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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차 피해 심각하다, 인격모독을 당장 중지하라”
  • 염은경
  • 등록 2018-02-27 21:22:00
  • 수정 2018-03-02 12: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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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KBS에 보도된 천주교신부 성추행관련 피해자 김민경 씨의 심리상담사인 김이수입니다. 본 사건과 관련하여 한 신부님이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이 여러 매체에 보도되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습니다.


김민경 씨가 SNS를 활용하지 않는 관계로 부득불 민경 씨의 동의를 얻어 요청 드립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한 신부님과 민경 씨는 수단에서 외에는 사적으로 만난 일이 없습니다. 피해자가 한 신부를 만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여 전화번호를 바꿨으며 이후 아부나뎅딧에 피해자가 찍은 사진을 활용하여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할 때도 의향은 둘째 치고 소식도 지인들을 통해 전해 들었을 뿐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 신부의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사실인 것처럼 천주교 신부님들 사이에서 퍼져 민경 씨가 수도 없이 사과를 한 한 신부를 용서하지 않고 KBS와 짜고 음해하는 양 몰아가는 이 형국에 몹시 충격 받고 있습니다.


오늘 민경 씨는 경찰에 한 신부의 범행을 고소하지 않겠다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어 선처를 구하는 신부님들의 걱정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탁드렸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달라고.


매체에 끊임없이 유언비어가 돌고 있습니다. 또한 대전신학대학교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강론이 되었다고 알려와 그때마다 매 순간 무너지고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당장 중지해주십시오. 저희는 이러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분명한 법적조치까지도 고려하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위 사실을 바로잡아주시겠다 약속하셨고 끝까지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인권은 스스로 지켜야 하겠기에 공개적인 SNS에 남깁니다. 더 이상 KBS의 음해며 한 신부의 7년간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따위의 유언비어를 중지해주십시오.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매우 간절하고 단호하게 부탁드립니다. 민경 씨를 대신해 공개적으로 남깁니다. 이런 인격모독을 당장 중지하십시오.”



천주교 사제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고발하며 미투운동에 동참한 김민경 씨에게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 27일, 김민경 씨의 심리상담사 김이수 씨는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매우 간절하고 단호하게 부탁드립니다. 이런 인격모독을 당장 중지하십시오”라면서 위와 같이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심리상담사 김이수 씨를 통해 2차 가해의 위험성과 이번 일의 핵심에 대해 들어봤다.




Q) 왜 이런 공개적인 호소 글을 쓰게 됐는가?


A) 처음에는 별 일 아닌 줄 알았다. 그냥 지나가는 루머겠지 생각했는데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심지어 대전신학대학교에서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내용으로 강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내담자가 긴급한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되고, 구제가 필요할 때 상담사는 내담자의 요청에 따라 상담 내용을 일부 공개할 수 있다. 



Q) 허위사실 보도에 대해서는 항의 했는가?


A) 언론사에 항의 메일을 보냈고, ‘한 신부님이 7년간 사죄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는 말을 전한 정의구현사제단대표 신부에게도 항의하고 사실대로 바로잡을 것을 정확하게 요청했다. 



Q)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는 얼마나 위험한가?


A)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명백한 2차 가해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말을 옮겼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퍼져나간 허위사실들이 정설처럼 굳어지면 피해자는 본인의 의지로 시작한 미투운동 자체를 후회하고 ‘이게 다 내 탓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은 피해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이 이런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일이다. 



Q) 김민경 씨 사례의 경우 무엇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가?


A) 1차 가해자도 사제인데 2차 가해를 사제들이 또 하고 있다. 가해자 목소리는 그대로 전달했지만 피해자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 이번 일을 보면서 사제들 안에 깊이 퍼져있는 ‘무감각’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본인들의 2차 가해가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위험해 보인다. 


사실을 피해자에게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피해자는 마치 사제가 진심으로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용서해주지 않고 방송을 이용하고 있다고 오해 할 수 있도록 한 점, 그 결과 오히려 민경씨가 의도를 가진 나쁜 사람으로 해석될 여지를 준 것이다. 무엇보다 이 루머가 사제들에 의해 옮겨지고 있는 것이 민경씨에겐 더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다.



Q) 주변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대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A) ‘이런 일은 범죄이고 나는 죄가 없어요. 죄가 없다고 인정받고 싶어요. 그래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라는 것이 미투 운동의 메시지다. 피해자들은 원더우먼이 되고 싶거나 세상을 구하고 싶어서 미투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들이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괴로움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이 때 누군가 확신을 가지고 말 해 주면 된다.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잘못은 가해자가 했다. 도둑을 맞았으면 범인을 잡으면 된다.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이것이 피해자에게 확신으로 와 닿아야 한다. 


사람들은 사건을 접하고 거기에 자신의 욕심을 얹어 프레임을 만든다. 미투운동은 여성운동이나 정치, 또는 젠더문제가 아니다. 범죄에 피해자가 있고 가해자가 있는 일이다. 이것은 민생의 문제라 우리사회가 앞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다.



Q)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미투의 결과가 어떻든 당신 탓이 아니에요’ 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사실, 미투운동 때문에 누군가는 생계를 잃고 명예를 잃고 어떤 단체는 문을 닫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피해자들에게 ‘이건 당신 탓이 아니에요. 우리가 그동안 대책을 만들지 못한 것이고 어떻게 하소연해야 하는지, 또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것이지 당신이 이 말을 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이 꼭 해 줬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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