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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천주교 제주교구 이끈 강우일 주교, 퇴임미사 봉헌 - “평화 위해 일하고 싶다 … 동지가 되어 달라”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11-18 11:21:13
  • 수정 2020-11-18 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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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천주교제주교구 유튜브 갈무리)


여러분도 평화를 위해 일하는 동지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화해와 평화의 목자로서 18년 동안 제주의 아픔을 보듬고 평화를 위해 힘썼던 강우일(베드로) 주교의 퇴임 감사 미사가 17일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 18년 동안 저를 믿고 협력해주고 뒷받침해준 제주교구 사제단 신부님들의 형재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저를 형제로 맞이해주셔서 외딴 섬에 떨어졌어도 외롭지 않고 기쁘게 지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강 주교는 자신의 일흔 다섯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여기저기 많이 떠돌아다닌 떠돌이였다고 표현했다. 6.25동란 시기에는 서울에 있다가 대구, 합천, 부산으로 피난을 다녔고 대학 시절은 일본, 로마에서 보냈다.


강 주교는 로마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있는 은둔소에서 20일 동안 아무도 없이 혼자 지낸 경험이 있다. 매일 식사준비를 위해 마른 나뭇가지를 모으려고 사막을 한참 헤매고 다녔는데, 열흘이 지난 어느 날 사막 한복판에서 사람을 만났다.


혼자서 낙타를 끌고 사막을 여행하는 원주민이었는데, 아는 언어를 다 동원해도 말은 안 통했지만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사막 한복판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서로 끌어안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 사람은 환한 미소를 띄우고 자신에게 다가왔는데 그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고 회상했다.


▲ (사진출처=한베평화재단)


그렇게 귀국을 하고 서울, 태어난 곳에 돌아와서 안정된 삶을 살게 되나보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주로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제주교구 주교로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제주로 내려와 살다보니 같은 한국 땅이지만 너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4.3때 제주도민이 얼마나 많은 죽임을 당하고 깊은 상처를 받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70여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알게 되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도민들을 뵙기 죄송하고 가슴이 따가웠다는 고백을 했다. 


제주도민은 4.3때부터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분단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겪은 사람들.


제주도민은 고기잡이와 굴레가 덮어씌워져 숲속의 토끼마냥 사냥을 당하다가 잡혀죽거나 몰래 타향으로 도망쳤다. 


강 주교는 “일본에 살았을 때 왜 재일교포 중 제주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왜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가는 북송선을 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주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됐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군경이 국민을 사냥하고 그들은 도망쳐서 타지로 숨어들거나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도망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분단은 단순히 3·8선 지역적 경계가 아니라 피를 나눈 겨레, 같은 동네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철천지원수처럼 적대하도록 강요된 사회적 분단임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과거 이 섬사람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군대를 보내서 강정마을 주민들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으며, 강정의 아름답던 바닷가를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고 군사기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제주에 와서 국가가 저질러 온 수많은 불의와 폭력을 속죄하기 위해 평화를 위해 일하기로 마음먹었다.


강 주교는 “사람은 하느님이 만드셨고 국가는 사람이 만들었다”면서 “하느님이 만드신 사람들이 서로를 같은 하느님의 자녀로 존중하고 아끼는 한 가족이 되도록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의 일꾼’으로 일하고 싶은 자신의 소망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여러분도 평화를 위해 일하는 동지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사진출처=제주일보)


제주교구 사제단과 교구민들은 강우일 주교의 퇴임을 무척 아쉬워했다. 양영수 베드로 신부는 사제단을 대표하여 감사인사를 전하며, “제주의 큰 상처이면서 한이 맺힌 4.3에 대해서 탐구하고 공부하며 제주민들에게 교회가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 주교가 소공동체를 통해 신자들이 보다 더 예수님 사랑을 체험하도록 하고,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며 환경을 보존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엿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강 주교님만큼 아는 분은 드물 것”이라면서, “오랜 세월 젊은 나이에 주교가 되어,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본당 사제의 맛을 느껴보지 못한 채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목자의 길을 걸어온 강 주교님이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노후를 건강한 가운데 지낼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강 주교님이 이뤄놓으신 업적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구장 문창우 비오 주교님을 중심으로 교구 사제단은 일치를 이루어 열심히 사목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1974년 사제수품을 받고 1986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오른 강우일 주교는 2002년 10월 제주교구 제4대 교구장이 됐다. 제주교구장이 된 강 주교는 교구 중점 사목으로 소공동체 운동을 추진하고 청소년·젊은이 사목에도 큰 관심을 뒀다. 


▲ (사진출처=미디어제주)


2003년에는 1901년 제주도민들과 천주교인들의 갈등으로 발생한 신축교안(이재수의 난)에 대해 공식적으로 화해하기도 했다. ‘제19차 세계평화섬포럼 컨퍼런스’, ‘제주4.3 UN 인권심포지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는 등 국내외에서 제주4.3 진상규명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07년에는 강정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정부에 맞서 10년이 넘게 반대 목소리를 냈으며 제주 2공항 건설 강행을 중단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베트남전 진실규명과 피해지원을 위한 활동,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활동도 펼쳤다. 2018년에는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들을 먼저 품어 안는 등 평화의 일꾼으로서 수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강우일 주교의 뒤를 이어 문창우(비오) 주교가 제주교구 제5대 교구장으로 임명됐으며 오는 22일 삼위일체 대성당에서 착좌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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