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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핵심 회의서 최초로 여성 투표권 인정 - 교회 향방 좌우하는 ‘시노드 의사결정권’ 최초로 여성에게 부여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2-09 11:58:09
  • 수정 2021-02-09 1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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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탈리 베카르 수녀


가톨릭 추기경‧주교 등과 같이 남성 고위성직자들에게만 주어지던 권한인 시노드 투표권이 여성에게도 주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시노드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교회 내 여성 참여 확대와 관련해 유례없는 결정으로 또다시 놀라움을 자아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프랑스 출신의 하비에르 수녀회 (La Xavière Missionnaire du Christ Jésus) 나탈리 베카르(Natalie Becquart) 수녀와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남유럽 관구장으로 활동해온 스페인 출신의 루이스 마린 데 산 마르틴(Luis Marín de San Martín, O.S.A.) 사제를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시노드) 사무처(사무총장 마리오 그레치 추기경) 사무국장직에 임명했다. 


시노드는 교회의 방향성과 가르침을 결정하는 일종의 회의로 회의를 거친 문건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투표권은 추기경, 주교 또는 남성 수도원장에게만 주어졌다. 수녀 또는 여성 평신도들은 시노드 현안 논의에 직접 참여하거나 투표를 할 수 없는 자문역, 참관인 자격으로만 참가할 수 있었다.


교황이 추기경, 주교와 같은 고위성직자가 아닌 여성 수도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것은 시노드 정신의 핵심인 공동합의성(synodality)을 강조하기 위한 파격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1969년생인 베카르 수녀는 프랑스의 명문 경영대 HEC(Ecole des hautes études commerciales de Paris)를 졸업한 이후 파리에 위치한 상트르 세브르 예수회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프랑스의 대표 인문대로 손꼽히는 EHESS(Ecole des hautes é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최근에는 미국 보스턴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동합의성을 중심으로 교회론을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뛰어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베카르 수녀는 HEC 졸업 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가 1995년 하비에르 수녀회에 입회하여 2005년 종신서원을 했다. 베카르 수녀는 특히 청년 사목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이와 관련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프랑스 주교회의 산하 청년복음화·성소국 국장을 지낸 바 있다. 베카르 수녀는 2019년부터 주교시노드에 자문역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카르 수녀는 < Vatican News >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보낸 신임에 감사를 표하며 “내게 일어난 일임과 동시에, 나는 이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매우 강조하고 있는 여성의 교회 의사결정 및 식별 과정 참여에 관한 응답으로서 (교황이 보내는) 교회 내 여성에 대한 신뢰의 징표로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마리오 그렉(Mario Grech) 추기경도 “교황께서는 여러 차례 공동합의적 교회란 평신도, 주교, 로마의 주교 모두가 서로에게서 배움을 얻고자 경청하는 교회라고 표현했다”며 시노드 투표권을 가진 여성 사무국장 임명을 반겼다.


그러면서 “나탈리 베카르 수녀의 사무국장 임명은 시노드 여정 가운데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가 구체적인 위치를 갖고 세례받은 모든 이들이 시노드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022년 공동합의성에 관해 열리는 시노드와 관련하여 다른 여성들에게도 시노드 투표권이 부여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문이 열렸다. 추후에 다른 어떤 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을지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그레치 추기경은 두 신임 사무국장과 함께 “협업 정신으로 일하며 새로운 ‘공동합의적’ 리더십을 실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합의적 리더십은 “덜 성직자중심주의적인, 덜 위계적인 섬김의 리더십”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참여와 공동책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임기 9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부터 이미 3차례(가정 시노드, 청년 시노드, 아마존 시노드)나 시노드를 개최하며 교회 구성원들이 모여서 교회 중대 사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시노드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2022년 ‘공동합의적 교회로 나아가다: 일치, 참여, 사명’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주교시노드까지 있는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의 중앙집권적 결정보다는 시노드를 통해 교회의 향방을 결정하는데 무게를 두었다고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에 관한 교황령 「주교들의 친교」(Episcopalis communio)를 발표하고 시노드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성직자가 아닌 사람에게 확대하면서 남녀 수도자와 더불어 남녀 평신도 참여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이번 사례는 2018년 교황령에 따른 첫 번째 구체적 사례로 기록되었다.


한편, 교회 내 여성 참여 확대의 일환으로 교황은 전날 5일에는 바티칸시국 항소법원 최초의 여성 검사로 카티아 수마리아(Catia Summaria)를 임명하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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