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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속 교회와 교단을 넘어선 에큐메니칼 친교의 장
  • 김한나
  • 등록 2020-03-19 15:55:23
  • 수정 2020-03-20 1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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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는 신학 나눔의 새로운 길을 찾아 ‘사건과 신학’이라는 표제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매달, 이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건 가운데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신학 이야기를 나누는 ‘사건과 신학’. 이번 주제는 ‘종교, 혐오 그리고 정치-코로나19 사건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 편집자 주


“비참할 때, 내가 받는 위로는 내 생명 살리시는 당신의 약속” (시편 119:50)

 

참된 위로는 사랑의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답을 도무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과 위기에 처할 때 인간은 공포와 불안을 경험하며 길을 잃고 방황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과 인간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마주할 때 우리의 마음은 오히려 평안해지고 그분의 능력과 사랑의 무한함을 경험하게 된다. “주께서 내 편을 들어 도와주시니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랴!”(히13:6). 인간의 삶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통하여 하느님을 알고 경험하는 것이다. 주님을 알아가는 것은 단순히 지적인 과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속성과 역사를 마음으로 믿고 실제 삶 속에서 신뢰하는 것을 포함한다. 우리는 하느님을 알고 그분의 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그분의 위로를 받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신을 나타내셨고(요14:7),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신뢰한다면 어떠한 위기의 상황 앞에서도 두려움이 아닌 하느님의 위로를 경험할 수 있다. 세상을 향한 공포와 두려움은 인간을 불안과 혼란의 소용돌이로 이끌지만, 하느님의 약속을 통해 드러나는 그분의 권능과 은혜는 우리를 하느님을 향한 경외의 자리로 인도한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은 우리의 신앙을 견고히 하며 하느님의 위로와 안정, 평안과 만족을 누리도록 이끌어준다(막4:35-41). 위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진리를 앎으로써 오는 결과이자 하느님의 은혜의 열매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공포를 초래하고 있다. 감염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안타까운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로 인해 우리의 삶의 방식과 행동 양식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한국 사회의 대응방식은 크게 두 가지 대비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과 ‘혐오’이다. 이는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계를 통해서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한편에서는 소외 계층의 마스크 지원을 위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마스크와 관련된 인터넷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유익한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유포하고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가짜뉴스와 몰래카메라를 유포하여 공포를 부추기는 사람들도 있다. 아산에서 일어난 ‘#우리가 아산이다’(#We_are_Asan) 운동은 지역의 혐오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시민의 사랑과 연대를 보여준 사건이다. 전세기를 통해 입국하는 우한 교민을 포용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SNS 손 팻말 릴레이는 아산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을 통해 나타나는 ‘코로나19’의 대응방식을 통해 우리는 온라인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비롯하여 온라인 세계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교회는 위기의 시대에 진정한 위로의 근원이신 하느님과 복음의 전파를 위해 온라인 세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성찰해야 한다. 하느님의 계시의 말씀은 인간의 언어를 통해 전파되며, 온라인은 이러한 언어적 소통의 물리적 한계를 완화하여 빠른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게 해준다. 더불어, AI 번역기술의 발달로 다른 언어에 대한 이해가 용이하여 소통의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텍스트, 음성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상징을 쉽게 사용할 수 있어 풍부한 의미 전달이 가능하며, visual literacy(이미지를 해석하는 능력)를 함양한 현세대에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교회는 온라인 공간을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온라인 소통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폭넓게 나누고 위기와 재난에 처한 이웃을 도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일상의 경험을 나누며 소속 교회와 교단을 넘어선 에큐메니칼 친교가 가능하다(사이버 에큐메니즘). 온라인 공간에서도 힘든 상황에 처한 형제, 자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서로 죄를 짓지 않도록 격려하며(히3:13), 무엇보다 삶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위해 기도해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인간은 각자가 처한 상황을 전부 알 수 없지만,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이웃을 진정 위로하는 길이며, 모든 문제의 해결을 하느님께 의탁하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우리가 면대면으로 소통할 때 쉽게 드러낼 수 없었던 내면의 불안과 공포, 두려움과 걱정에 대해 좀 더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적인 이점이 있다. 교회는 이러한 이점을 활용하여 세상에 고통받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소리에 겸손히 귀 기울일 뿐 아니라 영적, 물질적 도움 또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그리스도의 빛을 나타내고 하느님의 사랑과 진리를 드러낼 수 있다(시105:1-2). 온라인 공간은 이러한 언어적 소통의 기회를 폭넓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온라인 언어의 행적은 삭제하지 않는 한 오래 남을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타인에게 전파되어 그 영향력의 범위가 넓고, 인터넷 공유 기술의 발달과 공유 문화의 보편화는 언어 전달의 효율성을 높인다. 따라서 온라인을 통한 말씀의 전파와 실천은 위기의 시대에 하느님의 위로를 세상에 전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시대적 사명이다. 복음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내주하시면 인간의 깊은 내면의 공포는 사라지고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누릴 수 있다(요14:27). 교회는 어느 곳이든 편견 없이 복음을 증거하고 이웃을 섬기도록 부르심을 받았고, 이는 인간의 언어(엡4:29)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도 가능하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교회다.


김한나(성공회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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