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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순방…이슬람교와 화합 위한 교황 노력 돋보여
  • 끌로셰
  • 등록 2019-04-01 19:08:52
  • 수정 2019-04-02 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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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30-31일 이틀간 모로코를 순방했다. 모로코는 99%가 이슬람교 신자로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다. 


인구 3,400만 명 중 가톨릭교회 신자는 2만 3천여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가톨릭 신자가 극소수인 모로코 순방은 지난 2월 UAE 순방에 이어 이슬람교와의 화합을 추구하기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속적 노력을 보여준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한지 800여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중 최초로 아라비아 반도를 방문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UAE 순방에서 이슬람 수니파의 학문적 최고권위자로 여겨지는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알타예브(Ahmed al-Tayeeb)와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고 인류 형제자매로서 하나 되자’는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Document on “Human Fraternity for World Peace and Living Together”)에 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선언문은 단 한 번의 순방을 통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공동선언문에 이르기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대이맘 알타예브와 교황청에서 만나 친분을 맺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교황청과 이집트를 오가며 수차례 알타예브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이 때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테러를 규탄했다. 


이를 두고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추기경은 한 인터뷰에서 “이슬람 세계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은, 수많은 테러와 종교 근본주의로 인한 수많은 비극으로 생겨나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간의 관계에 나타나는 난제들 때문”이라고 말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맞서 임기 초부터 만남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순방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간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의 공동 해결을 촉구하며, 서로의 종교가 차별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와 자신의 신념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를 무척 강조했다.  


모로코 순방의 배경


프란치스코 교황은 198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마그렙 지역을 방문 중이던 때 모하메드 5세 황제의 초청으로 모로코에 잠시 들렀던 이후 처음으로 모로코를 방문했다. 즉 34년이 넘게 외교적으로 멀어져 있던 상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방에 앞서 모로코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평화와 형제애의 순례자로서 모로코에 방문한다”며 “그리스도인, 무슬림으로서 우리는 창조주이시며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믿는다”고 말하며 두 종교간 화합을 강조했다.


게다가 모로코에 살고 있는 가톨릭 신자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지역,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Sub-Saharan Africa) 지역 출신 이민자 또는 학생인 만큼 이 곳은 가톨릭신자가 극소수인 가톨릭교회의 ‘변방’ 중 하나였다. 


이를 두고 모로코 프란치스코회 보호구장(Head of the Franciscan Custody) 마누엘 코룰롱(Manuel Corullon)은 미국 가톨릭매체 < Crux >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오늘날 교회가 변방으로 나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순방의 목적을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모로코 라바트(Rabat) 대교구장 크리스토발 로페스 로메로(Cristóbal López Romero) 대주교는 교황청 전문지 < Vatican Insider >와의 인터뷰에서 모로코가 이슬람이 지배적인 국가이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순방을 통해 모로코 국민들이 교황을 더욱 잘 알게 되고 가톨릭교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종교간 대화에 강력한 추진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황, ‘상대방과 상대방 신념에 대한 존중’ 강조


▲ (사진출처=Vatican)


먼저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하메드 6세 황제를 비롯한 모로코 당국자를 만난 자리에서 두 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늘날 “극단주의와 증오는 분열과 파괴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각자의 특성을 존중하는 “개방적, 다원적이며 연대하는 사회를 구축하는데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대화의 문화를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로, 상호 협력을 행동 강령으로, 상호 이해를 방식과 기준으로’ 삼고 이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종교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신에 대한 믿음으로 하여금 우리는 모든 인간의 특별한 존엄과 분리불가한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식 참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살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는 인간 존엄성과 분리불가분한 관계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피난의)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구체적 대책”을 찾는데 모로코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강조하며, 지난 12월 모로코에서 열린 UN 컨퍼런스에서 채택된 유엔 국제이주협약(Global Compact for Safe, Orderly and Regular Migration, GCM)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민 문제는 장벽 건설, 타인에 대한 공포 확산,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이 누려야 할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모든 이들을 돕기를 거부한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교황은 2014년 대한민국 순방 당시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한 것처럼, 라바트 대교구 카리타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이민자들을 만나 이민 문제라는 고통에 “어느 누구도 무관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국제이주협약을 통해 “이민 문제가 마치 이민자들의 삶이 사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지엽적인 현실인 것 마냥 이민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며 ‘이민자는 어느 국경에서든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거나, 남들보다 덜 인간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종교간 대화를 통해 세계 각지 분쟁을 해결하려는 교황


한편 종교간 대화와 종교를 앞세운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방 중에 모로코 무하메드 6세 황제와 함께 유대교, 이슬람교, 가톨릭 등 아브라함 종교(Abrahamic Religions)의 성지인 예루살렘(영어 : Jerusalem, 아랍어 : Al Qods)의 평화를 호소하는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선언문에 서명하여 지역의 긴장을 초래한 바 있다. 예루살렘은 그 특성을 고려하여 국제법상 이스라엘 또는 팔레스타인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는 영토이나 실질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서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동예루살렘을 실효지배하고 있다.


