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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기도가 부족하다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7-06 09:50:52
  • 수정 2015-07-06 09: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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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기도하는 분이었다. 예수는 밤에 기도하고 낮에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예수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기도하였다. 기도는 예수에게 하느님과 일치하고 사람과 하나되는 계기였다. 예수처럼 갈등속에 살았던 사람이 그리 많을까. 기도 없이 예수는 없었다.


그리스도인은 기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기도가 많이 부족하다. 겉으로 보면 기도하는 사람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진지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안에서 하느님께 애원하는 사람은 과연 많은가.


기도는 보수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도는 행동하지 않겠다는 알리바이가 아니다. 보수는 행동을 외면하고, 진보는 기도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진보는 기도를 게을리 하고, 보수는 기도를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기도를 우상화할 필요도 없고 무시할 필요도 없다. 기도는 보수나 진보에게 똑같이 중요하다. 진보든 보수든 기도도 하고 밥도 먹어야 하지 않는가. 진보든 보수든 숨을 쉬어야 할 것이 아닌가.


물론 기도 하나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기도로 남을 바꿀 수도 없다. 그러나 기도는 기도하는 사람 자신을 바꿀 수 있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큰소리 치다가 세상에 잔뜩 폐만 끼친 채 쓸쓸히 무덤으로 퇴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만 조금 바꾸어도 그게 어딘가. 세상에 공헌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세상에 민폐라도 덜 끼치면 대단하지 않는가.


평생 기도의 사람이라고 자부했지만 아직 기도 근처에 가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기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벌써 훌륭히 기도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기도 앞에서, 거울 앞에서 우리 자신을 좀더 차분히 볼 필요가 있다.


부자나 권력자와 잘 어울리고 골프장에 드나들며 성직자중심주의에 물든 사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관심 없고 안락하게 사는 수도자, 사회교리를 싫어하고 구원이기주의에 빠진 평신도에게 보이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참된 기도를 모른다는 것이다.


남미 해방신학자들처럼 진지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을 나는 여태 본 적이 없다. 동료들이 살해당하는 현실에서 기도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고백도 나는 들었다. 현실을 정직하게 보는 사람이 제대로 기도하는 것 같다.


불의한 세력에게 저항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도 기도는 꼭 필요하다. 로메로대주교는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기도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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