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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거짓말을 기본언어로 쓰는 대통령한테서
  • 전순란
  • 등록 2016-12-02 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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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일 목요일, 맑음


보스코가 들려준 얘기. 철학자 칸트가 산길을 가다 강도를 만났단다. 죄다 털리고 가려니까 도둑이 “뭔가 더 있으면 내 놔!” 했고 “위아래 주머니 아무것도 없소”하고 자리를 떴단다. 한참 걷다 생각하니 허리춤에 끼워둔 보석이 생각난 칸트. 무슨 맘을 먹었던지 오던 길을 되돌아가 ‘도 선생’을 부르더란다. “뭔 일이랑가?” “아까 아무것도 없다 했는데 허리춤에 이게 있읍데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기에…” 


남한 3대계곡으로 꼽히는 용유담의 '명승지 지정'을 방해하고 댐 속에 수몰시키려는 정부


우리 사는 문정마을에서 바라본 '지리산댐' 수몰지구 (사진의 절반 높이로 물에 잠긴다)


도둑은 기가 막혀선지 앞서 털어낸 물건까지 되돌려주더란다. 밤하늘에서도 반짝이는 별 같은 양심이 저 강도들에게 있었나 본데,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박근혜와 그 주변 모든 인간들! “안 했다. 모른다”고 하다가 “검찰수사 받겠다”고 했다가 “퇴진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가 만사를 거짓말로 뒤집는 뻔뻔함을 온 국민이 목격하는 중이다…


“로마 속담에 ‘나무둥치가 쓰러지면 가지는 아무나 잘라간다’고 합니다. 기본 가치가 몰락하면 덩달아서 국가의, 국민의 감정과 가치관이 흔들리게 됩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게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사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데도 끝까지 거짓말을 하고 견강부회함으로써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젊은이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이 거짓말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언어라고 여기면, 이게 가져올 사회적인 파장이 얼마나 클까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고3을 생각해보세요. 자신들은 그렇게 3년, 6년간 꼬박 수능시험 준비를 해왔는데, 누구는 대통령 백으로, 장관 백으로, 총장 백으로 손쉽게 원하는 대학에, 선수권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게…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면 그 사회의 모든 질서와 정의 개념이 몰락해버립니다.”


얼마 전 보스코가 ‘가톨릭신문’과 가졌던 특별좌담 첫 마디다. 하기야 요즘 시위현장에 나오는 젊은이들과 학생들의 발언을 보면 거짓말쟁이 대통령 할매가 ‘반면교사(反面敎師)’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고, 불쌍해라, 우리 공주님”하는, 저 4%에 들어가는 늙은이들과 여편네들만 자식들을 오로지 ‘정유라’로 키우고 있을 게다.



처음으로 올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하지 않고 식당에 구유(페루)만 꾸몄다  


문상마을로 올라가서 강씨네 배추밭에 남겨 둔 배추 열여덟 포기를 몽땅 뽑아왔다. 크기가 들쭉날쭉 하지만 내일은 영하로 내려간다니 얼기 전에 절여야 한다. 김장은 역시 추운 날에 손을 호호 불면서 해야 제 맛이다.


올봄에 농협에서 받은 소금이 어디로 갔는지 베로니카에게 보냈는지 흔적이 없어 리따네 비금도 소금이 생각나서 어제 목포로 전화를 했더니만 택배로 오늘 도착했다. 아침에 동네 아짐들에게 소금 얻으러 갔다가 ‘한주소금’ 새하얀 색깔을 보고선 그냥 돌아왔다. 건강을 생각해서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삼백(三白)’이 ‘흰 설탕’, ‘흰 밀가루’, ‘흰 소금’이라는데… 리따가 부쳐준 몇 년 된 소금은 간수가 빠져 뽀송뽀송하고 단 맛이 난다(단 소금도 있나?).


11시에는 용유담에 나가 우리 마을 코앞에 지리산댐을 쌓겠다는 수자원공사와 국토건설부에서 나온 사람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았다. 실상사의 중재로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현장 환경운동가들과 정부기관의 대화를 주선하고 있는 자리다. ‘지리산생명연대’ 공동대표 자격으로 왜 댐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지 보스코가 일동에게 한 마디 하였다. ‘두 눈으로 보고 양심이 있으면 이런 명승지에 댐을 만들어 물속에 처넣지 말라’는 요지였다. 4대강 공사를 비롯, 어디서나 삽질하여 까고 부수고 파내는 자들에게 그의 ‘연설’이 먹힐지 모르겠다.


오늘도 지리산이 뿌연 연무 속에 희끄름하다. 인간의 욕심과 공업화가 이런 기후를 만들어놓고서도 “지구라는 공동주택을 함께 보전하며 살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감히 개발을 막아서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은 트럼프 일당이 미국에서 대권을 쥐었으니 우리 땅만 아니고 지구의 미래도 암담하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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