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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 과정에서 ‘여성’, 무엇을 이뤘나
  • 문미정
  • 등록 2017-12-14 12:11:18
  • 수정 2017-12-14 12: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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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의 종교개혁은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종교개혁이었다. 


13일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교회개혁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교회여성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하희정 감리교신학대학교 외래교수는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이 된 교회가 휘두르는 ‘질서’라는 칼에 ‘자유’라는 방패로 맞섰던 루터의 종교개혁을 설명하며 그 사이에서 소외된 여성, 한국 교회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허락한 자유는 ‘만인의 자유’여야 하며, 루터는 이 만인의 자유를 근대 신학담론으로 이끌어냈다. 바로 ‘만인사제론’으로, 모든 사람은 사제로 부름 받았고 신은 사제로 부름 받은 모든 이들을 통해 진리를 전파한다는 것이다. 


“보통 가정에서 가장이 그 집의 주교라 한다면, 부인은 여주교다. 그러므로 그대 여성들은 우리 남자들이 교회에서 설교직을 감당하듯, 그대의 집에서 그 일을 감당하라.” - 마르틴 루터


▲ 비덴베르크 시립교회 제단화(성만찬, 1547). 하희정 교수는 “비덴베르크교회 제단화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루터의 종교개혁 식탁에는 여성의 자리가 없었다”라며, “루터의 종교개혁은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종교개혁”이라고 지적했다.


루터는 여성을 만인에 포함시키긴 했으나, 여성의 사제 역할을 가정이라는 사적인 영역으로 철저히 제한했다. 이를 두고 하 교수는 ‘반올림’ 종교개혁이라고 말했다. 남성개혁가들은 가톨릭교회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프로테스탄트 공동체를 보호·유지하기 위한 역할로 여성들의 노동력만을 필요로 했다면서, 모성의 거룩함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로서의 역할 외에 여성들에게 어떤 공적인 역할도 참여도 허락하지 않았고, 한국교회는 지금도 신주단지 모시듯 이를 떠받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남성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리다


하 교수는 루터가 교회개혁의 닻을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교황의 절대 권력과 중세교회의 계급 구조가 여성에 대한 오랜 사회적 편견과 성서 해석 오류에 기초해 있었다는 점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교회의 성서해석에 반기를 든 여성이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틴 드 피장’(Christine de Pizan, 1364-1430)이다. 


‘여자가 치장하는 것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여자는 공부 머리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여자는 겁탈 당하고 싶어한다’


당시 교회에서 생산된 여성혐오가 다양한 여성비하담론으로 확장돼 사회 전반에 스며있었는데, 크리스틴은 저서 『여성들의 도시』에서 남성들이 점유했던 ‘이성’, ‘정직’, ‘정의’를 여인들의 이름으로 내세워 여성비하담론에 맞섰다.


▲ 하희정 감리교신학대학교 외래교수 ⓒ 문미정


하느님은 왜 여자를 남자의 갈비뼈로 만드셨는가? (…) 그것은 여자가 그의 곁에서 반려가 되라는 뜻이지 그의 발치에서 하녀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남자가 여자를 제 몸처럼 사랑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 교수는 크리스틴의 성서해석이 성서의 창조기사를 근거로 내세워 여성은 ‘어딘가 모자라는 잘못 만들어진 존재’라고 단언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에 정면 배치되는 도발적 해석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은 여성을 비이성적 존재로 폄하하고 스스로를 진리에 가까운 이성적 존재로 자부하며 최고 지성을 자랑한 남성들에게 통쾌한 한방을 날린 셈


한 세기가 넘게 걸렸지만 크리스틴의 변론은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에 적극 참여한 여성들로 인해 증명됐다. 이는 가정에서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담당하며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이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직접 증명한 것인데, 전통 사회에서 진리교육은 이성의 담지자였던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영역이었다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 ⓒ 문미정


한국 교회, 오만함의 칼날을 스스로에게 돌려야 할 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죄로 가득 찬 세상’으로 ‘묻지마’ 폄훼하고 혐오해왔던 교회가 사회로부터 혐오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면서, “이제 교회는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고 함부로 휘둘러온 오만함의 칼날을 스스로에게 돌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회 개혁은 ‘만인을 위한 개혁’이 돼야 하며, “집단적 자기착각과 자기고립에 빠진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제는 ‘사회적 개방’”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하 교수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여성들을 위한 사회적 허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이날 열린 교회여성 공개토론회는 하희정 교수와 함께 향린교회 김희헌 담임목사가 ‘앎과 뜻과 삶’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위기를 맞은 한국 교회 현실과 교회개혁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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