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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웅배) 부끄러움을 아는 참 정치인 한 사람을 잃었다
  • 김웅배
  • 등록 2018-07-24 12:47:49
  • 수정 2018-07-24 16: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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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정의당)


한국 사회는 얼마나 많은 정치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깨끗한 정치를 펼칠 수 있을까?


노무현의 죽음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것처럼 노회찬의 죽음도 비현실적이며 먹먹하다. 암담한 정치 현실을 ‘막말’이 아닌 탁월한 비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인이 종언을 고했다. 


정작 한국 정치를 적폐의 온상으로 만든 자들은 쥐새끼들처럼 컴컴한데 숨어있다. 그들의 참담한 언행을 보고 듣다보면 정치란 저래야 하나보다 라는 당위성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정치인이 이 나라에 열 명 만이라도 존재했다면 결코 정치적 ‘소돔과 고모라’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위선과 가식이 이 나라 정치인의 덕목이 된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율법에서 더 중요한 것들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바로 이러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했다. 


눈먼 인도자들아! 너희는 작은 벌레들은 걸러 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자들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눈먼 바리사이야!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죽은 이들의 뼈와 온갖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회칠한 무덤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마태 23, 23-28)


이천 년 전 유다라는 나라의 정치, 종교 지도자들을 맹폭한 예수님의 말씀에 너무나 속이 후련하다. 


그동안 이 조그마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숱하게 보아 온 타락한 정치인의 면모를 보라!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에 정치인이라는 범주에 들 만한 정치인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사기꾼, 도둑놈, 성범죄자, 협잡꾼, 칼만 안든 강도, 가식과 위선에 쩐 자들 등등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자들이 가면을 쓰고 정치인 행세를 하며 지도자요 한다. 


일자무식의 촌노만한 경륜도 없고 그렇다고 인문학적 상식이라도 좀 있으면 좋으련만, 어려운 법 공부는 어찌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깜냥도 안 되는 인간들이 한국 정치와 법조 사회를 헤집고 다닌다.


이 지면을 빌려 그런 자들 몇 명의 이름을 올려놓고 싶지만 구석에 숨어 눈치만 보는 쥐새끼 같은 몰골이 가련해서 그냥 지나친다. 자신의 더러운 행태를 합리화하며 모르는 체 하는 자들은 더더욱 정치 법조계 퇴출리스트의 최상위를 차지해야 할 것이다. 온 나라를 진흙탕으로 분탕친 자들은 슬그머니 숨어버리고 위선이 싫어 부끄러움을 느낀 참 인간은 자신을 불사르며 참회를 한다.


정치자금법 같은 이현령비현령 애매한 법조항으로 정상적 정치인이 범죄자로 매도되는 것만은 피하자. 오히려 이런 법을 편법으로 피하고 악용하는 정치모리배를 퇴출시켜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으랴? 국회의원들의 그 알량한 특권과 국정조사라는 미명하에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양 피감기관에 온갖 막말을 해대도 허용되는 면책특권 같은 것은 일찍이 폐기했어야 했다. 자신의 저렴한 정치 소양을 뽐내려는 장으로 활용되는 국회의 청문회나 국정감사는 제도적으로 다시 정비해 고쳐야 한다.


당리당략에 따른 개싸움은 늘 벌이면서, 자기네들 복리, 특권유지, 범죄 저지른 동료를 비호하는 방탄 국회의 꼴은 예수를 죽이려고 평소 반목하던 헤로데와 빌라도의 야합과 다름이 아니다. 누가 봐도 부당한 일들을 법이라는 명목으로 아주 쉽게 합심하는 이런 국회의원들은 정말 지구 밖으로 쫓아내 버리고 싶다.


▲ 빌라도 앞에 선 예수.


기무사 계엄 문건으로 민주질서를 파괴시키려는 천인공노할 일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무력에 의한 비상 행동 외에는 이런 쥐새끼들 같은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를 해산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제 한국의 현실은 정치 지도자나 사회지도자들의 선의에 일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민망하게 되었다.


맹자는 인간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으로 다음과 같이 사단설(四端說)을 설파한다. 즉, 惻隱之心(측은지심) 불쌍히 여기는 마음, 羞惡之心(수오지심)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辭讓之心 (사양지심) 사양하는 마음, 是非之心(시비지심)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을 지칭했다. 네 가지 모두 인간의 기본 소양이라고 갈파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말 그대로 마음뿐이지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가 않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기본 소양 중에 결여되어 있는 것은 수오지심이다. 거의 대부분의 정상배들은 적반하장에 파렴치, 후안무치로 철판을 얼굴에 깔고 있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 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다. 막말은 물론 온갖 탈법 위법을 관행이라는 단어로 일축해 버리는 것 또한 관행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언행으로 봐서 수오지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정치인들의 면모가 하나하나 떠오른다. 그들의 생각에 미치니 불현듯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고 이권 쟁탈에 목숨을 걸고 작은 벌레는 거르고 낙타만한 큰 뇌물은 거저 삼키는, 그러고도 떳떳하다는 듯이 고개를 쳐들고 정치보복이니 뭐니 하면서 자리를 보전하거나 스리슬쩍 외국으로 도피하는 정상배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부끄러움을 아는 참 정치인 한 사람을 졸지에 잃고 말았다. 우리 정치사에 그와 비견될만한 정치인이 얼마나 있을까? 그는 자신의 행동에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목숨으로 참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 이 사안이 목숨과 같은 값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그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정치 모리배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기회에 정치 자금법을 형평에 맞게 뜯어고쳐 그의 목숨이 ‘노회찬법’으로 재탄생되어 등가를 이루기를 바란다. 


그의 정치 인생역정을 아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치고 있다. 막말로 난장판을 만든 정상배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나오고 있는 정치판에서 진보의 가치를 몸소 드높이며 노동자 권익에 앞장서고 품격 있는 유머로 한국의 정치의식을 한 차원 높인 사람이 자신이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도 인간인 이상 잘못하는 일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나 잘 아시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죄를 용서하신다. 가톨릭 칠성사 중에 고백성사는 우리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예수님께서 만드신 출구전략이기도 하다.


이제 그를 역사에 맡기고 마음속 깊이, 석판에 새기듯, 새긴다. 입이 달렸다고 함부로 그를 폄훼하는 양아치 정치인들은 그 값싼 입을 봉하기 바란다. 만약 그를 비난하려거든 자신들의 추잡한 행태를 먼저 만천하에 들어내고 참된 회개를 하기 바란다. 이도저도 힘들다면 그 저렴한 정치인 행세를 집어치워라.


극단적 선택을 한 그의 심정을 만분지일이라도 이해하고 싶다. 그의 유쾌한 언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항상 성원했던 지지자로서 이제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세상이 황량하고 삭막해진다. 


그가 비록 신앙인은 아니지만 그의 신념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며 고인의 천상행복을 손 모아 빈다.


[필진정보]
김웅배 :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금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에디슨 한인 가톨릭 성당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4 복음서를 컬러만화로 만들고 있다. 만화는 ‘미주가톨릭 다이제스트’에 연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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