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6월 항쟁, 서른 즈음에’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가
  • 문미정
  • 등록 2017-05-29 19:14:18
  • 수정 2017-05-30 09:51:25

기사수정


▲ 1987년 5월 27일, 향린교회에서 민주화의 열망을 한데 모으기 위한 첫 걸음으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문미정


‘향린교회’


1987년 5월 27일,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힘을 모으기로 결심한 이들이 새벽부터 마음을 다 잡는다. 집결지를 정하지 않고 흩어져 있던 이들 손에 ‘향.린.교.회’라고 적힌 쪽지가 쥐어졌다.


종로통 근처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일사분란하게 향린교회로 발걸음을 옮겨, 민주화의 열망을 한데 모으기 위한 첫 걸음으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를 결성했다. 이후 6·10국민대회, 6·26국민평화대행진이 열리고, 마침내 6·29선언을 이끌어냈다. 


30년 후 2017년 5월 27일, 1987년 당시 정보기관을 피해 쪽지로, 입으로 장소를 전하고 집결했던 향린교회에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결성 30년 기념식’이 열렸다. 30년 후 이날은 혹여나 정보기관이 눈치 채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없이 모일 수 있었다.  


높은 산에 샘물이 솟아 밑으로 흐르면서 냇물, 강물이 되고 큰 바다가 된다.


▲ 1987년 당시 함세웅 신부는 명동성당에 들어온 시위대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협상을 이끌어냈다. ⓒ 문미정


함세웅 신부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낮은 곳에 있을 때 많은 물이 모인다는 자연의 논리를 생각한다”면서, 87년 전두환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운 수많은 의인들이 계셨기에, 30년 뒤 박근혜 불의한 권력을 퇴치하고 5월 9일 새로운 정부와 희망을 갖는 현재를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7년 당시 국본 사무처장이었던 이길재 전 국회의원은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민주헌법을 실행하는 일만 남았다”며 “민주헌법 실행을 다짐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987년 6월항쟁 정신이 2017년 촛불혁명 청년에게로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들에게서 6월항쟁의 핵심 내용과 정신이 계승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 정종성 청년연대 상임대표 ⓒ 문미정


정종성 청년연대 상임대표는 구의역에서 근무 중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 군의 1주기를 맞아 구의역에 다녀왔다면서, 또 다른 김 군은 언제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6월항쟁의 경과로 노동조합과 청년학생 단체가 만들어졌던 것처럼, 청년들이 직접 정치하고 목소리 낼 수 있는 힘을 갖춰야 청년들의 삶이 변한다면서, 87년 6월 항쟁에서 배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는 부패한 정권을 퇴진시켰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흘린 것은 핏방울이 아닌 촛농이었다. 많은 청년들에게 6월 항쟁은 단지 과거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경험을 통해 우리는 87년 6월과 연결되었다. 여러분들이 그토록 애써주셨기에 우리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었고 촛불혁명이라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 ‘촛불세대가 민주화세대에게’ 보내는 편지 중



5·18항쟁은 성장판, 6월항쟁은 뼈대, 촛불혁명은 근육을 만들었다.  


이날 6월항쟁의 기록을 담은 책 「6월항쟁 서른 즈음에」를 발표한 유시춘 작가는 “민주주의는 법전 속에 잠들어 있었고, 5·18민중항쟁 때 처음 성장판이 만들어졌다”면서, “6월항쟁이 뼈대를 만들었고 30년 후 1600만 명의 시민들이 나와 근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 1987년 당시 유시춘 작가는 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았다. ⓒ 문미정


유 작가는 “근육이 튼튼할수록 사람이 서 있는 힘이 강해지듯 역사도 이 같이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명동성당에서 수녀들이 시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었던 윤순녀 평화의 샘 대표는 당시 시위대들이 명동성당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고, 남대문에서 갈아입을 옷을 후원받아 몰래 반입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윤순녀 대표는 “하느님께서 그 시대, 역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역사 안에서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1987년 당시 노동청년사목을 했던 윤순녀 대표는 시위대가 명동성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고, 남대문 시장의 지인을 통해 생필품을 조달하는데 힘 쓰기도 했다. ⓒ 문미정


또한 “이번 촛불혁명에서 국민들이 만들어낸 열기는 이전에 축적된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순 참관자가 아니라 주체로서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향린교회 연극팀 문향의 ‘1987이 묻고 2017이 답하다’의 공연도 이어졌다. 중년의 친구들이 모여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1987년 6월항쟁을 회고하면서 30년 뒤인 현재를 이야기했다. 참석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고 다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연극을 마무리 했다.  


연이은 촛불시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지켜본 이들은 말한다.


▲ 향린교회 연극팀 `문향` ⓒ 문미정


“이제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겠구만”


“그려, 우리가 오늘 요 장면을 보려고 30년 전에 그 개고생을 한거여. 최루탄에다 지랄탄에다 눈물, 콧물 쥐어짜가면서 말이여!”


“87년 6월이 있었으니까 2017년 5월도 있는겨”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