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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미사에 참석한 주교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7-10 11:39:16
  • 수정 2015-07-10 11: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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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위한 미사에 광주대교구 옥현진 보좌주교가 참석하였다. 한국 주교로서 처음 있는 일이다. 작년 추계 주교회의에서 ‘사제들에게 변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주교들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는 사실도 옥주교는 전했다.


이제라도 주교가 광화문 미사에 참석한 사실은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뒤늦은 일을 반가워하는 우리 교회 현실이 씁쓸하다. 모든 주교들이 벌써 왔어야 할 일 아닌가. 세월호 참사는 벌써 1년이 훨씬 지났다. 왜 주교들은 광화문 광장 세월호 미사에 진즉 오지 않았을까. 왜 대부분 주교들은 아직도 오지 않을까. 주교들은 무엇이 그렇게 두렵고 왜 그리 주저할까.


팽목항에 주교들이 모두 모여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위한 미사를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단식하고 농성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주교들이 경찰의 최루액을 맡고 사람들과 같이 고통을 나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책임을 한국주교회의에 주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진실이 밝혀졌을까. 로메로 대주교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주교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만일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사건이 앞으로 또 일어난다면, 한국천주교회의 대응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까.


주교들은 정치적 판단보다 신학적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 주교들은 어떻게 하면 정치권력과 갈등을 피할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불의한 권력과 싸울까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권력자들과 친하게 지낼까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낼까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부자들에게 도움 받을까 연구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울까 연구해야 한다.


로메로 대주교 말대로 주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배워야 한다. 부자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망가지지 않은 주교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가 회개하지 못한 주교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어떤 주교가 부자나 권력자들과 친분을 자랑하거나. 그 친분을 이용하여 교회에 특혜를 얻으려 한다면, 그 주교는 주님의 참 제자일까.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않는 주교를 주님의 참 제자라 할 수 있을까.


주교의 빨간 모자는 순교의 피를 상징한다. 주교는 원래 순교하는 사람이다, 순교하지 않으면 아직 주교가 아니다. 초대교회 주교 대부분은 순교했다. 주교는 먼저 순교하는 사람이다. 주교는 평신도, 수도자, 사제보다 먼저 순교해야 한다.



뒤늦게 나타나 마이크를 잡고 소감을 말하거나 해설하는 사람이 아니다. 주교들은 불의한 권력과 갈등을 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저항해야 한다. 불의한 권력과 갈등하지 않는 주교는 진짜 주교라고 할 수 없다.


주교는 사람들에게 지금 어떻게 비칠까. 종교지도자로 보일까, 종교권력자로 보일까. 종교권력자는 있지만 종교지도자는 드문 우리 사회다. 주교가 종교지도자로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인정받는 그날이 어서 와야 한다.


주교들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변화 정도가 아니라 회개해야 한다. 회개하는 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회개해야 한다. 회개하지 않은 주교가 신자들에게 회개를 말할 수 있겠는가.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지 않으면 아직 주교가 아니다.


로메로 대주교는‘이런 착한 양떼와 함께라면, 착한 목자 되는 일은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가난한 사람들은 ‘로메로대주교 같은 착한 목자와 함께라면, 착한 양떼 되는 일은 어렵지 않다’라고 답했다. 우리도 어서 그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도 회개하는 주교를 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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