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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환경회칙과 회칙의 전통
  • 이상호 편집위원
  • 등록 2015-06-08 10:44:25
  • 수정 2015-10-13 14: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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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발표될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회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그 시대의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가톨릭 신학의 견해를 밝혀온 교황 회칙의 전통을 설명한 데이톤 대학의 빈센트 밀러(Vincent J. Miller)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이 글은 ‘두 번째 교황 회칙의 단서: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문제들에 대한 교황 가르침의 오랜 전통’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가톨릭 잡지 ‘아메리카’에 실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 회칙은, 대중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특정한 판단과 지침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성경과 교리의 관점에서 그들의 철학적· 도덕적 전제에 의문을 제기했던, 지난 125년 동안 발표된 최소한의 다른 10개의 교황 회칙들과 나란히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번 환경 회칙은 새로운 도덕적 영역으로의 확장이고, 그러한 확장은 그동안 훌륭하게 쌓아온 전통의 한 부분이 될 것이다.


교황의 환경 회칙은 우리 시대 명확한 환경 위기에 있어서의 인간의 책임에 대해 좀 더 폭 넓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것이다. 이러한 폭 넓은 도덕적 논쟁과 구체적 행동에의 요구는, 혹 회칙이 인정할 지도 모르는 어떤 특정한 정책 제안으로 축소 제한될 수는 없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그리스도 복음을 실현하기 위하여 교회는 언제나 시대의 징표를 자세히 읽고, 그것을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의무는 구약의 예언자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다. 이들은 세속적인 것과 종교적인 영역을 구분하지 않았다.


오늘날 교회는 경제적, 의학, 심리학 등 기술적 영역에서의 발전에 대한 존중과 그것들의 도덕적 철학적 전제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교회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레오 13세 교황에 의해 가톨릭 사회교리가 생겨날 때부터 확립되어 다른 분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레오 13세 교황이 1891년 발표한 회칙 ‘새로운 사태’는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킨 도덕적· 사회적 혼란 속에 뛰어들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도덕적 전제 들을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회칙은 교황 권위를 넘어서는 순수한 기술적 의문점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것은 백 년 동안 지속되면서 전통이 된 노동과 경제적 문제에 대한 교황 가르침의 출발이었다.


그 후 새로운 역사적 환경에 맞추어 보강된 6개의 후속 교황 회칙이 뒤따랐다. 그것들은 그 시대의 실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강조했을 뿐 아니라, 왜 그렇게 하고 있는 지에 대해 가톨릭 교리의 신학적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회칙의 실제적이고 사려 깊은 판단은 이처럼 근본적인 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요한 23세 교황은 1963년 회칙 ‘지상의 평화’를 발표했다. 이는 세속 정책에 대해 교황의 판단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쿠바 미사일 위기를 야기한 전 세계 핵 긴장을 맹렬히 비난했다.


교황은 핵과 같은 기술적, 전문적 문제는 군 장성들이나 군사적 전략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핵 군비 확산에 제동을 걸었으며, 핵무기 금지를 요구했다.


교황은 진실 되고 오래 지속되는 평화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회개를 필요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영성적 차원이 평화, 국제관계, 인권 등 구체적 정책에 대해 특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막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따라서 ‘지상의 평화’가 공리주의적인 계산에 의해 실제 정치에 국한되는 것을 거부했다.


1967년 바오로 6세 교황은 회칙 ‘민족들의 발전’을 발표했다. 이는 범위를 유럽의 식민주의가 야기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에까지 확대한 것으로, 당시는 기술관료 시대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교황은 전임 교황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적 발전에 대한 존중과 발전의 도덕적 차원에 대한 예언적 판단이라는 교회의 의무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다.


그 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를 이렇게 종합했다. 교회는 그러한 기술적 문제들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인류에 영향을 미치고, “교회는 휴머니티에 있어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 회칙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 회칙은 레오 13세 교황으로부터의 124년 전통을 훌륭히 잘 이을 것이다.


왜냐면 창조라는 것은 현대의 기술적·경제적 논리에 속박된 공리주의적 차원으로 축소 제한될 수 있는 그런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덕적 상상력을 자극해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또 다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교황 회칙의 전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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