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고공으로 올라가는 노동자들
  • 장영식
  • 등록 2015-05-15 10:44:34
  • 수정 2015-07-17 15:39:10

기사수정


▲ 택시노동자와 생탁노동자가 부산시청 앞의 고공 전광판 위로 올라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며 20여 일차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장영식



부산시청 앞, 고공 전광판 위로 두 노동자가 농성 중입니다. 택시노동자와 생탁노동자입니다. 길도 문도 없는 하늘 길 위의 두 노동자를 바라보는 것은 사람으로서 참으로 못할 일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폐”를 외치며 309일 동안 85호 크레인 위에서의 고공 농성을 지켜보며, 이 땅에서 더 이상 ‘김진숙’은 없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김진숙 지도위원이 생환한 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송전탑 위로 올라갔었습니다.


재능학습지 두 노동자가 혜화동성당 종탑 위에 올라갔었고, 쌍용자동차 두 노동자가 평택공장 굴뚝 위로 올라갔었습니다. 스타케미칼 노동자는 고공의 공장 굴뚝 위로 올라가 김진숙 지도위원의 309일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넘어 농성 중입니다.


고공 농성을 선택한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절규합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함께 살자”고 말입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고, 함께 살자는 것이 그리도 어렵고 힘든 세상일까요. 이 땅의 노동자들이 고공에서 투쟁하는 동안 저들의 빈자리가 크게 보일 식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 옵니다.


“노예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저들의 절규는 참으로 마땅하며 옳은 말입니다. 대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는 한국의 노동세계는 샴페인을 부으면 부을수록 ‘낙수효과’는커녕 샴페인 잔만 커져가는 세상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세상에서 현장에서 쫓겨난 가난한 노동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살기 위해서 하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죽음의 벼랑 끝에서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하늘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한 분의 생탁 해고 노동자의 선종 소식이 들려옵니다. 차마 글을 갈무리 할 수 없는 먹먹한 아침입니다.


하느님의 평화를 빕니다.


덧붙이는 글

장영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다. 전국 밀양사진전 외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했고 사진집 «밀양아리랑»이 출판됐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