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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세상에 초헌법적 검찰권력…해체하고 다시 세우는 수밖에
  • 이원영
  • 등록 2022-03-21 18:27:56
  • 수정 2022-04-10 22: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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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몇 차례 세미나를 거치니까 실체가 드러났다. 한국의 검찰은 뿌리부터 잘못된 기형적인 존재라는 것. 일제강점기 민족을 괴롭히던 앞잡이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국운 한동대교수(헌법)는 갈파한다. “조선 총독 아래 사법부(司法部)에 법원이 설치되어 있었고, 검찰은 법원 내의 기관이었다. 그러던 것이 1930년대 중반 이후 전시 총동원체제를 구축한답시고, 검찰에게 많은 권한을 집중시켰다. 기소‧불기소‧공소유지 권한 외에도 피고인의 소환, 구인·구류, 피고인 및 증인신문, 압수, 수색, 검증, 감정 등의 모든 강제처분권한과 사법경찰관에 대한 명령권 등을 집중시킨 것이다.”

 

이런 기형적 존재였음에도 해방 후 이 구조가 그대로 이어졌다. 한인섭 서울대교수(형사법)는 논문에서 증언한다. “해방 후 민족정기를 바로 잡으리라고 기대를 모았던 김병로 대법원장의 반민특위를, 이승만에 동조하여 방해한 사람이 이인 검찰총장이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투사를 변호했던 그가 일제의 검찰구조를 그대로 답습하도록 구조화한 것이 현재의 검찰권력이다.”


정작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자취를 감추었던 검찰주권론이 해방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체제의 이데올로기가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검찰은 출발부터 수사 및 공소제기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최강의 행정기관이면서도, 행정적 통제는 물론이려니와 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는 소위 준사법기관의 위치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세계유수의 나라들과 비해 삼권분립이라는 민주국가의 기본을 무시하는 기형적 구조다. 


한상희 건국대교수(헌법)의 발표에 의하면, 독일이나 프랑스는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지 못하고, 시민들도 절차에 따라 기소할 수 있도록 사인소추권을 제도화 해두었다. 미국과 영국은 대배심제를 통해 검찰권력을 직접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은 아예 지방검사장을 주민이 직선으로 선출한다. 일본도 ‘검찰심사회’에 공적인 투표절차를 거쳐 국민이 참여하여 견제한다. 즉, 선진국은 국민주권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의 권력행위에 투명하게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국운 교수는. “한국검찰은, 기소배심이나 검사공선제를 통해 견제하는 미국식 사법제도와 다르고, 수사 권한은 경찰에게 주고 검찰에게는 기본적으로 공소유지 권한만을 맡기는 대륙식 사법제도와도 다르다. 즉 한국검찰은 권력의 측면에서는 행정권에 속하고 신분의 측면에서는 사법권에 속하는 이중적 권력을 누리게 되었으며,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권한도 유명무실화되었다. 국가의 사법권만이 아니라 행정권의 핵심인 수사권과 기소권까지도 배타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어째서 이런 민주세상에 초헌법적 검찰권력이 행세할 수 있는지의 메카니즘이 이해가 될 만하다. 공수처도 소용없음이 드러났다.


권력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생체적 존재다. 권력행위는 합리적 논리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생체적 호르몬에 좌우된다는 것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견제되지 않은 권력은 결국 스스로를 해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현대화 과정에서 서구사회가 쌓아온 삼권분립 언론 검찰 등의 사회 시스템을 우리의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일제강점기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후유증이라고 할까. 무임승차의 대가에 대한 청구서를 지금 받는 느낌이다. 


그동안 지켜봤지만 이젠 바닥이 드러났다. 그 패륜적 행태가 극에 달하고 있다. 기소와 수사 분리 정도로는 바로잡을 수 없다. 한국입법학회 회장인 정철승변호사의 주장처럼, 해체하고 원점에서 다시 세우는 수밖에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 오마이뉴스 >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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