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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 성폭력 대국민 사과에 남은 과제
  • 문미정
  • 등록 2018-02-28 18:43:09
  • 수정 2018-03-01 14: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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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담화문을 발표하며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했다. ⓒ 곽찬


지난 23< KBS1 > 보도로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24일에는 가해자 한 모 신부가 부임했던 성당 신자들에게, 오늘부터 3일간 성당에 미사가 없고 일절 출입을 금지한다고 합니다. () 3일 정도만 보도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사라져 잠잠해진다고 하니 따라주셨으면 한다고 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단체 메시지가 발송돼 수원교구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에 천주교주교회의는 오늘(28) 서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을 사죄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주교들은 사태 중대성을 인식하여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들, 교회 사제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사죄한다고 말했다.

 

곧 한국 주교단은 사제 교육의 미흡과 관리 소홀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교회 입장을 밝혔다.

 

먼저 성폭력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발한 점은,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의 폐단에 빠져 있다는 질책이었다며,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도록 사제들에게 가하는 질책으로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 ⓒ 곽찬


또한 한국 천주교회는 수년 전부터 교회법과 교황청 지침에 따라 사제들의 성범죄·성추문이 발생할 경우 각 교구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정직과 면직 등의 처벌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원교구는 가해자 한 모 신부의 직무를 중지시키고 처벌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교구에서는 사제들의 성추문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성 과정에서부터 정기적인 사제 연수, 피정, 심리 상담을 통해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사제 성범죄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교회법·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처벌 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사제 영성 강화와 사제 교육, 사제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오는 35일부터 9일까지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가 열린다. 김희중 대주교는 이 기간 동안 다른 주교들과 성폭력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룰 것이라며, 교회가 쇄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 담화문 발표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곽찬


김 대주교의 담화문 발표가 끝난 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사제 성범죄 관련 통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주교는, 교구가 하는 일은 각 교구가 독립적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교회에서는 알 수 없으며 각 교구 교구장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정기총회에서 각 교구별로 알고 있는 사안에 대해 공유하고 공감대를 확인, 이에 대한 대비 등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서로 정보공유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모 신부의 정직처분은 너무 약한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교구청 권한이지만 법적인 마지막 절차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봐주면 좋겠다, 아직 한 모 신부로부터 충분한 소명을 못 들은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진행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 강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민경 씨는 수원교구에 교구 내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김 대주교는 "천주교는 각 독립체이기 때문에 전수조사는 각 교구에서 이뤄지는 일이며, 다른 교구 일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제들의 예방교육 강화에 대해서는예방 규정을 세분화해서 미리 이 같은 일들을 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성공회를 예로 들면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포옹으로 인사를 받을 때 팔로 신자를 감싸 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이밭에선 운동화 끈도 매지 말라 했다.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처신부터 삼가야 겠다고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모 신부 사건 보도 후,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한 사제가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론에서 한 모 신부에 대한 매도가 심하다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에 김 대주교는 개인의 의견이지 천주교 공식적인 입장은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다음은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김희중 대주교 담화문 전문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담화문


“한국 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제의 성폭력 사건은 신자들에게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 주었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한국 천주교회의 사제들을 이끌고 있는 주교들도 이번 사건을 접하며 놀라움과 당혹감을 느끼고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 주교들은 한마음으로 사태의 중대성을 인식하여 성폭력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물론, 이번 사태로 인해 교회의 사제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또한 저와 한국 주교단은 사제 교육의 미흡과 관리 소홀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다음과 같이 교회의 입장을 밝힙니다. 


1. 독신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며 윤리의식과 헌신의 종교적 표지가 되어야 할 사제들의 성추문은 참으로 실망스럽고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처와 분노를 가슴에 안고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살아온 여성들이 교회의 쇄신과 자성을 촉구하며 성폭력의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발한 점은,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의 폐단에 빠져 있다는 질책이었습니다. 이는 천주교회가 안일하게 살아온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준 것이기에, 개혁과 쇄신을 열망하는 신자들이 사회의 참된 빛과 소금이 되도록 사제들에게 가하는 질책으로 달게 받겠습니다. 


2. 한국 천주교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교회법과 교황청의 지침에 따라 사제들의 성범죄와 성추문이 발생할 경우 각 교구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정직과 면직 등의 처벌을 해왔으며, 이번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도 해당 교구는 가해 사제의 직무를 중지시키고 처벌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교구는 교회 안에서 성폭력의 피해로부터 여성의 인권과 품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뜻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각 교구에서는 사제들의 성추문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제 양성 과정에서부터 정기적인 사제 연수와 피정은 물론 심리 상담을 통하여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일부 사제들의 성적 일탈은 성직자의 품위를 잃게 했고 신자들에게 불신과 실망을 안겨 드렸습니다. 교회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속죄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한 제보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여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입니다. 또한 한국 주교단은 사제 영성의 강화와 사제 교육은 물론 사제 관리 제도의 보완과 개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여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3. 저희 주교들은 사제들의 성적 일탈과 위선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교우들과 아울러 천주교에 대한 신뢰를 보여 주신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 드린 데 대하여 다시 한번 깊은 용서를 청합니다. 또한 저희는 회개와 참회의 시기인 사순절에 이런 불행한 일이 드러난 것이 사제들의 진정한 회개를 촉구하시는 하느님의 뜻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사제의 잘못으로 교회의 신뢰가 무너지고 신자들에게는 신앙의 위기를 일으킬 수 있음을 통감하며, 이를 계기로 사제들이 겸손하게 보속하는 자세로 살아가도록 이끌겠습니다. 또한 저희 주교들과 사제들은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고귀한 여성의 품위를 교회와 사회 안에서 온전히 존중하고, 특별히 사제들의 성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 분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천주교 신자 여러분들께는 더욱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이 사건이 사제들의 쇄신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신자분들께서 채찍질해주시고 기도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18년 2월 2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 희 중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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