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 NCR >의 3월 27일자 기사를 요약 번역한 것입니다. (원제 : 프랑스 TV 시사 프로그램서, 성범죄 은폐 시도한 25명 주교 공개 고발) - 편집자주
프랑스 TV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지난 50년간 프랑스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32명의 성직자들을 비호하고 이들을 다른 본당으로 이동시키거나 해외로 전출시킨 25명의 주교들을 공개 고발했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3월 21일 프랑스 TV 채널 < France 2 >에서 진행되는 < Cash Investigation >프로그램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주교회의 대변인은 해당 프로그램 탐사 기자들이 교회에 협박성 메일을 보내왔다고 비난했으나, 프로그램 제작자는 이러한 주장을 매우 강하게 반박했다.
교회 내의 아동 성범죄 : 침묵의 무게
해당 조사에 함께 참여한 프랑스 인터넷 언론 < Mediapart >는 이 탐사 보도의 보고서를 ‘프랑스판 스포트라이트’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는 미국 보스턴 대교구에서 성직자 성범죄에 대해 조사했던 ‘보스턴 글로브’ 탐사 보도팀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 년을 이어온 이 취재는 지난 22일 < 교회, 침묵의 기제 (Église, la méchanisme du silence) >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 Cash Investigation >의 부제는 < 교회 내의 아동 성범죄 : 침묵의 무게 >로, 프랑스 주교단이 성직자 성범죄 희생자들에 대한 우려를 보이며 애를 쓰지만, 과거 성범죄에 대한 태만으로 발생한 구체적 사건들이 계속해서 드러남에 따라 논란이 불거졌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프랑스 주교들은 성직자 성범죄에 대한 자신들의 ‘범죄적 침묵’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성범죄 희생자들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과거 남아를 추행한 바 있다고 인정한 신부를 리옹 교구의 대주교인 필리프 바르바랭 추기경이 성직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이 탐사 보도에는 교회 행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나 고위 성직자들에게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해)직접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담겨있고, 성범죄로 고발당한 신부들과 몰래 카메라로 인터뷰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프로그램과 기사를 통해 고발당한 25명의 주교들 중 5명은 여전히 성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 명단을 밝히기도 했다.
이 조사를 통해 339명의 성범죄 희생자를 찾았으며 이 중 228명은 성범죄를 겪었을 당시 15세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 발생 건수 중 165건만이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혐의를 받고 있는 성직자 32명 중 28명은 이들에 대한 고발 사실이 드러나자 다른 본당으로 인사이동 시키거나 해외로 전출시켰다고 프로그램은 밝혔다.
특히, 이 32명 중 16명은 2000년 이후에 고발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2000년 당시 프랑스 주교단은 성범죄 예방 지침을 강화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들을 사법 당국에 넘길 것을 결정한 바 있다.
이 탐사 프로그램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 북미 및 아프리카 지역까지 탐사를 넓혔으며 이들이 인터뷰한 사람들 가운데는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성직자 성범죄 생존자 네트워크(Survivors Network of those Abused by Priests, SNAP)일원도 있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구의 추기경이었을 당시 남아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줄리오 그라시 신부의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기기 위해 방대한 양의 조사를 지시하는 등 그라시 신부를 도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엘리스 루세는 교황청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교황 알현에 직접 참석하여 교황의 경호원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질문을 전달하고 이후 순방 행렬을 따라가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스페인어로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는 교황에게 “교황 성하님, 그라시 사건에서 아르헨티나 사법부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질문을 듣고 멈춰서 다시 한 번 질문을 듣고는 “전혀 그런 바 없다”고 대답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부끄럽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교회’라는 ‘제도’를 지키는데 우선했다”
프랑스 주교회의 아동 성범죄 퇴치 위원회 의장 뤽 크레피(Luc Crepy) 주교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성범죄로 선고를 받았으나 여전히 성직을 수행하고 있는 18명 신부의 명단을 보고 매우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충격을 표했다. 그러면서 결국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해당 교구 주교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교회의 대변인은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를 거부했다고 밝히면서 “이들이 인터뷰를 위해 사용한 기법 때문 이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기자 윤리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이 프로그램은 설명하기보다는 고발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방송이 나가자 대변인은 프랑스 라디오 < RMC >에 출연하여 “부끄러움을 느끼며 프로그램을 시청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성범죄 희생자들을 존중하지 않았으며 우리의 접근 방식은 교회라는 제도를 지키는데 우선했었다. (…) 이제 이에 대한 지침은 매우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어권 세례자 평의회(Conférence catholique des baptisé-e-s fracophones)는 “우리 주교들은 사회(적인 이슈)와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길거리나 매체에서 낙태, 안락사 혹은 동성 결혼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 의견을 표명하는 일에 재빠른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개입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이들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은 이들이 뭔가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에 좋지 못 하다”고 설명했다.
리옹 대교구 성범죄 희생자 모임인 라 파롤 리베레(La Parole Libérée, 자유를 되찾은 말: 편집자 주)의 대표 프랑수와 드보는 프랑스 일간지 < 리베라시옹 >에 프랑스 역시 (미국이나 아일랜드에서처럼)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를 견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우리는 이제 겨우 절차의 시작점에 서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