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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더 이상 그리스도교 국가란 존재하지 않아”
  • 끌로셰
  • 등록 2019-12-24 16:17:35
  • 수정 2019-12-26 16: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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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부서 관계자들에게 성탄 인사를 전하며 개혁의 핵심에는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변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청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며 “변화의 시대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


교황은 성탄을 맞이하며 “예수께서는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예수님의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하라고 요구하고 계시다”면서 “달리 말해, 예수께서 스스로 우리와 같아 지셨기 때문에, 우리가 자신을 닮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완성은 수많은 변화의 결과다’(To live is to change, and to be perfect is to have changed often)라는 뉴먼 추기경의 발언을 인용하여 “그리스도적인 삶은 여정이자 순례이고, 성서의 이야기 역시 여정의 시작과 새로운 출발이 등장하는 여정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히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더 이상 ‘변화의 시대’가 아니라 ‘진정한 시대의 변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변화란 우리 삶의 방식과, 관계를 맺는 방식, 소통하고 사고하는 방식, 세대 간의 행동 방식, 신앙과 과학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선택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기억과 전통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


교황은 이처럼 “(시대에 맞는) 올바른 행동은 현재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질문하고 식별, 솔직함(parrhesia), 인내(hypomone)라는 덕으로 이를 이해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교황청 부서 장관들과 관계자들에게 “우리는 자리를 차지할 것이 아니라 과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황청 부서에 “이를 위해 우리는 신앙의 눈으로 시대의 징표를 읽고 변화의 방향이 ‘우리가 온당히 마주해야만 할 오래된 문제와 새로운 문제를 일깨울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해 설명하며 “단단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미래, 즉 뿌리가 있고 풍성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결국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건설하는데 있어 “기억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통 역시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럽 중심·그리스도교 국가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안으로부터의 변화가 절실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동안 진행되어온 교황청 개혁들을 짚으면서 특히 ▲ 국무원 외무인적자원부 설립 ▲ 복음화에 역점을 둔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십시오’(Praedicate evangelium) 준비 등을 지적했다. 


특히 복음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앙교리성과 인류복음화성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던 당시에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의 세계와 복음화 해야 할 세계라는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는 두 흐름이 있는 시대에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러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유럽중심의 그리스도교-비그리스도교 구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도시에서 ‘지도’가 필요하듯이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며 “형제자매 여러분, 더 이상 그리스도교 국가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 문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그리스도교)만이 아니고, 문화를 만든 것도 우리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중 ‘이미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은 백성들의 재복음화에 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30항)를 인용하여 하느님 백성 전체의 ‘새복음화’, ‘재복음화’가 필요하다고, 즉 ‘안으로부터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황은 인간발전부(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교회는 사회적 문제나 이민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 세계화된 사회의 모든 소외된 이들 그 자체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라고 부르심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너무 많은 이들에게 무덤이 되어버린 지중해 현실 앞에서 무관심 속에 웅크린 마음을 깨우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난민 문제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일상의 개혁과 역사의 개혁 모두 필요, 모든 변화 거부하는 ‘경직성’ 주의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이라는 것이 일상과 역사라는 두 층위 안에서 모두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개혁 중에 세상과 사건은 끊임없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일상 속에서 다루어야 할 역사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있고, 점진적으로 해결될 법적 문제와 기관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오늘날 경직성에 빠지고픈 유혹이 팽배하다”고 말하며 특히 개혁에 있어서 모든 변화를 거부하고, 심지어 배척하려는 태도가 공동체에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경직성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태어나 결국에는 공동선이라는 땅에 말뚝과 장애물을 심고 이를 불통과 증오로 망가진 땅으로 변질시켜버린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예수회 출신의 추기경이자 2005년 베네딕토 16세가 선출된 콘클라베 당시 유력한 교황 후보로 거론되었던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Carlo Maria Martini) 추기경의 말로 연설을 끝냈다.


“교회는 200년이나 뒤쳐져 있습니다. 어떻게 교회가 이렇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겁에 질린 것일까요? 용기를 내는 대신 겁에 질린 것일까요? 어찌됐든, 신앙은 교회의 반석입니다. 신앙, 믿음, 용기. 오직 사랑만이 권태를 이겨내기 마련입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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