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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한국 교회의 골든타임
  • 유승모
  • 등록 2015-06-28 11:19:02
  • 수정 2016-01-04 1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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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프레스 [기고]에는 독자로부터 기고된 글을 게시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론 등을 제기할 경우 언제든 게재할 방침입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

조짐이 이상하다.

불길하다.


많은 열심한 신자들은 교회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데, 대부분의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그 어느 시절보다 태평성대를 누린다.


많은 신자들은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도 교회의 재산은 수십억, 수백억씩 불어난다. 이 어려운 암흑의 시기, 고통스러운 시절에도 교회의 재무재표는 흑자를기록하고 있다.


사제들은 필드에서 성지개발, 본당 신축, 리모델링에 열정을 다 바친다. 열심히 뛰는 사제들 덕에 교회의 자산은 부동산을 필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한국교회사에 괄목할만한 토목공사들이 이곳저곳에서 진행 중이다. 많은 본당이 수억, 수십억의 빚에 허덕이는데도 끄떡하지 않는다. 아직 한국교회에서 빚 때문에 망했다는 본당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모든 것은 주님의 은총(?)이다.


돈을 모아야 한다. 돈이 있어야 빚도 청산하고 복음사업을 할 수 있다. 이제 돈 모으기는 기부나 봉헌에 만족하지 않는다.


교회는 직접 기업을 설립, 확장하고 스스로 기업화 되어간다. 모 교구는 상조사업의 성공을 필두로, 성물사업, 혼인관련사업, 농산물 유통사업, 성지순례 사업화 등을 차근차근 실행해 가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열 재벌 안 부럽다.


편법과 탈법은 더 좋은 목적을 위해서는 저질러야하는 어쩔 수 없는 방편이자 지혜(?). 요즘 교회의 낯부끄러운 범죄들이 종종 언론에 등장한다. 창피하고 참담하다. “돈을 벌려면 양심적인 방법으로는 어렵다”라는 이치를 이제 터득 한 것 같다.


많은 언론이 가톨릭의 불법, 탈법에는 대단한 관용을 베푼다. 그들은 가톨릭을 잘못 건드렸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알아서 조심하고 있는 듯 보여 진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정권에서도 가톨릭의 사업에 대해서는 꽤나 호의적이다. 그들은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명동성당 개발사업이 그 실례인데, 이런 사업이 정권의 도움 없이 어디 가당한 일이었던가?


도움 받는 처지에 도움을 준 이들의 은혜를 어찌 잊겠는가? 은인에 대한 보답은 아주 간단하다.


불의에 침묵하고 바라만 봐주는 것! 권력도 하늘에서 허락해야 한다는데, 다 하늘의 뜻이려니 하는 것!


급기야 가톨릭은 불의한 정권에 대한 침묵과 정치개입 반대라는 논리로 그들에게 적극 협력하고, 비판과 저항 없는 그들을 위한 사랑의 교회가 되어버렸다.


가난한 교회니, 약한 자들을 위한 교회니 하는 개념은 교본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다.


수십억이 들어간 깔끔하고 고급스런 성당에는 남루한 차림의 이들은 얼씬 하기 어려워진 분위기다. 이렇게 부자 되었음에도 교회는 이상 하리 만치 돈에 대한 집착이 점점 강해진다.


성지순례를 가면 어디든 어렵다는 이야기뿐이다. 하느님의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큰일 이라는 하소연 이다. 기부금은 한 번에 왕창 내는 방법, 어려우면 매달 지로로 내는 방법, 그도 귀찮으면 매달 통장에서 알아서 빼 가신다고 하니 바쁜 우리에겐 감사할 따름이다.


백 만 원 이상이면 벽돌에 이름도 새겨주고 매달 특별 미사를 봉헌 해 준다고 한다. 대단한 희소식이다.


어디를 가도 다 어렵단다. 도와 달란다. 나눠준 지로용지를 받아들고 마음이 약해져 또 기부 약정서를 쓰고 나온다.


오랜만에 피정에 참석하면 미사예물 봉헌하고, 미사 중에 봉헌금 내고 나면 끝이 아니다. 피정을 통해 은총 받고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지면 절묘한 타임에 바구니가 돌아간다.


감사헌금 하라는 이야기다. 기분이 묘해진다.


