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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성범죄 저지른 가톨릭성직자 300명 넘는다
  • 끌로셰
  • 등록 2018-08-16 19:24:10
  • 수정 2018-08-17 15: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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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미국 펜실베니아주 대배심은 가톨릭 성직자 아동성범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함께 했다. (사진출처=DAVID SWANSON/philly.com)


미국 펜실베니아 주 대배심(Grand Jury)은 지난 14일 펜실베니아 주 가톨릭교회에서 발생한 아동 성범죄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00명 이상의 성직자가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공식적으로 집계된 피해자 수만 1,000명 이상이다. 


특히 이번 조사보고서가 새롭게 제기된 성범죄 고발보다는 기존 교구 내부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확인된 사실에 기반 한 것인 만큼 성범죄와 같은 스캔들에 대한 교회의 조직적 은폐 문화를 확인하게 된 사례로 볼 수 있어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대배심 위원들은 “가톨릭교회 내 아동 성범죄에 관한 여러 보고서들이 있었지만 이런 수준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이러한 과거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아닌 다른 곳, 먼 곳 어딘가에서 벌어진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진실을 안다. 이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라며 아동 성범죄가 특정 지역, 교구의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의 특징 중 하나는 아동 성범죄 유형과 구체적인 행위를 적시했다는 점이다. 아동에게 가해진 성적 행위부터 범죄 이후 가해자의 행적과 이러한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인 주교들의 태도가 특히 두드러진다. 읽기 불편할 정도로 구체적인 행위들이 적시되어 있는 만큼 보고서 내용의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성범죄 유형의 차이는 있으나 “주 전체에서 피해 아동들은 무엇보다도 가해자와 자기 조직을 지키는 일을 우선시했던 교회 지도자들에 의해 먼지처럼 쓸려나갔다”고 지적했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은폐로 인해 우리가 찾아낸 거의 모든 성범죄 사건은, 기소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번 조사보고서를 통해 사건 기소가 되지 않은 것은 더 이상의 가해자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조사보고서는 성범죄 유형 및 각 교구장들이 어떻게 이러한 범죄를 “관리”(manage) 했는지 적시하면서 “교구마다 특성은 있으나 그 유형은 사실상 같았다. 핵심은 아동을 돕지 않고, ‘스캔들’을 피하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에서 아동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진실을 감추기 위한 교구의 행동을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한 교구의 행동 특징



첫 번째는 “완곡한 표현의 사용”으로 이를 테면 “강간(rape)”이라는 표현 대신 “부적절한 접촉(inappropriate contact)”과 같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사안의 경중을 나타내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적절히 훈련받은 전문가와 함께하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동료 주교를 (조사위에) 임명하여 부적합한 질문을 하게 만든 뒤에 그들이 함께 살아가고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성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결국 제 식구를 감싸는 식의 태도가 만연한 가운데 사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해 성직자와 관련해서는 이들을 교회가 운영하는 심리 치료 센터로 보내거나, 이들이 직무를 정지당해서 면직되었을 때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병가” 혹은 “정신 쇠약” 등의 이유를 대며 정확한 이유를 신자들에게 밝히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교회가 조직적인 은폐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직자의 아동 성범죄 사실이 알려진 경우 면직이나 정직 대신 “아무도 이 성직자가 아동 성범죄자임을 모르는 타교구로 전출시키는 행위” 역시 조직적 은폐 행위로 꼽혔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사법 당국에 알리지 않고 집안일처럼 개인적인 문제로 아동 성범죄를 해결하려는 태도” 역시 은폐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대배심 위원들은 “보고서에 담긴 정보들은 이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은 이들에게 공개되지 않아왔다”고 지적하며 “대배심의 존재로 인해 이제서야 공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배심은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해명을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펜실베니아 시민들 역시 적절한 법제도 개선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해명을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배심은 지난 15년간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인정하며 “우리가 조사한 총 여섯 개 교구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각 교구는 자신들 관할의 최근 변화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조직 개혁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교회 지도자들은 공개적인 석명 의무를 피해갔다”고 강조하며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두 숨겼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아동 성범죄에 대한 올바른 처벌과 예방을 위해서는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 시효 폐지, 피해 사실이 상당 시간 지난 피해자들의 고소 가능성을 열어주는 법 제정, 주교들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신고 의무 관련법 개정, 아동 성범죄와 같은 형사 사건에서 조정을 통해 맺어진 발설 금지(confidentiality) 조약 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회 전체의 실패이자, 교회 조직의 실패”


결국 대배심은 이렇게 많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교회 전체의 실패이자, 교회 조직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최근 아동 성범죄 조사위 설치를 주장한 도날드 우얼 추기경(Donald Wuerl)도 이러한 조직적 은폐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우얼 추기경은 어니스트 파온(Ernest Paone) 신부에 대한 아동 성범죄 전력을 알고도 1991년 다시 직무를 부여했으며, 이때 파온 신부는 네바다(Nevada) 주의 리노(Reno) 교구와 라스 베가스(Las Vagas) 교구로 전출되었다.  


또, 1994년 파온 신부를 상대로 새로운 아동 성범죄 고발이 제기되었고 이 과정에서 핏츠버그 교구는 파온 신부가 캘리포니아 주 산디에고 교구에서 19년간 7학년과 8학년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파온 신부 소속 교구인 핏츠버그 교구장으로 재직 중이던 우얼 추기경은 이러한 고발 사실을 알리면서도 핏츠버그 교구가 가진 파온 신부의 아동 성범죄 전력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해당 교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우얼 추기경은 대배심 조사보고서 공개 하루 전 성명을 발표하고 “교회가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심각한 실수를 상기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자신에게 제기된 성범죄 은폐 의혹에 대해 “해당 보고서가 내 행동 일부에 대해 비판적이겠지만 또한 피해자를 고려하고 추후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기민하게 행동했다는 점을 확인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⑴ 대배심(Grand Jury) :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일반시민이 무작위로 선발되어 재판에 참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배심제의 한 종류. 대배심은 주로 영미국가에서 이루어진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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