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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사는 왜 우리를 두 번 죽입니까”
  • 곽찬
  • 등록 2018-05-08 18:59:59
  • 수정 2018-05-08 1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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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서소문지점 ⓒ 곽찬


우리는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제발 진실이 밝혀져 가슴의 한이라도 풀게 해달라.


대항항공사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연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오늘(8일) 대한항공 서소문지점 앞에서는 31년 전에 발생했던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가족들이 모여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한 KAL858기 가족회와 사건진상규명대책본부는 2004년 11월 1일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3개항의 질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5월 8일,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 KAL858기 가족회와 사건진상규명대책본부는 대한항공 서소문지점 앞에서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곽찬


115명 중 한 사람도 확인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지금이라도 수색해서 찾아줘야 한다.


KAL858기 가족회 김호순 회장은 “31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찾은 게 없다”며 “비행기가 바다에 떨어진 것을 뻔히 알면서 산에서 조사를 하다 시간을 벌어 증거인멸을 한 후 바다로 갔다”라며 사고 조사 방식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호순 대표는 “(다른 항공사고들과 달리)왜 우리 KAL858은 기체 하나, 시체 하나, 유품 하나 못 찾았을까”라며 “정확히 어느 지점에 비행기가 떨어졌으며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고, 장소를 가르쳐달라 해도 정확한 위치는 안 알려준다”며 지난 30년간 사고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어 답답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 왼쪽부터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씨, KAL858기 가족회 김호순 회장 ⓒ 곽찬


KAL858기 가족회 차옥정 씨는 “(승무원가족으로서) 우리들은 항공에 대한 상식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말은 대한항공에선 들어주지 않는다”며 “권력의 힘으로 (사고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가족 한 사람한테라도 찾아와 사과하지도 않았다”며 오랜 세월동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한항공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또한 “항공사 대표라는 사람도 (피해자)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없었고, 대항항공이 괄시를 받는 지금도 국민들의 눈은 (KAL858기 사고 피해자)저희 쪽으로 향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우리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 제발 진실이 밝혀져 가슴의 한이라도 풀게 해달라”면서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KAL858기 진상규명 대책본부 총괄팀장 신성국 신부는 “31년이 지났지만 사건 진실이 무엇인지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단 하나의 진실도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들은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며 대한항공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성국 신부는 “안기부, 대한항공 그리고 외교부 세 개의 국가기관과 기업이 사건을 공모했다. 안기부의 주도하에, 대한항공의 협조아래 모든 사건이 꾸며졌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기업과 정부의 유착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대한항공 총수집안이 사건에 관여했다. 사고가 난 다음날 당시 대한항공 고(故)조중훈 회장이 태국 방콕에 가서 KAL858기 사건이 테러폭파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고 조사도 되지 않고, 잔해도 없는 상황에 테러폭파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나.


▲ KAL858기 사건 때 김현희가 사용했다는 라디오와 같은 제품을 들고 있는 신성국 신부 ⓒ 곽찬


신 신부는 사건의 진실을 밝힐 물증을 찾았다며 “KAL858기 사건 때 김현희가 사용했다는 라디오와 같은 제품을 일본에서 구해왔다. 안에 있는 부속품들을 전부 빼내도 KAL858기 폭파 때 사용했다는 폭약 350g이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KAL858기 가족들은 오직 사건의 진실을 원한다며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어머니들 앞에서 양심선언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가족회는 대한항공 서소문지점 관리팀장을 통해 질의서를 전달하며 “14년 전에도 질의서를 발송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답이 없다. 이번에는 답변을 줄 것이냐? 2개월의 시간을 드린다”는 말을 전했다. 질의서를 전해 받은 대한항공사 측 관리팀장은 “물론이다. 답변 하겠다”고 말했다. 


▲ KAL858기 가족회 대표로 질의서를 대한항공 측에 전달하는 김호순 회장 ⓒ 곽찬


이날, KAL858기 가족회와 사건진상규명대책본부는 ▲대한항공 조양호는 KAL858기 사건에 안기부와 공모한 사실을 밝히고 사법적, 도덕적 책임을 질 것 ▲가족들을 짓밟은 인권유린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항공보안과 관련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가족회는 진상규명을 위해 오는 7월 중 김현희에 대한 소송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법정에서 모든 진실을 가리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KAL858기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진상규명 활동에 함께 해온 청년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카네이션을 준비하기도 했다. 청년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30여 년간 긴 싸움을 이어온 KAL858기 가족회 어머니들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며 응원과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 KAL858기 사건에 관심을 갖고 진상규명 활동에 함게 해온 청년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준비한 카네이션을 KAL858기 가족회 어머니들에게 달아주고 있다. ⓒ 곽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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