호소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무하메드 6세 황제는 예루살렘이 “인류의 공동유산으로서 예루살렘이라는 성스러운 도시를 보존”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상호 존중과 대화가 꽃피는 만남의 장소이자 평화로운 공존의 상징으로서 세 유일신 종교(번역자 주 : 유대교,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과 모로코 황제는 예루살렘을 세 종교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통행의 자유와 종교의식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교황, 교세 늘리기 위한 ‘개종주의’ 태도 강하게 규탄해


▲ (사진출처=Vatican)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이를 가톨릭교회 신자가 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일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모로코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강한 어조로 상대방의 믿음을 전적으로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 신자가 극히 적은 모로코 땅에서 신자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이신 교회가 밀가루에 넣어 반죽을 부풀게 하는 아주 적은 양의 효모와 비교할 수 있다”며 “예수께서는 우리 신자수가 제일 많아지라고 우리를 선택해서 여기에 보내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세례 받은 사람, 성직자, 수도자의 사명은 숫자나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아니라 변화와 놀라움, 연민을 자아낼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즉 우리가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망을 함께 나누는 이들 가운데서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며 “다시 말해 우리 사명의 길은 개종주의(proselytism)의 길로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억지로 신앙을 강요하고 다른 신앙을 가진 이들을 부정하는 “개종주의는 언제나 막다른 길에 부딪히게 된다”며 “문제는 (그리스도교 신자) 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즉 복음의 맛을 잃어버린 소금,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 빛이 되는 것이 문제”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 교리, 종교 시설, 인종에 속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그리스도인인 이유는 우리가 사랑받고, (그리스도와) 만났기 때문이지 개종주의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교황은 번영을 내세워 신자수를 억지로 늘리려는 시도, 남의 종교를 무시하며 자신의 종교의 진리만을 옳다고 믿는 일을 지양하라고 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로코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교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대화해야 한다. 교회는 세상에 해 줄 말과 전해 줄 메시지가 있으며, 세상과 나누어야 할 대화가 있다” (바오로 6세, 「주님의 교회」, 65항)는 성 바오로 6세의 말을 빌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마태 11,29) 예수님처럼 열정적이고 차별 없는 사랑으로, 인간의 자유를 존중하는 가운데 우리는 대화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님의 기도 중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는 구절이 실현되는 것은 “폭력, 증오, 특정 인종, 종교, 경제체제의 지배가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해 십자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연민의 힘”을 통해서라고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모로코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스도와 같은 삶은 “규칙과 금기, 의무와 순응의 문제” 아냐


모로코 순방을 마치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라이 압달라 왕세자 경기장(Prince Moulay Abdellah Stadium) 미사를 봉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그가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 아버지가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루카 15, 20)를 묵상하며 “여기에 우리 인간성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되찾는 아들을 위한 잔치가 열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은 아들의 잔치로 촉발된 일종의 배신감과 분노가 있다”며 “이렇게 다시 한 번, 민족과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우리 자신 안에서 겪고 있는 긴장이 드러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발생하는 “부정할 수 없는” 수많은 분열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험은 우리에게 증오와 분열, 복수가 가져오는 유일한 결과는 우리 민족의 영혼을 죽이고, 우리 아이들의 희망을 독살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큰아들처럼 “아들의 지위를 규칙과 금기, 의무와 순응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자”며 “그리스도인의 지위와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자기 의지에만 의존하는 태도, 무조건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태도, 상대주의적인 태도 또는 체제유지적 태도가 아니라 매일 겸손하고 꾸준하게 아버지의 나라가 우리에게 오기를 간청하는 이들에게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⑴ 프란치스코 교황 & 대이맘 알타예브,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 2019


⑵ 무하메드 6세 모로코 황제, 이민에 관한 정부간 회의 연설, 2018/12/10


⑶ 개종주의(Proselytism) :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종교를 믿도록 강요하는 태도. 본질적으로 교세확장에 목적을 둔 개종주의는 다른 이들의 신앙을 부정하고 자신의 신앙만을 강조하는 근본주의적 입장과 종종 함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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