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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雨 / 우 / 비. 흩어지는 모양
  • 김유철
  • 등록 2016-09-06 10:40:27
  • 수정 2017-07-04 10: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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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 / 우 / 비. 흩어지는 모양



썩어가는, 물고기가 사라진, 흐르지 않는 낙동강에 대한 시를 몇 편 썼지만 잘난 서울에는 들리지 않았다. ‘녹조라떼’라는 말이 ‘녹차라떼’로 한가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낙동강에 세워진 8개의 보(洑)는 흐르는 강을 멈춰 세워 “동작그만!”이라고 외치는 불신검문 용도였다. 비가 온다고 씻기질 않을 우리들의 죄는 크고 깊다. 비도 눈물로 흩어지는 날이 있다.



빗물이 눈물 되어버린 강



백년이란 세월을 아시나요

천년이란 세월을 아시나요

만년동안 비바람과 부대끼며 살아서

그대 앞에 흐르는 강의 숨소리를 아시나요


그대는 강바닥을 송두리째 파버렸지요

그대는 흐르는 강물을 붙잡아 매어두었지요

그대는 신분증 없이 살아온 저 강물을 붙잡아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기나 압니까


생명이 생명에게 전하는 절절한 소리를

그렇게 못 알아듣습니까

그렇게 알아듣기 어렵습니까


흘러야합니다

천년만년 흘러온 저 강이

또다시 천년만년 흘러야 합니다


그대 앞에 흐르는 한강

그대 앞에 흐르는 금강

그대 앞에 흐르는 영산강

그대 앞에 흐르는 낙동강


강이 흐르지 않으면

더 이상 생명은 흐르지 않습니다


빗물이 눈물 되어 버린 강은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직 이 한마디만 전할뿐

“네 이노옴”

“네 이놈들”



이번 붓과 시편은 8월 30일 <오마이뉴스>먼저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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