 주어가 없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라면 보내고, 도청하다 걸려서 ‘미안하다’ 하는데도 ‘동맹의 신뢰에는 문제없다’라고 지껄인다. 국빈대접을 받으면 뭣하나, 국제 호구가 되어 세계가 비웃는 것을 모르고 있으니 더 큰 문제다.


4월 말 현재 무역 적자액이 250여억 달러로 이미 작년 총 적자분의 절반을 넘어섰고 이대로 가면 올해 말에는 무역수지 적자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의 상당 부분은 대중국 무역적자다. ‘탈중국 선언’을 하는 대통령이나 “중국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경제관료나, 시민들의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얄팍하고 무능력한 정세, 정치 경제 국제정치 인식으로 민생은 파탄 나고, 전쟁위험은 고조되고 있다.


싹 뒤집어야 한다, 아직 우리에겐 여러 길이 있다


민주당이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가 된 것이다. 가만히 있으니 계속 더 하는 것이다. 정권이 ‘더불어돈봉투당’으로, ‘쩐당대회’로 몰아가도 뚜렷한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니, 기울어진 운동장, 왜곡된 언론환경 아래서 늘 얻어맞기만 하는 것이다. 1960년 4.19 혁명, 1980년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항쟁, 2016년 촛불항쟁, 2019년 서초항쟁으로 민중들은 끊임없이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주었지만, 개혁과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의회정치는 이제 대의(代議)의 무력감과 효능감 없는 정치로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싹 뒤집어야 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3월 20일 전주를 시작으로 시국미사를 이어가고 있다. 4월, 서울광장에서 시작된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회(사제단 비대위)’의 ‘친일매국 검찰 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미사’는 오는 8일에는 춘천 애막골성당에서, 15일엔 광주 국립 5·18묘지 구묘역에서, 22일에는 의정부성당에서 순회 시국미사를 이어가며, 6월에는 5일, 인천에서 미사를 이어 갈 것이다.


불교계 진보단체들도 4월 ‘윤석열 퇴진 1차 야단법석 준비위원회’를 꾸렸고, 오는 20일 오후 3시 서울광장 일대에서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야단법석을 열기로 결의하였다. ‘윤석열 정부 1년에 부치는 기독교 목회자 시국선언’ 준비위원들은 ‘목회자 시국선언’ 선언문에서 집권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온 나라에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감리교 목사들이 포문을 연 이래 개신교 전체로 시국선언이 퍼지고 있다. 종교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종교인들이 이렇게 일어난다는 것은 ‘때가 무르익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대의 징표다.


우리는 늘 시간이 지난 다음 ‘그때 ~라면’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때 더 싸웠더라면’ ‘그때 더 정확히 알았더라면’ ‘그때 더 조심했더라면’ ‘그때 더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면’. ‘지금’이 바로 지나면 ‘그때’가 되는 것이다. ‘지금’ 시작해야 하고, ‘지금’ 더 준비해야 하고, ‘지금’ 더 정확히 알아야 하고, ‘지금’ 더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도에 일본 자위대가 상륙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될 것이다. 일본이, 러시아가, 중국이, 미국이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경각에 이르러서야 ‘그때’ 우리가 무엇을 했던가! ‘그때’ 말했어야 했는데, ‘그때’ 싸웠어야 했는데, 라고 한탄하며 통곡하게 될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길이 있고, 방법이 있고, 희망이 있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해야 할 때이다. 재미있게, 의미 있게 놀면서 싸워야 오래간다. 오래가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권력은 길어야 4년이고, 언제든 윤석열 정권에게는 무너지기 딱 좋은 흉흉한 날들이 펼쳐지고 있다.


이 칼럼은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에도 실렸습니다.



[필진정보]
지성용 신부 : 인천교구 송림동성당 주임신부, 인하대학교 인문융합치료 전공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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