본당의 열심한 신자들은 교무금, 봉헌금(1차 헌금, 2차 헌금), 감사헌금, 빈첸시오회비, 성소후원회비, 건축헌금, 각종단체회비, 성지개발기금 몇 군데, 복지시설 몇 군데는 기본, 여기에 쓰기 뭐한 각종 축하금 등, 성당 잘 다니려면 최하 연봉 5천만 원은 돼야 사람구실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서워서 성당 못가겠다는 어느 형제의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가톨릭 관련 대학이나 병원이라고 해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보다 비하여 장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가끔 있는 어려운 이들에 대한 선행은 언론보도용! 교회에서 왜 이런 사업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신자들은 그래도 ‘성모’라는 상호가 들어가는 병원이나 ‘가톨릭’자 들어가는 재단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호의적이다.


2014년, 교황님이 다녀간 한국 성당마다는 예비신자로 넘쳤고 냉담자들은 교회로 몰려들었다. 그야말로 기적 이었다.


교황님은 방문 기간 동안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에 같이 아파했고, 그들의 얘기를 겸손하게 경청했으며 그들의 처지를 온 마음을 다해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대단한 말씀을 남기셨다.

“엄청난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 이 얼마나 진솔하고 감동적인가! 중립을 지키기 위해 소신도 없이 애매모호한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러나 그 후 1년, 약발은 이제 다했다. 이제 우리 교회에는 거대한 냉담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한국교회의 골든타임 5년!


이 기간 안에 교회가 회심하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교회를 등질 것이다.


거대한 교회건물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데는 그야말로 무용지물. 사람이 찾지 않는 교회는 각종 수입의 급감으로 냉난방비 조차 내기 어려운 처지에 몰릴지도 모른다. 성당은 비어가고 사람들은 희망없는 교회보다는 세상에서 희망을 찾을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에는 “너나 잘하세요!”라고 할지 모른다.


이즈음 김수환 추기경이나 프란체스코 교황 같은 인물이 한국교회에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한국 가톨릭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다. 평신도들이다. 평신도들이 세운 교회니 평신도들이 구하자!


우리는 애초에 모두가 평신도였으니, 편을 가르자는 얘기가 아님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평신도들이여! 순명으로 포장된 거짓 선의 굴레를 벗어버리자!


순명은 스스로 하는 것. 성직자들에게 순명하기 보다는 성령의 뜻에 순명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더 기도하고, 더 용기 내고, 더 맞서자! 구렁에 빠져있는 한국교회를 위하여 분연히 일어서자!


정리하는 글


교회를 사랑하는 많은 낙관적인 신자들과 성직자들은 교회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러한 근거가 무엇인가?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융성한 것 같은 한국 가톨릭은 그 권위를 잃어가고 있다. 이미 한국 가톨릭은 권력을 가진 자들과 부자들의 편이 되어 가고 있다.


또한 스스로 부자가 되려고 몸부림치며 영적 권위를 세상권력과 혼동하고 있다.


그 틈으로는 엄청난 물신주의가 교회에 맹위를 떨치고 있고, 스스로 물신주의의 전도사가 되어가고 있으니 이것이 근거가 아니겠는가?


일부 평신도들과 언론, 성직자들과 주교들의 예언자적 소명의 충고는 소수의견 쯤으로 치부하고 기분 상해하는 교만한 태도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근거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빗나간 현실인식 때문이다.


권력자들은 안다. 교회가 풍족하면 다루기 쉽다는 것을!


부유하고 가진 것이 많은 시절의 교회는 타락했고, 분열되었고, 쇠락했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다.

6월 16일 프란체스코 교황의 강론이다.


[...] “가난”은 항상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는 단어입니다. 사실, “그런데, 이 신부는 가난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한단 말이야, 이 주교는 가난에 대해 말하고, 이 그리스도교 신자는, 이 수녀는 가난에 대해 말하네 …, 이 사람들 좀 공산주의자 아니야?”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가난은 바로 복음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우리가 복음에서 가난을 없애 버리면 우리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관련 글 더보기 >> http://www.catholicpress.kr/news/view.php?idx=599)


덧붙여 돌아가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부자들과 함께하면 가난한 이들은 교회를 떠날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십시오. 부자들도 남아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유승모 : 인천교구 소속 평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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